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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플러스] 겁먹은 프랑스…'부르키니'에 튄 불똥

무슬림 여성들이 입는 이런 전신 수영복을 부르키니라고 합니다.

머리와 목에 뒤집어쓰는 부르카와 비키니를 합친 단어인데요, 최근 프랑스의 여러 도시가 수영장과 해변에서 이 부르키니를 착용하는 것을 금지해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이 도시들은 금지 사유로 위생과 공공질서 유지를 내세웠는데 뭐가 문제인지 정규진 특파원이 취재파일에 담았습니다.

[니스린 사말리/교사 : 여성들의 민간 수영장 출입을 차단하고 금지하는것은 유감입니다. 부르키니가 여성들로 하여금 휴가를 즐기고, 쉬고, 수영을 하거나 일광욕을 할 수 있게 해 주는 방법이라면, 이것을 벗으라는 건 유감입니다.]

부르키니는 더운 날씨에 무슬림 여성들도 마음껏 물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자유와 해방의 탈출구를 제공해준 어찌 보면 고맙고 혁신적인 개발품입니다.

게다가 살갗의 접촉이 덜하다는 점에서 비키니나 삼각 수영복보다 훨씬 위생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재질도 일반 수영복과 같습니다.

비위생적이라는 지적이 궁색한 변명으로 들리는 이유입니다.

공공질서를 어지럽힌다는 지적도 수긍하기 어렵습니다.

튀어서 시선을 끌 순 있단 점을 감안해도, 오히려 부르키니는 70년 전 대세였던 수영복 패션과 디자인에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오히려 그 때는 유럽에 처음 등장했던 비키니를 풍기문란이라 비난하더니 이제는 비키니가 공공질서를 지켜주는 전통이고 부르키니는 공공질서를 해치는 해악이라고 부르는 셈입니다.

국제영화제로 유명한 프랑스 칸의 시장은 부르키니를 종교와 연관시키며 종교시설이 테러의 목표가 되는 상황에서 종교를 드러내는 수영복은 입지 말아야 한다고 이야기했는데요, 12년 전 세상에 처음으로 부르키니를 내놓은 한 디자이너에 따르면  자사가 생산한 부르키니의 40%는 비무슬림권에서 팔린다고 합니다.

의외로, 신체 노출을 꺼리거나 피부가 민감해 자외선에 타는 걸 싫어하는 사람들이 부르키니를 찾는다는 얘기입니다.

한마디로, 부르키니를 규제하는 속내는 테러리즘이 곧 이슬람이라는 프랑스인들의 인식을 고스란히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잇단 테러에 치를 떠는 상황에서 이슬람 문화 자체가 프랑스 사회에 두드러지는 게 두렵고 못 마땅하단 거죠.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벌이는 테러가 반이슬람 정서를 부추기면서 결국엔 정치나 외교와 전혀 별개인 일상 생활과 휴양 공간에서조차 이슬람적인 게 도드라지는 걸 차단하려는 현상으로 이어진 겁니다.

정 기자는 부르키니 탄압이 이슬람 혐오주의의 공격으로밖에 비춰지지 않는다고 꼬집었습니다.

시리아의 한 뉴스 사이트가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 IS의 신병들이 이슬람에 대해 얼마나 아는지를 스스로 평가한 문서를 입수해 분석했는데요, IS에 가담한 신병 가운데 70%가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에 대해 기초 수준의 지식만 가지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슬람 사상에 해박하고 몰입돼 있어서 IS에 빠져드는 게 아니라 사회에서 소외되고 경제적으로 박탈된 평범한 무슬림 청년들이 IS 가담자라는 뜻입니다.

프랑스는 이슬람 극단주의가 확산할수록 이슬람만 비난하고 적대시하고 있지만 정작 스스로 무슬림 이민자와 난민, 그리고 비기독교인을 차별하고 억압하며 분열을 조장하고 있는 건 아닌지 깨우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 [월드리포트] '부르키니'가 이슬람 극단주의 상징이라고? - 겁 먹은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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