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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추경 하면 내 살림살이도 나아질까?

[취재파일] 추경 하면 내 살림살이도 나아질까?
추가경정예산안이 발표될 때마다 정부는 ‘꺼져가는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혹은 ‘시급한 민생 안정을 위해’라는 수식어구를 곧잘 쓰곤 합니다. 하지만 추경 문제로 사람들을 만나보면 추경을 민생과 직결시켜 생각하는 사람은 좀처럼 찾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추경했다고 살림살이가 나아지는 것 못 봤다”거나 “없는 사람들에게서 모은 세금으로 있는 사람, 기업들 배만 불리는 것 아니냐”라는 냉소적인 반응도 적지 않습니다.

추경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정부와 여당은 추경은 시기가 중요하다며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입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1조원이라고 하면 아마 11만명에게 1억씩 가는 적지 않은 규모의 예산이다”, “이 가뭄만큼이나 목마름으로 국가 예산을, 예산 갈증을 국민들은 느끼고 있는 것이다”라며 이번 추경이 우리 생활과 직결된 ‘민생 추경’임을 강조했습니다. 

야당은 추경안 통과를 위해서는 제대로 된 청문회가 조속히 성사돼야 한다면서 천문학적 국민 세금이 집행되는 과정에 참여한 당사자들의 해명과 검증 없이 국민 세금만 그대로 지출할 수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야당 역시 추경 자체가 (민생 관련 예산이 제대로 반영됐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하겠지만) 국민 살림살이에 보탬이 될 거라는 전제에는 크게 반론이 없어 보입니다.

추경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체감 지수와 정치권의 평가 사이에 간극이 있어 보이는 대목입니다. 그렇다면 이번 추경안은 민생과 얼마만큼 관계가 있을까요?
● 구조조정 지원 1조 9천억원

먼저 조선과 해운 등 한계 산업의 구조조정을 지원할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자금이 추가로 보급됩니다. 정부의 2016년 추가경정예산 편성안을 보면 정부는 11조원 규모의 추경 가운데 1조 9천억원을 구조조정 지원에 배정했습니다.

이 가운데 1조 4천억원이 산업은행(4천억원)과 수출입은행(1조원)에 현금출자로 집행됩니다. 앞서 정부는 지난 6월 산업·기업 구조조정 추진 계획에 따라 산은과 수은의 자본 확충을 위해 11조 원 규모의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하고, 9월 말까지 수은에 1조원의 현물 출자를 추진하기로 한 바 있습니다.

산은과 수은에 대한 지원 외에도 조선업을 지원하기 위해 선박 건조를 늘리는 등 1천억원의 추경 재원이 투입됩니다. 관공선과 해경 함정, 군함 등 61척을 신규 발주해 '수주 절벽'에 시달리는 중소 조선사들에게 일감을 주는 내용입니다. 이런 물량을 수년에 걸쳐 건조하게 되면 조선업에 약 1조 4천억원의 수입이 발생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정부는 예측하고 있습니다.

● 일자리 예산 1조 9천억원

정부는 총 11조 원 규모인 2016년 추경예산안에서 1조 9천억원을 일자리 창출과 민생안정을 위해 사용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가운데 저소득 취약 계층 생계 안정과 대외 여건 변화에 선제적 대응을 위한 외국환평형 기금 재원 확충 등 9천 억 원을 제외하면 순수 일자리 지원 예산은 1조원 규모에 불과합니다.

정부는 조선업에서 5만 명의 가량의 실업자가 나올 것이라는 업계 전망을 토대로 2천억원을 투입해 4만 9천여 명의 고용 안정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5만명 가운데 20%가량인 핵심 인력은 인력이나 기술 유출의 우려가 있는 만큼 고용을 유지하는데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나머지 4만 여 명의 실직자 중 5년 이상 근무 경험이 있는 숙련 인력은 관련 유사업종에서 대체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며 비숙련 인력은 전직이나 재취업을 촉진하기로 했습니다.

조선업 핵심 인력을 대상으로 하는 고용유지지원금으로 6천명에 468억원을 지원하고, 직업 훈련은 4천명에 86억원을 할당했습니다.
● 지역 경제 활성화 2조 3천억원

지역 경제 활성화에는 2조 3천억원을 투입하기로 했습니다. 우선 지역의 생활밀착형 시설인 하수관거(451억원)와 농어촌 마을 하수도(115억원), 노후저수지(351억원), 연안정비(45억원) 등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예정입니다.

또 세입 부족으로 매년 이월돼온 농어촌구조개선·지역발전특별회계에 총 9천 억 원을 투입해 지방자치단체가 정상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돕기로 했습니다. 대규모 토목공사 등 사회기반시설 투자 대신 지역 단위의 소규모 정비 사업을 벌여 지역 경제를 살리고 민생 안정에도 기여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생각이라고 합니다.

또 조선업 위기로 침체된 지역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 조선업 밀집 지역 관광 산업 육성과 관광 산업 융자 지원 등에도 각각 322억 원과 1천 500억원이 투입됩니다. 조선업 대량 실업 여파가 곧 지역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 등으로 확산될 것에 대비한 지원책도 마련됐습니다. 중소기업 경영애로 완화와 성장 자금 확보 차원에서 경영안정 자금 4천억원, 신성장기반자금 3천억원을 보강하고, 소상공인에게도 경영안정자금·업종전환 소요 자금으로 2천 억 원이 지원됩니다.

●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정부의 발표 내용만 놓고 보면, 민생에 도움이 될 법한 예산들입니다. 하지만 정말 내년도 본예산에 앞서 시급히 편성해 집행해야 할 항목들인지, 경제활성화와 취업 지원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등은 꼼꼼히 따져봐야 할 부분입니다. 

특히,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지원될 거액의 예산 역시, 야당에서 조선해운업 부실과 대규모 구조조정의 원인을 제공한 책임을 규명하지 않고서는 통과시킬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추경안 본회의 처리가 무산된 가장 큰 원인이기도 합니다.

이번 추경안이 민생을 위한 것인지, 정치권의 생색내기인지 국민 개개인이 느끼는 체감은 각자 다를 수밖에 없을지도 모릅니다. 분명한 것은 ‘추경한다고 내 살림 나아진 것 하나 없더라’라는 무관심 혹은 냉소보다는 ‘내 주머니에서 나온 나랏돈이 제대로 쓰이고 있나’ 라는 국민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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