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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위안부 1명에 1억 원…일본의 남은 책무는 무엇인가?

[월드리포트] 위안부 1명에 1억 원…일본의 남은 책무는 무엇인가?
위 사진은 오늘(25일) 자 일본 신문들입니다. 각 신문마다 한국의 '화해치유재단'이 국내 위안부 피해 생존자들에게 1인당 1억 원, 사망자 유족들에게는 2000만 원씩 지급하기로 했다는 내용을 주요 기사로 싣고 있습니다. 어제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양국이 합의를 했다는 설명입니다. 지급 대상자는 생존 피해자 46명과 사망자 199명 등 우리 정부에 등록된 공식 위안부 피해자 245명입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어제 오전 내각 결의를 통해 국회 심의가 필요하지 않는 내각 예비비 10억 엔을 '화해치유 재단'에 출연하기로 최종 결의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이런 사실을 오후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우리 측에 전달하고, "이로서 일본 정부의 책임은 모두 끝났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어제 한일 외교장관 회담 직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좌)과 윤병세 외교장관
위안부 피해자들의 아픔을 돈으로 헤아리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습니다만, 과거 이미 일본 아시아여성기금이라는 단체를 통해 배상사업이 이뤄진 바 있습니다. 1997년부터 2002년 사이에 일본 아시아여성기금이라는 단체는 일본 국민들의 성금을 모아 국내 위안부 생존자 61명에게 1인당 500만 엔을 지급했습니다. 2000년 평균환율을 적용하면 5,400만 원 정도입니다. 현재 국내 범죄피해자 보상금은 최대 7,600만 원입니다.

일본 아시아여성기금은 당시 돈의 성격을 '사과금(atonement money)'으로 규정하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당시 총리들 명의의 사과 편지를 함께 전달했습니다. 15년 만에 이뤄지는 이번 배상 사업에서도 아베 신조 현 일본 총리가 친필 사과 편지를 함께 전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당시 일본 총리의 편지 전문은 다음 웹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클릭]
2002년 일본 고이즈미 총리의 위안부 피해자 사죄 서한
1인당 배상금 규모까지 확정이 되면서 일본 정부 측은 거듭 "일본 측의 책무는 다 했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어제 한일 외교장관 회담 직후 일본 기자들을 만나 "소녀상 문제의 적절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것을 포함해 한일 합의의 성실한 이행을 요구했다"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그런데, 과연 일본은 자신들의 책무를 다 한 걸까요? 지난해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가 일본 측에 부여한 책무는 10억 엔 출연뿐이었을까요? 합의 내용 가운데 일본 측 부분을 살펴보겠습니다.
 

1. 위안부 문제는 당시 군에 관여하에 다수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로서, 이러한 관점에서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한다. 아베 내각 총리대신은 일본국 내각 총리대신으로서 다시 한번 위안부로서 많은 고통을 갖고 상처입은 분들에게 마음으로부터 깊은 사죄를 표명한다.

2.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도 본 문제에 진지하게 임해왔으며, 이에 기초해 이번에 일본 정부의 예산에 의해 모든 전(前) 위안부분들의 명예와 존엄의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사업을 진행하기로 한다. 

3. 일본 정부는 이상 말씀 드린 조치를 한국 정부와 함께 착실히 실시한다는 것을 전제로, 이번 발표를 통해 이번 문제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됐음을 확인한다. 일본 정부는 향후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본 문제에 대해 상호 비판하는 것을 자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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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 엔 출연은 합의 사항 2)번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일본의 진정한 책무는 1)번에서 나옵니다. '군의 관여를 인정'하고, '정부가 책임을 통감'하며, '총리가 사죄를 표명한다'는 겁니다. 이 부분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바로 일본의 책무인 겁니다.

일본 교과서 위안부 축소 기술
합의 사항 1)번의 책무를 다 하는 행동은 바로 올바른 역사 교육입니다. 일본 정부가 스스로 인정한 '군에 관여' 내용을 그대로 일본 교과서에 실어야 합니다. 현재 일본 교과서에는 위안부에 대해 "식민지 점령지에서 모집된 여성들이 위안소로 보내지는 일도 있었다", "조선인을 중심으로 한 많은 여성이 위안부로서 전지에 보내졌다" 정도로만 기술돼 있습니다.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군의 관여 부분을 교과서에 올바로 게재해야 합니다. 이러한 올바른 역사 교육의 정신은 과거 아시아여성기금 당시 일본 총리들의 쓴 사죄 서한 내용(아래 참고)에도 분명히 적혀 있습니다.
 
우리는 과거의 무거움으로부터도 미래를 향한 책임으로부터도 도망칠 수는 없습니다. 우리나라로서는 도의적인 책임을 통감하면서 사죄와 반성의 뜻에 입각하며 과거의 역사를 직시하며 이것을 후세들에게 바로 전달하는 것과 동시에 부조리한 폭력 등 여성의 명예와 존엄성에 관련된 문제들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의 책임 통감' 부분도 감정표현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한일 합의에 따른 행동을 보여줘야 합니다. 독일이 유대인 대학살을 반성하기 위해 베를린에 설치한 '홀로코스트 메모리얼 사이트'(The Holocaust Memorial Site/아래 사진)까지는 기대하지 않습니다.
독일 베를린 홀로코스트 위령 시설

독일이 세계 3대 전쟁박물관이라는 드레스덴 군사박물관의 설계를 저명한 유대인 건축가 다니엘 리베스킨트에게 의뢰했던 점도 참고할만 하지 않을까요? 
독일 드레스덴 군사 박물관
유대인 건축가 다니엘 리베스킨트
3)번 '국제 사회에서 상호 비판 자체'도 꼭 일본 정부가 실천해야 할 부분입니다. 지난 2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UN)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서 스기야마 신스케 외무성 외무심의관(차관보급)은 “일본군에 의한 위안부의 강제연행을 확인할 수 없었다”는 내용을 15분이나 설명했습니다. '군의 관여', '정부 책임 통감', '총리 사과 표명'을 합의한 일본 정부가 국제사회에 올바른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은 합의 정신 위반입니다.

한일 양국은 지난해 12월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는 점에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아직 일본이 해야 할 책무가 적지 않습니다. 우리 정부도 2)번의 10억 엔 출연만을 바라보고 합의한 것은 아니라고 믿습니다. 1)번과 3)번을 실천해야 합니다.

일본 국민 상당수는 10억 엔 출연으로 이 문제가 끝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베 총리는 위안부 합의 직후 "다음 세대에 사죄의 숙명을 넘겨주지 않기 위해서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총리로서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마음,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한국의 젊은 세대들도 양국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 일본 젊은이들과 손을 맞잡길 원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아베 총리가 직접 나서 사죄를 표명하는 합의 실천이 필요합니다. 우리 국민들이 그 이상의 끊임없이 반복되는 사죄를 바라는 것은 아닙니다. 이후엔 역시 일본 국민들의 정확하고 올바른 역사 인식을 원하는 겁니다.

일본이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사죄와 역사 교육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겁니다. 일본 역사 교과서에 언급된 '임진왜란'이 그 예가 아닐까 합니다. 일본 역사교과서들은 임진왜란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7년에 걸친 조선침략은 조선 사람들을 전화에 휩싸이도록 해 많은 피해를 안겨주는 결과를 낳았다." "조선은 피폐하고, 많은 문화재가 전화의 피해를 입었다. (중략) 또, 연행된 조선인 도공들은 서일본 각지에서 활자인쇄 기술을 전달했다." 이밖에 이순신 장군의 활약도 비교적 잘 소개돼 있습니다. (아래 사진.. "이순신의 수군이 수 회의 해전에서 일본의 수군을 격퇴하면서 제해권을 장악했기 때문에 일본 측은 물자 보급이 곤란해졌다.)

일본 고교 교과서 속 '이순신과 거북선'
깊이 있는 역사 연구와 이를 근거로 한 정확한 역사 기술과 역사 교육이 이어진 사례가 아닌가 합니다. 위안부 문제도 일본 대표 역사 연구 학회들이 그 강제성 등을 명확히 인정한 사안입니다. 이에 맞은 역사 기술과 교육이 따라주면 됩니다.

부끄러운 역사를 사실대로 적는다고 해서 일본의 명예나 품격이 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일본 젊은이들이 좌절하고, 실망하는 것도 아닙니다. 군국주의 일본, 광기의 옛 일본군의 역사와 단절하더라도 눈부신 경제발전, 일본인의 친절과 장인정신은 여전히 세계 여러나라에게 모범이 될 수 있습니다. 일본 정부, 일본 국민들이 좀 더 자신감을 갖고, 자신들의 역사와 마주하길 바랍니다. 지금 이 순간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른 책무 실천, 그리고 이를 위한 용기가 필요한 쪽은 한국이 아니라 일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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