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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195억 달러' IMF 구제금융이 남긴 유산과 교훈

[마부작침] 오늘의 숫자

2001년 8월 23일, 우리 정부는 IMF에 1억 4천만 달러를 상환합니다. 이로써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IMF에게 받은 구제금융 195억 달러를 모두 상환하면서 IMF 사태로 불렸던 외환위기 사태는 공식적으로 종료됐습니다.

태국의 고정환율제 포기에 따른 통화위기가 우리나라로까지 전염되면서 발생한 외환위기. 외환위기 당시 39억 달러에 불과했던 외환보유액은 지난 6월말 기준 3,698억 9천만달러로 세계 7위 규모로 증가했습니다. 과거처럼 외국 돈이 없어서 IMF에 손을 벌려야 하는 상황은 이제 피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IMF 사태가 남긴 생채기는 컸습니다. 한국 경제는 IMF 구제금융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평생 직장이 일반적이었던 IMF 구제 금융 이전. 하지만, IMF 구제금융을 거치면서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에 고스란히 노출된 이후 구조조정은 일상이 됐습니다. 비정규직이라는 새로운 고용 형태가 생기고, 이 숫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한 시기도 이 때입니다.

현재 다른 국가들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높은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율도 IMF 사태가 남긴 유산입니다.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 궁여지책으로 장사를 시작하면서 자영업자 비율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겁니다. 영세 자영업자끼리의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영세 자영업자들이 사회 하층민으로 전락하고 있는 현재의 배경에는 IMF 사태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현재 경제 체계를 낳은 IMF 사태

IMF 사태 이후 기업의 운영 원리, 정부의 운영 방침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IMF 사태 이후 외국 자본에 우리 경제가 개방되면서 외국인들의 한국 증시에 대한 투자가 대폭 증가했습니다. 그리고 주주 가치 극대화가 한국 기업의 최우선 명제가 됐습니다. 이를 위해 인력을 감축해 장부상 이익을 증가시키는 것이 일상화 됐고, 미국식 보상 체계라는 것이 도입 돼 기업체 고위 임원과 일반 직원들 간의 임금 격차가 대폭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IMF의 압박을 받은 정부는 긴축 재정, 균형 재정이 일반화 됐습니다. 경기 부양과 소득 격차 해소를 위해서는 때론 적자 재정을 편성할 필요도 있지만, IMF는 이를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IMF가 경제를 더 악화시키고 빈부 격차를 확대시킨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IMF는 그리스 사태 등이 터진 이후에야 긴축 재정을 강요하는 자신들의 방침이 잘못됐다는 자기 반성을 내 놓고 있습니다.

현재 사회적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빈부 격차, 고용 불안정 등을 낳은 IMF 사태이지만, IMF 사태가 남긴 교훈도 적지 않습니다. 소위 대마불사로 불리며, 무분별한 차입경영이 일반적이었던 기업 운영이 많이 사라진 것이 대표적입니다. 그리고 지도자의 위기 예측 능력과 위기 관리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깨우쳐 줬다는 것도 IMF 사태가 낳은 중요한 교훈입니다. IMF에서 구제금융을 받기 전 김영삼 대통령은 외환위기 가능성을 수 차례 보고 받았지만, 대응책을 제 때 마련하지 못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1년 전, 선진국 클럽인 OECD에 가입했다고 자축하며 대대적인 외환자유화 조치를 시행했는데, 너무 앞선 외환 자유화 조치가 IMF 사태를 불렀다는 평가가 일반적입니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sbs.co.kr)
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분석: 한창진·장동호
디자인/개발: 임송이

※ 마부작침(磨斧作針) :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으로, 방대한 데이터와 정보 속에서 송곳 같은 팩트를 찾는 저널리즘을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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