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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정부가 망각한 화해의 조건…40명의 생존자

[마부작침] 오늘의 숫자

"제 인생은 열여섯 꽃다운 나이로 끝났습니다. 지금도 이렇게 시퍼렇게 살아있는 것은 피 맺힌 한을 풀지 못해서 입니다. 내 청춘을 돌려주십시오."

1991년 8월 14일, 한 할머니가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담담한 표정으로 이어간 이 할머니의 이야기에 우리나라는 물론 국제 사회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 기자회견을 계기로 숨겨졌던 실상이 속속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기자회견을 한 사람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학순 할머니였습니다. 기자회견은 소문으로만 떠돌던 일본군 위안부의 피해 실태에 대한 최초의 공개 증언장이었습니다. 이후 위안부 피해 증언들이 잇따르면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국제적인 이슈로 부각됐습니다. 2012년 12월 '제 11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아시아 연대회의'는 김학순 할머니가 기자회견을 한 8월 14일을 '세계 위안부의 날'로 지정했습니다.

김학순 할머니의 기자회견이 있던 때로부터 25년이 흘렀습니다. 하지만, 위안부 피해자들은 아직 일본 정부의 사과를 받지 못 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현재는 용서를 강요받고 있습니다.

●'화해와 치유'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지난해 정부는 일본 정부와 위안부 문제를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양국 외교장관의 발표에 일본 정부의 책임 인정과 사과는 없었습니다. 졸속 합의라는 비판이 거세지자 박근혜 대통령은 위안부 피해 생존자가 46명 밖에 남지 않은 현실을 고려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정부가 고려했다는 위안부 피해 생존자들은 양국의 합의에 반대했죠.

그리고 또 7개월이 지나 위안부 피해 생존자가 40명으로 줄어든 지난달, 한일 양국 간 합의의 후속 조치로 재단을 설립했습니다. 재단 이름은 '화해·치유 재단' 입니다. 누구와 누구의 화해를 위한 것이고, 누구의 상처를 치유하겠다는 걸까요? 그리고 왜 '화해'가 '치유' 앞에 가 있는 걸까요? 

정부가 위안부 피해 생존자와 일본 정부의 화해를 의도한 것이었다면 크게 착각하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화해는 가해자의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피해자의 가해자에 대한 용서가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피해자가 가해자를 용서하기 위해서는 먼저 아픔이 충분히 치유되고 나서야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위안부 피해 생존자들은 "재단이나 돈 다 필요 없다. 일본 정부의 사죄를 받고 싶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sbs.co.kr)
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분석: 한창진·장동호
디자인/개발: 임송이

※ 마부작침(磨斧作針) :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으로, 방대한 데이터와 정보 속에서 송곳 같은 팩트를 찾는 저널리즘을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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