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트+] 만난 적도 없는데 "반했어요"…SNS 스토킹 '공포'

윤영현 기자 yoon@sbs.co.kr

작성 2016.08.16 13:00 수정 2016.08.16 16:4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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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리포트+] 만난 적도 없는데 "반했어요"…SNS 스토킹 공포
“나는 스토킹 피해자입니다. 나는 같은 사람에게서 555통의 문자를 받았습니다. 소개팅하자는 문자였죠. 그 사람은 자신의 SNS에 내 사진과 신상을 공개하며 나를 찾아달라는 게시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내 집 주변 공사 현장에는 나를 찾는다는 글귀를 청테이프로 남겼죠.”

“내가 무시하자 두 차례에 걸쳐 직장으로 찾아왔습니다. 직장 동료들 앞에서 소란을 피우며 드러눕기까지 했죠. 동료들이 경찰에 신고를 했고, 그 사람은 체포됐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그 사람은 나를 SNS로 처음 알게 됐고, 소개팅은 허울일 뿐 나와 연애를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스릴러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이 사건은 지난 1월부터 지속된 일입니다. 이 남성은 정보통신망법 위반과 건조물침입 혐의로 체포돼 구속됐습니다.

남성은 피해 여성에게 SNS를 통해 접근했죠. 7개월에 걸친 스토킹 끝에 직장까지 찾아와 소란을 피우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겁니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6월 피해 여성이 경찰에 신고한 뒤, 남성의 스토킹은 더 심해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누구나 스토킹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과거 스토킹은 피해 대상이 주로 연예인과 같은 공인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엔 일반인들도 범죄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는 SNS가 있습니다. 각종 SNS와 즉석 만남 어플리케이션이 활성화되면서 일면식도 없는 사람과 쉽게 만날 수 있게 된 겁니다.

월간 사용자 수가 17억 명에 달하는 페이스북과 국내 사용자만 600만 명을 돌파한 인스타그램에는 모두 메시지 전송 기능이 있습니다. 해당 기능을 사용하면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용자에게도 손쉽게 연락을 취할 수 있는 것이죠.

문제는 이런 편리한 기능에도 역기능이 있다는 겁니다. 모르는 사람이 친구 신청을 하는 일은 아주 흔합니다. 계정 주인에게 관심이 있다며 메시지를 보내기도 하죠.

답변을 하지 않고 만나자는 제안을 거절하면 욕설을 보내거나 협박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현행법상 스토킹은 경범죄처벌법에서 '지속적 괴롭힘'으로 표현되는데, 이런 지속적인 괴롭힘이 SNS를 통해 일상에서 쉽게 자행되고 있는 겁니다.
● 무시무시한 집착, 벌금은 10만 원

전문가들은 스토킹이 단순한 괴롭힘의 수준을 넘어 흉악 범죄의 전조 증상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협박이나 강요로 시작한 스토킹이 극단적인 범죄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기 때문입니다.

2014년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민우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스토킹 피해 토론회'에 발표된 조사를 보면, 240건의 스토킹 피해 상담사례 중 직접적인 상해·살인미수·감금·납치 등 강력 범죄에 해당되는 사례는 51건(21%)에 달했습니다.

지난 4월 서울 가락동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도 스토킹에서 비롯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가해 남성은 과거 연인이었던 피해 여성을 찾아가 지속적으로 괴롭혔고, 피해자가 받아주지 않자 살해한 것이죠.

2013년엔 스토킹 피해를 경찰에 신고한 것에 앙심을 품은 남성이 피해 여성을 보복 살해했습니다. 같은 해 5월엔 스토킹 가해자로부터 도망치던 10대 여성이 엘리베이터 통로로 떨어져 숨지는 사건도 있었죠.

스토킹에 대한 제재 규정은 2013년 3월부터 시행 중인 ‘경범죄처벌법’이 유일합니다. 하지만 처벌은 최대 10만 원 이하의 범칙금, 구류 또는 일정 재산을 납부하게 하는 과료형이 전부죠.

처벌 대상이 되는 기준도 까다롭습니다. 3회 이상 이성 교제를 요구해야 하고, 신고를 당했음에도 지켜보거나 따라다니는 행위를 반복해야 처벌됩니다. 행위가 반복된다 해도 명시적 거절 의사표현이 없었으면 처벌할 수 없습니다.
● 외국에선 가볍지 않은 범죄

선진국에서는 스토킹 행위에 중형을 선고하고 있습니다. 스토킹을 중범죄로 여기는 인식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죠. 미국은 1990년대부터 스토킹을 처벌해왔습니다.

미국의 모든 주가 반스토킹법을 제정했고, 1998년부터 인터넷을 통한 스토킹도 처벌대상에 포함되었죠. 주에 따라 기준은 다르지만 2~4년의 징역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만약 스토킹이 다른 범죄로까지 이어진다면 추가 형량을 받을 수 있습니다.

독일 역시 2001년부터 스토킹을 강력하게 처벌했습니다. 이후에도 법을 개정해 처벌 수위를 높여왔죠. 2007년에는 '스토킹 범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을 별도로 만들었습니다. 이 법은 가까이 접근하는 행위와 전화로 연락을 취하는 것도 모두 스토킹으로 간주합니다. 신체나 정신 건강에 해를 끼쳤다고 판단되면 3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 선고됩니다.

가까운 나라 일본도 2000년부터 스토킹 규제법을 제정해 징역 1년 이하, 벌금 1,000만 원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스토킹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이 18년 째 국회 문턱을 넘는데 번번이 실패하고 있습니다. 19대 국회에서 3건이 발의됐지만 계류됐고, 15대 국회 때부터 관련 법안이 7건 발의됐지만 모두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철회되거나 폐기됐습니다. 스토킹이라는 행위를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는 문제 제기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기획·구성: 윤영현, 장아람 / 디자인: 임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