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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北, 'SLBM 완성' 선언…'핵잠' 논의 시작해야

[취재파일] 北, 'SLBM 완성' 선언…'핵잠' 논의 시작해야
북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SLBM의 사거리가 2,000km에 달한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북한이 어제(24일) 쏜 SLBM이 500km 비행했지만 고각 발사였고, 정상각 발사였다면 1,000km는 날았을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만약 로켓에 연료를 가득 집어넣었다면 북한 SLBM은 2,000km 비행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북한은 SLBM을 완성했습니다.

“북한 SLBM은 완성된 기술”이라는 평가는 몇 년 전부터 군 내부에서도 제기됐었습니다. SLBM의 핵심은 미사일과 수직발사관인데 북한의 SLBM은 구 소련이 숱하게 성능 검증을 한 미사일과 수직발사관 패키지 자체입니다. 예비역 잠수함 및 북한 정보 전문가들은 입 모아 “북한의 SLBM은 완성됐다” “사거리 연장 발사하는 결심만 남았다”고 외쳐왔습니다.

하지만 군은 적어도 겉으로는 “전력화는 멀었다”며 북한 SLBM을 ‘안이하게’ 평가해왔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북한 SLBM을 잡으려면 반드시 원자력 잠수함을 확보해야 하는데 군은 마음대로 원자력 잠수함을 개발할 수 없습니다. 미국이 허락해줘야 합니다. 대책도 없는데 적의 실력을 인정하기가 껄끄러웠을지 모릅니다.

● 北 SLBM은 구 소련 D5U와 R-27 패키지
北 신포급 잠수함 가상도
북한은 90년대 중반 러시아로부터 구 소련의 골프급 디젤 퇴역잠수함들을 들여왔습니다. 러시아는 당시 골프급의 SLBM 발사시스템을 파괴하지 않고 고스란히 북한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은 2000년대 초반 서해의 한 조선소 야드와 동해의 신포항 야드에서 골프급 잠수함들을 분해했고 이런 장면은 한미 정보당국에 광범위하게 포착됐습니다. 북한은 골프급에서 수직발사관 D5U를 조심스럽게 떼어내 손쉽게 수직발사관 기술을 손에 넣었습니다. 게다가 골프급의 D5U는 상태가 양호해 북한이 살짝 손 본 뒤 재활용한 것으로 군은 보고 있습니다.

골프급은 D5U 수직발사관으로 R-27이란 SLBM을 발사하는 잠수함입니다. D5U와 R-27 조합은 골프급에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시험발사를 거친 검증된 SLBM 시스템입니다. 북한 신포급 잠수함의 SLBM 역시 D5U 자체와, R-27을 개량한 북극성 1호 미사일의 조합입니다. 골프급과 신포급의 SLBM 시스템은 사실상 겉과 속이 똑 같습니다.

그래서 군 내부에서 “북한 SLBM 개발은 이미 끝났다”는 평가가 몇 년전부터 나왔습니다. 예비역 잠수함 전문가와 북한 정보 전문가들은 지난 4월 북한 SLBM이 30km 날아가자 “북한이 SLBM 전력화를 끝내고 정세에 맞춰 '보여주기 쇼'를 하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 군의 수세적인 北 SLBM 평가
SLBM 개발은 크게 4단계로 진행됩니다. 지상 사출, 수중 사출, 비행 시험, 시험 발사입니다. SLBM은 수중에서는 엔진을 점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잠수함의 압력을 빌어 물 밖으로 튕겨 나옵니다. 이것이 바로 사출이고, 엔진 점화가 되지 않는다고 해서 Cold Launching이라고 합니다. 사출 시험은 처음에는 지상에서 여러 차례 해서 기술을 안정화합니다.

그 다음은 플로팅 도크를 이용해서 물 속에서 사출 시험을 해본 뒤 실제 잠수함에서 사출 시험을 하게 됩니다. 북한은 작년에 수중 사출 시험까지 끝마쳤습니다.

군은 북한의 지난 4월 SLBM 발사에 주목했습니다. 미사일이 물 속에서 물 밖으로 튕겨나오는 사출 단계를 깔끔히 수행하고 엔진을 점화한 뒤 30km를 비행한 것입니다. 북한이 SLBM 개발 3단계인 비행 시험을 선보인 것입니다. 북한은 작년 12월에도 SLBM을 쐈는데 사출, 미사일 자세 제어, 엔진 점화, 초기 비행까지는 무난히 해냈습니다. 북한은 지난 4월 2번째 비행 시험에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어제는 500km를 날렸습니다. 옆에 일본이 있어서 망정이지 엔진에 연료를 잔뜩 넣고 정상각 발사를 했다면 사거리 2,000km도 가능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북한이 4단계 가운데 3단계인 비행 시험은 완전히 마스터했고 어제는 4단계 시험 발사를 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또 성공했습니다. 즉 북한은 어제 SLBM을 개발했다고 공식 선언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군은 “전력화는 안됐다”며 부질없는 바람만 되뇌이고 있습니다.

● 원자력 잠수함은 꿈이 아닌 필수 조건

북한의 스커드, 노동, 무수단 같은 지대지 미사일들은 오래 전부터 봐왔던 위협입니다. 충분하지는 않지만 요격 시스템도 갖췄고 이번엔 미국의 고고도 요격 체계 사드까지 들인다는 계획입니다. 이에 비해 SLBM은 새로운 위협이자 치명적인 위협입니다. SLBM을 탑재한 신포급이 잠수해서 움직이면 우리 군으로서는 탐지할 방도가 없습니다. 언제 어디서 쏠 지 모르니 사드도 소용 없습니다.

신포급은 다행히 디젤 잠수함이어서 며칠에 한번씩 물 위로 떠오르는데 그때가 유일한 탐지 기회입니다. 하지만 부상 않고 최대 잠항 거리까지 이동한 뒤 사거리 2,000km 이상 미사일을 쏴버리면…

가장 효과적인 방어책은 원자력 잠수함을 신포항 근처에 상시 대기시켜 신포급을 수중 근접 감시하는 것입니다. 원자력 잠수함은 부상하지 않고도 한달 이상 잠항할 수 있습니다. 미국도 러시아의 원자력 잠수함을 그렇게 감시합니다.
한국형 3000톤급 잠수함 가상도
작년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으로 우리나라는 우라늄을 20% 미만까지 농축할 수 있게 됐습니다. 20% 미만 농축 우라늄이면 가까스로 소형 원자력 잠수함 동력원으로 쓸 수 있습니다. 마침 9척 짓기로 계획된 한국형 3,000톤급 잠수함 중 4~9번함은 동력원이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함정용 동력체계로 사용할 수 있는 소형 원자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원자력 잠수함용 원자로 제작업체인 OKMD의 기술을 토대로 한 ‘스마트-P’ 원자로입니다. 열출력이 65Mwt 정도로 영국 발리언트, 인도 아리한트 같은 원자력 잠수함의 원자로와 비슷합니다. 한국형 원자력 잠수함 건조의 길은 열려 있습니다.

잠수함 함장 출신의 문근식 예비역 해군 대령은 “원자력 추진 잠수함은 우라늄을 핵 무기가 아니라 동력원으로만 사용하는 것이어서 미국이 반대할 명분이 크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미사일의 한반도 공격을 막기 위해 미국이 미국 돈 들여 한반도에 사드도 갖다 놓는 시절입니다. 한반도와 일본, 그리고 괌 넘어까지 공격할 수 있는 북한 SLBM을 막기 위해 이제는 한국형 원자력 잠수함 개발 논의가 시작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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