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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로폼·통나무 부여잡고 파도 헤치며 필사의 탈북

스티로폼·통나무 부여잡고 파도 헤치며 필사의 탈북
▲ 1994년 표류 군인이 인천으로 타고 온 전마선 (사진=연합뉴스)
 
목숨을 건 탈북 행렬이 서해에서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남쪽 방향의 조류만 믿고 스티로폼·통나무를 부여잡고 맨몸으로 필사의 탈출을 감행하는가 하면, 때로는 낡아빠진 소형 목선에 일가족의 운명을 걸고 거친 파도를 탑니다.

북한 주민 A(27)씨는 24일 오전 7시 10분께 인천시 옹진군 소연평도 서방 2km 해상에서 스티로폼을 잡고 표류하던 중 우리 어민에게 구조됐습니다.

보안 당국은 귀순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이날 파도가 잠잠하고 기상이 좋았던 점을 고려하면 해양조난 사고 가능성 보다는 자발적인 탈북 가능성에 무게가 실립니다.

군 관계자는 "연평도에서 북한과 가까운 곳은 불과 10여㎞ 떨어져 있다"며 "조류를 타고 오는 것도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역은 해안선이 복잡하고 남북 간 거리가 가까워 북한 주민의 탈출 루트로 활용됩니다.

최근 5년간 서해 경로를 이용해 귀순한 북한 주민은 약 40명.

탈출 경로는 조류를 이용해 수영으로 탈출하는 방식과 무동력 소형 목선(전마선)을 이용해 남측 해역에 다다르는 방식 등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수영으로 탈출하는 사례는 북한과의 거리가 2.5km에 불과한 강화군 최북단 교동도에서 자주 발생합니다.

북한 주민 B(28)씨는 2012년 9월 통나무를 잡고 교동도까지 떠내려온 뒤 섬에서 6일간 민가 음식을 훔쳐 먹으며 지내다가 주민 신고로 당국에 붙잡혔습니다.

북한 주민 C(43)씨는 2013년 8월 수영으로 교동도 해안에 도착하자마자 불빛이 있는 민가로 달려가 주인을 깨운 뒤 "북에서 왔다"고 신분을 밝혔습니다.

2014년 8월에도 부자지간으로 추정되는 50대, 20대 남성 등 2명이 교동도 해안으로 헤엄쳐 오는 것을 해병대 초병이 발견했습니다.

목선을 이용해 남쪽에 올 땐 백령도·연평도·대청도 등 서해 5도 해역으로 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2011년 6월 형제가족 등 9명이 우도 해상으로 남하해 귀순한 사례나, 같은 해 11월 일가족 등 21명이 대청도 해상으로 귀순한 사례 모두 소형 목선에 의존해 탈북에 성공했습니다.

수영을 하든, 소형 목선을 이용하든 북한에서 벗어나는 것은 목숨을 걸어야하는 위험천만한 일입니다.

북한 초병의 감시망을 간신히 벗어났다 하더라도 시시각각 예측불허로 전개되는 해상 기상 상황 때문에 본인 의도대로 남측에 도착하기란 확률적으로 매우 희박합니다.

북한 주민이 주로 사용하는 목선은 5t급 이하 소형 선박인데, 무동력인 데다가 위성항법장치(GPS)도 없어 오로지 노를 저으며 방향을 잡아야 합니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5t급 이하 목선은 2m 남짓한 파도에도 뒤집힐 수 있다"며 "조류를 최대한 활용한다고 해도 서해 5도 해역에서 10km 이상 거리를 노를 저으며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할 확률은 매우 떨어진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경제난으로 주민 생활고가 극심해지면서 탈북 사례도 잇따르고 있지만 이런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북한판 보트피플' 사례가 단기간에 집중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2011년 11월 21명이 5t급 목선을 타고 한꺼번에 귀순한 사례 이후에는 대규모 집단 해상 탈북 사례를 찾아볼 수 없고 1∼3명 단위로 귀순한 사례만 있습니다.

정보당국 관계자는 "전마선이라고 불리는 목선은 레이더망에 제대로 잡히지 않아 탈출에 용이하긴 하지만, 북한 당국의 감시망도 강화돼 10명 이상의 집단 탈북은 탈출을 시도할 때부터 발각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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