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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급팽창 편의점…본사는 1곳당 연 1,200만 원 흑자

“우리는 여전히 배고프다.”

소매업종 가운데 홀로 ‘폭풍 성장’ 중인 국내 편의점 업계 얘기다. 올해 전국 편의점 수가 3만 개를 넘었다. 지난해 성장률은 전년 대비 6.6% .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대형마트나 백화점과 비교하면, 웃음이 절로 나는 수치다.
기자는 최근 보도를 통해, 2007년부터 2014년까지 본사 총매출이 53% 늘어났다는 사실을 밝힌 적이 있다. 이 기간 GS25와 씨유, 세븐일레븐과 미니스톱 등 편의점 4개사는 총 매출이 11조 4천억 원을 넘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가맹점주들은 매출이 거의 제자리걸음을 했다. 매출 신장률은 0.8%. 7년 새 본사들이 2.17배로 매출이 늘어나는 동안, 가맹점 주인들의 매출은 1.008배가 됐을 뿐이었다. 물가 상승률을 반영하면, 평균적으로 손해를 본 거나 다름없다. ( ▶취재파일] 본사만 '나 홀로 성장'… 편의점은 공정한가 )
24시간 환하게 불을 켠 편의점은 도심 속 오아시스라고도 불린다. 깔끔하게 정돈된 매장, 갖가지 통신사 멤버십 할인, 그리고 다른 소매점엔 없는 신기한 물건들. 요즘 같은 찜통더위엔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이끌려, 이런 매력은 더 도드라진다.

이렇게 익숙한 공간으로 다가온 편의점은 성장 불균형 문제가 숨겨진 채, 오히려 소비자로부터는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지난 4월 각 300명씩 1,200명의 편의점 이용자에게 설문조사를 했다. 질문당 1~5점의 점수를 취합한 평균 점수는 3.64점. 편의점 설비와 직원서비스의 신속성·전문성·정확성·공감성을 평가하는 설문이었다. 업체별로는 GS25가 3.68점, 미니스톱과 CU 각 3.64점, 세븐일레븐 3.58점으로 나타났다. 큰 차이 없이 골고루 높은 점수를 받은 셈이다.
● PB 다양화, 고급화…성장 날개 단 편의점

그런데 설문 결과를 자세히 보면, 편의점 이용자들은 편의점이라는 오아시스에 더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설문 대상자들이 대체로 PB 상품이 다양하지 못하다는 지적을 남겼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에서 품질과 디자인 등 다른 요소에 대한 평가와는 달리, PB 상품이 다양한가를 묻는 질문엔 3.44에 불과한 평균 점수를 줬다. 편의점 이용자가 기대 수준이 높다는 얘기다.

사실 편의점 PB상품은 최근 몇 년 새 괄목상대할 만큼 다양해졌다. 2010년대 들어, 각사가 경쟁적으로 PB 제품 개발에 역점을 뒀기 때문이다. 특히 씨유와 GS25, 세븐일레븐의 각축이 치열하다. 이들 업체는 기존 PB브랜드를 2~3개로 쪼개 전문화하거나, 같은 브랜드를 일반과 고급 라인으로 나눠 차별화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커피나 음료, 빙과엔 전문 브랜드 로고를 써 붙여 차별화하거나, 미용티슈나 샴푸 같은 생필품도 품질을 향상한 프리미엄 제품을 따로 출시하는 식이다.
 자체 브랜드 간에, 가장 큰 싸움이 벌어진 품목은 바로 도시락이다. 백종원과 김혜자, 아이돌 가수 혜리까지. 이젠 어떤 편의점에 어떤 도시락 상품이 있는지 소비자가 쉽게 알 수 있을 정도다. 여기서도 차별화 전투가 치열하다. GS25가 지난 6월 열량 표시에다, 탄수화물이나 단백질 함량 같은 영양 정보까지 표시하기 시작하자, 이게 도시락 겉면 표기의 표준이 됐다. 뒤이어 홍삼 추출물로 지은 밥에 민물장어, 디저트까지 넣은 도시락까지 품질 경쟁에 불이 붙는 모양새다. 편의점 도시락 시장은 지난해 3천억 원을 넘었고, 올해는 5천억 원 규모까지 팽창할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 가맹점주 매출은 제자리… 본사는 점포 1곳당 연간 1,200만 원 흑자

편의점들은 이렇게 더 많은 소비자를 빨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가맹점주는 2007년부터 2014년까지 지난 7년이 그랬듯이 여전히 본사만의 잔치가 될 거란 우려를 떨치지 못한다. ‘제 살 깎아 먹기식’ 과당 경쟁에 언제 또 내몰릴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재 편의점은 약 1,700명당 1곳인 것으로 추산된다. 상당수 상권에선 이미 과포화 상태다. 그나마 2014년 가맹사업법이 개정돼, 250미터 이내 같은 프랜차이즈 편의점 입점이 제한됐다. 하지만, 다른 간판을 단 편의점이 들어오는 건 누구도 막을 수 없다. 가맹점주와 본사의 분배율은 대략 65:35. 근처에 다른 간판을 단 편의점이 들어온다고 해서, 분배율을 재조정하기란 쉽지 않다.

기자는 지난 보도에서 정종열 가맹거래사가 공정거래위원회 자료로 분석한 매출 추이를 인용 보도한 적이 있다. 당시 소개하지 않은 편의점별 영업 이익 규모를 보면, 본사들이 수립한 흑자 전략은 매우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하지만 씁쓸한 건, 본사만 안정적으로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4년 현재, 흑자 1,2위는 GS25와 씨유다. 매출액에서 관리비나 판매비 등 매출원가를 뺀 영업이익이 두 업체만 1천억 원이 넘었다. 각각 1,433억 원과 1,124억 원이다. 당시 전국 편의점 점포 수로 영업이익을 나누면, 이들 본사가 편의점 1곳에서 평균적으로 얼마나 영업이익을 봤는지 알 수 있다. 계산 결과, 편의점 매장 1곳에서 GS25는 1,749만 원, 씨유는 1,408만 원씩 흑자를 봤다. 편의점 4개사의 점포 1곳당 연간 평균 영업이익은 1,216만 원이었다.

2013년과 이듬해, 편의점 업계엔 가맹점주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 호소할 만큼 극단적인 상생 요구가 빗발쳤다. 그 여파로, 편의점 매출 상위 4개사는 상생 목소리에 귀 기울이려 애를 쓰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매출 확대를 위해선 점포 확대가 필요하고, 이는 기존 상권의 과당 경쟁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현재 가맹 구조상 그 충격은 가맹점 점주들에게 맨 먼저 닥친다. 여전히 배고픈 대한민국의 편의점. 어떻게 ‘함께’ 배부를 수 있을지, 본사가 상생이란 문제에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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