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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4백 원짜리 생수 마시고 팁으로 55만 원?

[월드리포트] 4백 원짜리 생수 마시고 팁으로 55만 원?
위 사진은 미국 텍사스 주에 있는 한 식당 테이블에 남겨진 영수증입니다. Amount 라고 쓰여진 부분에 0.37이라고 찍혀 있는데 이는 음식값으로 지불할 돈이 $0.37 즉 37센트로 우리 돈 4백원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그 아래 Tip이라고 쓰여진 부분에 500이라고 펜으로 써 놨는데 이는 팁으로 5백 달러, 우리 돈 55만원을 준다는 뜻입니다.
 
미국에서는 패스트푸드점이 아닌 종업원이 서비스하는 식당에서는 통상 음식값의 10~20%를 팁으로 주는 것이 관행입니다. 크레디트 카드로 계산할 경우에는 이처럼 팁으로 주고 싶은 금액을 써 놓으면 나중에 자기 계좌에서 그 만큼이 빠져나가게 됩니다. 그런데 이 식당을 찾은 한 손님은 4백원짜리 음식을 시켜 먹고서 팁으로 55만원이나 남긴 겁니다. 어찌된 일일까요?
이 식당에서 일하는 종업원 32살의 케이시 시몬스는 지난 화요일 한 젊은 여성 손님을 맞았습니다. 손님은 메뉴를 보더니 가장 싼 것을 주문했는데 바로 ‘생수’였습니다. 이 손님은 한동안 테이블에서 물을 마시면서 식당 냅킨에 뭔가를 적었고 생수 값을 크레딧 카드로 계산하더니 홀연히 사라졌습니다. 그녀가 떠나고 난 테이블 위에는 앞서 보신 것처럼 5백달러의 팁과 함께 냅킨에 빼곡히 적은 편지가 한 통 놓여 있었습니다.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바로 전날, 시몬스는 근처에 있는 채소 가게에서 물건을 산 뒤 계산대 긴 줄 끝에 섰습니다. 그런데 줄 옆에 한 할머니가 매우 우울한 표정으로 망연하게 서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무심하게 그 할머니를 지나쳤지만 시몬스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할머니에게 ‘무슨 일이 있느냐?’, ‘뭐 도와드릴 일이 있느냐?’고 상냥하게 물었는데 할머니는 그저 묵묵부답이었습니다. 시몬스는 그런 할머니를 위해 재미있는 농담도 건넸고 그 할머니가 산 채소 값 17달러도 대신 내드렸습니다.
 
이쯤 되면 짐작하셨겠지만 5백달러를 남긴 젊은 여성은 그 할머니의 딸이었습니다. 시몬스가 그 할머니를 채소 가게에서 만났던 전날은 바로 이 여성의 아버지, 그러니까 그 할머니 남편이 세상을 떠난 지 3주기였던 겁니다.
 
냅킨의 마지막 부분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었습니다. “저희 어머니에게 1년 중 가장 우울한 날을 당신은 가장 행복한 날로 바꿔주셨어요. 그리고 당신은 어머니가 극구 사양하는데도 ‘할머니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우십니다’라면서 채소 값을 대신 내주셨다더군요. 아버지께서 세상을 떠나신 이후, 어머니께서 그토록 환한 웃음을 지으신 것이 처음이었어요.” 4백 원짜리 생수 한 잔을 마시고 55만원의 팁을 남긴 이 여성은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었다’면서 이름 조차 남기지 않은 채 사라졌습니다.
 
정말 가슴 훈훈해지는 사연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같은 날, 미국 동부 버지니아 주에서는 팁에 얽힌 상반된 사연이 기사로 올라왔습니다. 해리스버그에 있는 한 식당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그리스 음식 전문점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는 새디 엘레지는 중년의 부부 손님을 서비스하게 됐습니다. 점심 식사로 그리스 식 샐러드와 빵 그리고 탄산 음료 두 잔을 주문한 부부는 음식을 먹고는 영수증의 팁 칸에 다음과 같이 적어놓고 사라졌습니다.  ‘We only tip citizens.’
다시 말해서 ‘우리는 미국인에게만 팁을 줍니다.’라고 적어놓은 겁니다. 엘리지는 중남미 계였던 겁니다. “저는 멕시코와 온두라스의 피가 섞여 있지만 분명 미국에서 태어난 미국 시민권자에요. 그 부부는 주문한 이후에 한번도 제게 말을 하지 않았어요. 음식이 마음에 드느냐?고 물었을 때도 그저 고개만 끄덕였죠.”
 
이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미국인들이 분노했습니다. 특히, 미국에서 공공연히 또는 드러나지 않게 차별을 받고 있는 이민자들로서는 화가 치미는 일이 아닐 수 없을 겁니다. 엘리지는 말합니다. “이 일로 저는 더 단단한 사람이 될 거에요. 그리고 그런 일이 또 일어나더라도 저를 낙심하게 만들지는 않을 거에요. 저는 좋은 사람이거든요.”  

(사진 출처=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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