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패스트푸드점이 아닌 종업원이 서비스하는 식당에서는 통상 음식값의 10~20%를 팁으로 주는 것이 관행입니다. 크레디트 카드로 계산할 경우에는 이처럼 팁으로 주고 싶은 금액을 써 놓으면 나중에 자기 계좌에서 그 만큼이 빠져나가게 됩니다. 그런데 이 식당을 찾은 한 손님은 4백원짜리 음식을 시켜 먹고서 팁으로 55만원이나 남긴 겁니다. 어찌된 일일까요?
이쯤 되면 짐작하셨겠지만 5백달러를 남긴 젊은 여성은 그 할머니의 딸이었습니다. 시몬스가 그 할머니를 채소 가게에서 만났던 전날은 바로 이 여성의 아버지, 그러니까 그 할머니 남편이 세상을 떠난 지 3주기였던 겁니다.
냅킨의 마지막 부분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었습니다. “저희 어머니에게 1년 중 가장 우울한 날을 당신은 가장 행복한 날로 바꿔주셨어요. 그리고 당신은 어머니가 극구 사양하는데도 ‘할머니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우십니다’라면서 채소 값을 대신 내주셨다더군요. 아버지께서 세상을 떠나신 이후, 어머니께서 그토록 환한 웃음을 지으신 것이 처음이었어요.” 4백 원짜리 생수 한 잔을 마시고 55만원의 팁을 남긴 이 여성은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었다’면서 이름 조차 남기지 않은 채 사라졌습니다.
정말 가슴 훈훈해지는 사연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같은 날, 미국 동부 버지니아 주에서는 팁에 얽힌 상반된 사연이 기사로 올라왔습니다. 해리스버그에 있는 한 식당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그리스 음식 전문점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는 새디 엘레지는 중년의 부부 손님을 서비스하게 됐습니다. 점심 식사로 그리스 식 샐러드와 빵 그리고 탄산 음료 두 잔을 주문한 부부는 음식을 먹고는 영수증의 팁 칸에 다음과 같이 적어놓고 사라졌습니다. ‘We only tip citizens.’
이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미국인들이 분노했습니다. 특히, 미국에서 공공연히 또는 드러나지 않게 차별을 받고 있는 이민자들로서는 화가 치미는 일이 아닐 수 없을 겁니다. 엘리지는 말합니다. “이 일로 저는 더 단단한 사람이 될 거에요. 그리고 그런 일이 또 일어나더라도 저를 낙심하게 만들지는 않을 거에요. 저는 좋은 사람이거든요.”
(사진 출처=CN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