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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검찰의 '해운대 엘시티 더 샵' 수사…판도라의 상자는 열리는가? ②

[취재파일] 검찰의 '해운대 엘시티 더 샵' 수사…판도라의 상자는 열리는가? ②
연속 취재 '해운대 엘시티' 수사
검찰의 해운대 엘시티 더 샵 수사…판도라의 상자는 열리는가? ① (08.23)
검찰의 해운대 엘시티 더 샵 수사…판도라의 상자는 열리는가? ② (08.25)
검찰의 해운대 엘시티 더 샵 수사…판도라의 상자는 열리는가? ③ (09.10)
검찰의 해운대 엘시티 더 샵 수사…판도라의 상자는 열리는가? ④ (09.20)
검찰의 해운대 엘시티 더 샵 수사…판도라의 상자는 열리는가? ⑤ (09.27)
검찰의 해운대 엘시티 더 샵 수사…판도라의 상자는 열리는가? ⑥ (10.10)
검찰의 해운대 엘시티 더 샵 수사…판도라의 상자는 열리는가? ⑦ (10.25)
검찰의 해운대 엘시티 더 샵 수사…판도라의 상자는 열리는가? ⑧ (11.21)
검찰의 해운대 엘시티 더 샵 수사…판도라의 상자는 열리는가? ⑨ (11.22)

● “해운대 백사장을 앞마당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곳”

그렇습니다. 부산 해운대 엘시티 더 샵의 가치를 단적으로 나타낸 말입니다. 불과 폭 5M되는 백사장 해변 길을 사이에 두고 건설되는 유일한 초고층 복합 주거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엘시티는 건축면적 35,751㎡, 연면적 661,134㎡로 여의도 63빌딩의 3배가 넘는 수직 도시입니다.

공사비만도 1조 4900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사업으로 랜드 마크 건물은 101층에 높이 411.6m에 이르는 국내에서 두 번째로 높은 건물입니다. 이곳에는 주거형 레지던스 호텔과 특급 호텔 및 상업 시설 등이 들어섭니다. 게다가 국내에서 제일 높은 85층, 339m 높이의 아파트 2개 동이 들어섭니다. 또 워터파크 시설을 갖춘 주거와 휴양 시설의 복합리조트인 셈입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잘 알려진 해운대 해수욕장 바로 코앞에 어떻게 이런 초호화 상업시설이 들어설 수 있었을까요?
 
● 엘시티의 불편한 진실…특혜 비리 행정의 종합 백화점
엘시티 공사 진행 모습
이 사업의 시작은 약 10년 전인 2006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부산시가 관광특구 지역인 해운대 해수욕장 동쪽 백사장 앞의 온천 센터 예정지를 도시개발 구역으로 고시하면서 부산시 공기업인 부산도시공사를 사업시행자로 지정했습니다. 이듬해 6월 부산도시공사는 ‘해운대관광리조트’ 민간 사업자를 모집하는 공고를 냈습니다.

아파트 등 주거 시설은 허용하지 않고 호텔 콘도 등 관광 위락 시설만 허용한다는 조건을 달았습니다. 3개 컨소시엄이신청서를 냈는데 청안건설(주) 등 20개 기업이 참여한 트리플스퀘어 컨소시엄이 선정됐습니다. 청안건설은 문제의 검찰 수사 도중 잠적한 이 모 회장이 대표로 있던 회사입니다.

그 뒤 2011년 4월 이 컨소시엄은 (주)엘시티 피에프브이(엘시티 PFV)로 이름을 바꾸고 그해 10월 부산시로부터 사업 계획 승인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2013년 10월 28일 마침내 기공식을 열었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부산시와 도시공사는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온갖 종류의 특혜를 문제의 시행 사에 주었습니다.
 
● 특혜의 첫 단추…도시계획위원회의 중심미관지구 해제. 난개발 길 열려
해운대관광개발 공모지침서
부산시는 해운대 해수욕장 인근의 난개발을 막기 위해 ‘해안경관 개선지침’을 마련해 ‘중심미관지구’와 ‘일반 미관지구’로 이원화 시켜 놓았습니다. 그리고 중심미관지구에는 해수욕장의 건축물 높이를 최고 60m 이하로 규정해 놓았습니다. 또 아파트 등 주거시설을 신축하지 못하도록 해 놓았습니다.

그런데 2009년 12월. 연말 어수선한 틈을 앞두고 부산시 도시계획심의위원회가 열렸습니다. 이 위원회는 이날 중요한 결정을 내립니다.

바로 중심미관지구를 폐지하고 일반미관지구로 일원화 시킨 겁니다. 이러한 기준 완화는 무얼 의미합니까? 바로 해수욕장 바로 앞에 초고층 건물이 들어 설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점, 또 아파트 등 주거 시설이 들어 설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공공재인 해수욕장이 특정 계층의 사적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해수욕장의 난개발을 막기 위해 갈수록 환경기준을 강화하는 추세에 역행해 오히려 기준을 환화해 난개발을 부추기는 길을 열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이 이후로 광안리해수욕장과 용호만 매립지 등 해안가에는 60층 이상의 초고층 건물 신축 허가가 잇따랐고 해안 스카이라인은 완전히 붕괴됐습니다. 도시계획 전문가들이 “부산의 해안개발은 막장 난개발의 결정판”이라고 평가했을 정도니까요.

오직 ‘엘시티’만을 위한 도시계획심의였던 셈입니다. 해운대 왼쪽 조선비치호텔 쪽에 송림공원이 있습니다. 이 땅 소유주가 수차에 걸쳐 송림공원 개발계획을 부산시에 제출했지만 난개발을 이유로 허가가 나지 않았습니다. 해운대 해수욕장 중앙에 ‘해운대 아쿠아리움’ 시설이 있습니다. 이 시설은 모두 지하에 건설됐습니다. 이유는 해운대 스카이라인 보호를 위해서 취한 조치였습니다.

그런데 엘시티는 400m가 넘는 초대형 건물에 아파트까지 지을 수 있는 길을 열어 줬으니 특혜라도 이런 특혜가 또 있겠습니까? 만약 앞으로 다른 건설업자들이 해운대 백사장 인접한 곳에 초대형 건물을 짓겠다고 한다면 부산시가 막을 길이 있겠습니까? 형평성 문제를 걸고 나온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 도시계획위원회 구성…관변 인물 절반 이상, 엘시티 간부도 위원 포함
부산시 도시계획위원회 명단
부산시 도시계획심의위원은 부산시장이 임명합니다. 위원은 모두 25명입니다. 그런데 이 가운데 15명이 전 현직 공무원과 시의원, 시 산하 연구기관 연구원과 연구원 출신 교수로 구성돼 있었습니다. 나머지 심의위원들도 전공이 맞지 않거나 이른바 관변 학자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특히 심의위원 중에는 이 사업의 시행사인 ‘트리플 스퀘어’(현 엘시티 PFV) 감사와 이 시행사로부터 용역을 발주 받은 교수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시행사 이모 감사는 부산시의 건설 사업을 총괄하던 전 부산시 건설 본부장 출신으로 재임 중 뇌물 수뢰 혐의로 구속된 이력이 있는 고위간부였습니다. 이런 비리 인물이 심의위원으로 선정돼 있었던 겁니다. 또 용역을 받은 교수는 부산시 산하 연구기관인 부산발전연구원 출신이었습니다.

시정에 비판적이었던 시민사회단체 위원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중심미관지구를 폐지하고 아파트 시설 건축을 허가하는 이러한 중대한 결정을 내리는데 걸린 시간은 30분에 불과했습니다. 대단지 주거용도 허용에 비판적인 위원은 두 세 명에 불과했고 백사장 생태계 훼손이나 교통문제 스카이라인 붕괴 문제 등 핵심 문제는 거론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그야말로 거수기 통과였던 셈입니다.

과연 공정한 심의가 가능했다고 보십니까?
 
● 부산도시공사 자문 회의도 불과 2개월 사이에 부정 평가에서 긍정 평가로
자문회의 회의록
사업부지 조성과 보상 토지 정리를 담당했던 부산도시공사 자문회의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이 사업과 관련해 지난 2008년 7월 첫 자문위원회가 열렸습니다. 당시 회의록을 보면 자문위원 대부분이 주거시설 도입에 대해 “특혜 소지” “교통 대란 우려” “해안 경관 훼손 우려” 등 부정적 의견이 대다수였습니다. 그런데 9월 2차 자문회의에서는 이러한 비판적 의견이 현저히 약화되면서 민간 사업자가 발주한 용역 결과를 근거로 “도입 불가피” 의견으로 수렴됩니다. 이 용역을 의뢰 받은 교수는 도시공사 자문 위원이자 부산시 도시계획심의위원이었습니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심의가 이뤄졌는지 의문입니다.
 
● 민간사업자 선정…공모 지침 중대한 계약 위반에도 오히려 특혜 줘
엘시티 분양 모습
문제의 엘시티 부지는 전체 65000㎡로 국방부 소유 땅 29000㎡ 와 민간 사유지 36000㎡를 강제 수용해 조성했습니다. ‘4계절 체류형 관광단지 조성’이란 공공개발을 명분으로 부산시가 토지 보상과 부지 조성 및 공급을 맡고 민간 시행사가 관광 단지를 개발하는 형식입니다. 민간 사업자는 공모 절차를 밟았습니다.

2007년 7월10일 심사 설명회에 3개 컨소시엄이 참여했습니다.

(1) 트리플 스퀘어 컨소시엄(현 엘시티 PFV):청안건설 등 20개사
(2) 오션 폴리스 컨소시엄: KB 자산운용 등 8개사
(3) 떼름 마린 컨소시엄: (주) 국제산업개발 농협 등 16개사입니다.

심사기준은 전체 1000점 만점인데 응찰업체의 사업 추진 능력과 운영 계획 등 사업제안서가 900점, 부지 응찰 가격 점수가 100점이었습니다.

그런데 부산시는 공모 심사에서 “민간 아파트 건립은 절대 불가”란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공공개발 사업임을 강조한 겁니다. 심사결과 트리플 스퀘어 컨소시엄이 1등을 차지해 민간사업자로 선정됐습니다. 선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다름 아닌 랜드 마크 건물이었습니다.

다른 두 컨소시엄은 랜드 마크 건물을 70층대로 설계한데 반해 트리플 스퀘어는 117층 초고층 랜드 마크 건물을 짓겠다고 승부수를 띄운 겁니다. 사업성 평가 항목에서 트리플 스퀘어측은 다른 두 업체보다 26~40점을 더 받았고 개발 계획 분야에서도 30~50점을 더 받았습니다.

탈락한 컨소시엄 핵심 간부를 만나보니 “당시 아파트 건립을 허용하지 않는 공모 방침에 따라 70층 이상은 도저히 상업성이 보장되지 않는 구조였다”며 “만약 아파트 건설이 허용됐다면 당연히 100층 이상 초고층 건물 설계안을 내 놓았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2007년 11월 트리플 스퀘어를 민간사업자로 확정하고 12월 정식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놀라운 반전이 일어납니다.
 
● 부산시와 민간사업자…“사업성 없다”며 “주거시설 허용” 요청, 심의 통과
공모지침서 서류
민간사업자로 선정된 트리플 스퀘어는 불과 1여년 만에 “사업적 타당성이 없다”며 주거시설 도입을 강력히 요구한 겁니다. 이에 부산시와 도시공사는 “민간사업자의 사업성 보장”을 이유로 100% 수용하게 됩니다. 그리고 2009년 12월 부산시 도시계획심의위원회에서 별다른 이의 없이 주거시설 도입 안은 통과됩니다.

부산시는 2007년 6월 민간사업자 공모를 실시하면서 제2장 6조(사업대상지 예상 계획기준)에 “주거 시설(공동 주택, 주상 복합), 오피스텔을 제외 한다”고 분명히 명시했습니다. 또 공모지침서 제8장(협약 체결 및 해지) 제 39조를 보면 “민간 사업자가 사업 제안서의 내용에서 벗어나 본 사업의 목적을 현저히 훼손했거나 민간 투자비가 현저하게 변경되어 사업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경우 협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해 놓았습니다.

그런데 사업성 과 개발 계획분야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업체가 불과 1여 년 만에 “사업성이 없다”며 스스로 주거 시설 도입을 요구하고 부산시와 도시공사가 허용하는 행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특혜라는 지적입니다.

당시 공모에 참여했던 컨소시엄 간부는 “당연히 재 공모를 해야 할 결격 사유인데도 민간사업자의 편을 든 것은 명백한 특혜”라고 밝혔습니다.

이 과정에서 부산시 의회와 해운대 구청 해운대 구의회 등도 민간 사업자에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일조했습니다. 마치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착착 맞아 떨어지는 분위기를 연출한 겁니다. 이 중심에 트리플 스퀘어의 최대 지분을 갖고 있는 청안건설의 실소유주 이모 회장이 있었습니다. 이 회장은 부산시의 온갖 특혜 속에 사업을 키워온 대표적 토호 기업가로 소문이 자자한 인물입니다. (계속) 

▶ [취재파일] 검찰의 부산 해운대 엘시티 더샵 수사…판도라의 상자는 열리는가?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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