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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만취 여성 성폭행하고도 고작 2년형…유학 무죄, 무학 유죄?

[월드리포트] 만취 여성 성폭행하고도 고작 2년형…유학 무죄, 무학 유죄?
지난 2014년 3월, 대학생 오스틴 제임스 윌커슨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알고 지내온 여성과 파티에서 술을 함께 마셨습니다. 여성이 심하게 취하자 윌커슨은 그녀와 함께 있던 친구들에게 그녀를 집에 바래다주겠다고 말한 뒤 자기 차에 태웠습니다. 그녀를 잘 챙겨줘서 고맙다는 친구들의 인사를 뒤로 한 채 윌커슨이 그녀를 태우고 향한 곳은 자신의 기숙사였습니다. 
기숙사에 들어와서 윌커슨은 그녀에게 물을 주고 맥박도 짚어봤습니다. 바로 옆에 다른 기숙사 친구들이 있었던 겁니다. 그 친구들이 각자 방으로 돌아가자 윌커슨은 갑자기 돌변했습니다. 기절하다시피 만취해 쓰러진 그녀를 무자비하게 성폭행하기 시작했습니다. 무의식 중에 그녀가 소리를 지르며 거부했지만 윌커슨은 그런 그녀의 입을 막고 강제로 그녀를 짓밟았습니다. 그리고 그녀를 잘 바래다 줬는지 묻는 친구들의 전화에 ‘걱정하지 말라’며 태연하게 응답했고 고맙다는 인사까지 받았습니다. 죄책감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행동이었습니다. 

나중에 체포돼 재판정에 서게 된 윌커슨은 ‘그녀는 당시 전혀 취하지 않았고 오히려 열정적으로 그를 받아들였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리고는 ‘다만, 그녀와 애무를 주고받는 동안 불현듯 여자 친구 얼굴이 떠올라 도저히 성관계를 가질 수 없어서 그만뒀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여성의 몸에서 윌커슨의 정액이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조사 결과 그는 사실상 유사 성행위를 통해 그녀의 의지에 반해서 성폭행한 사실이 인정됐습니다.


"피고인은 만취해 아무 저항도 할 수 없는 젊은 여성을 무자비하게 성폭행했습니다. 그리고 그녀 친구들에게 마치 그녀를 잘 돌본 양 거짓말을 함으로써 자신의 범죄를 은폐하려 했습니다. 게다가 재판정에서 진실만을 말하겠다는 맹세를 헌신짝처럼 저버리고 거짓말로 일관했습니다." 검사 측 말입니다. "미국 여대생의 28%가 캠퍼스에서 성적으로 공격 당한 적이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는 만큼 피고인에게 매우 엄중한 형벌을 줌으로써 사회에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그런데 재판을 맡은 패트릭 버틀러 판사는 윌커슨에게 불과 징역 2년형을 선고했습니다. 그것도 'work release'(노동 석방)라는 조건이 붙은 2년형이었습니다. 'Work release'란 학생의 경우 낮 동안에 수업을 받고 (근로자의 경우는 낮 동안 직장 일을 하고) 밤에만 감옥으로 와 잠자는 것을 말합니다. 다만 20년 동안 성범죄자로 등록하는 보호관찰 처분이 덧붙여지긴 했지만 성폭행범에게는 징역 4년에서 최대 20년형까지 선고할 수 있는 법정 형량에 미치지 못하는 선처입니다.
 
버틀러 판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솔직히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 청년을 감옥에 보내야 할까? 물론 윌커슨은 처벌받아 마땅하지만 우리 모두 그가 나중에 사회에 다시 나와 재활할 수 있는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성폭행하고도 6개월형을 받아 논란이 됐던 스탠퍼드 대학생 브룩 터너
얼마 전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 재학생 브룩 터너가 여성을 성폭행하고도 6개월형을 선고 받아 이른바 ‘명문대생 봐주기 논란’이 거세게 일었던 적이 있습니다. 이번 윌커슨 판결에 대해 시민단체인 CCASA (성범죄에 반대하는 콜로라도 연합)는 이런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우리는 또 한번 실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성폭행범에 대해 관대하게 처벌하는 것은 그 성폭행범에게 무참하게 짓밟힌 성폭행 피해자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행위에 대해 이렇게 관대하게 계속 대하게 된다면 우리 사회에는 다른 사람의 의지나 생각과 상관없이 자기 하고 싶은 대로 상대를 성적으로 유린하는 일이 만연하게 될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원래 성 범죄자에게 매우 엄격한 처벌을 내립니다. 10년형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 받는 사례가 부지기수입니다. 특히, 흑백간 차별이 잔존하는 현실에서 흑인 남성이 백인 여성을 성폭행할 경우 더 무거운 형벌이 내려지고, 배우지 못한 흑인 남성이 여대생을 성폭행하면 더더욱 무거운 징벌이 내려지는 경우를 적잖이 목격하게 됩니다.

그런데 최근 미국 명문대 남학생들의 성폭행에 대해 고작 6개월형이나 또는 노동 석방까지 덧붙인 2년형이라는 가벼운 형량이 선고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물론 값비싼 변호사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일 겁니다. ‘유전 무죄, 무전 유죄’란 말도 있습니다만 미국에서는 지금 ‘유학무죄, 무학유죄’라는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는 현실입니다. 
 
사진 =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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