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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또 말 뒤집은 박근혜 대통령, 또 포함된 기업인…96번째 특사


대통령 특별사면이 발표됐습니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96번째 특사입니다. 이번 특사 역시 "부정의한 형사판결을 교정해 사회정의를 세운다"는 특사의 존재 가치는 무색해졌고, 법치주의를 훼손한 특사라는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오늘 오전 박현웅 법무부장관은 박근혜 대통령이 재가한 특사 명단을 발표했습니다. 대선 후보 당시 기업인 특사를 두고 "한번 형을 받았으면 없던 일이 된다든가 이런 것이 없게끔 법치가 확립되는데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며 기업인 사면에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던 박근혜 대통령은 또 다시 자신의 말을 뒤집었습니다. 지난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이어 이번 특사에 이재현 CJ 그룹 회장을 포함시킨 겁니다.

360억원대 조세포탈 및 횡령을 저지른 이 회장은 전형적인 기업범죄자입니다. 이 회장은 징역2년6월의 실형이 확정됐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구속집행정지를 반복해 실제 수감기간은 107일에 불과합니다. 특히 이 회장은 거액을 들여 매머드급 변호인단을 꾸리고 억울함을 호소하며 재판에 적극적이었는데, 돌연 지난달 재상고를 포기했습니다. 검찰 역시 재상고를 하지 않으면서 특사를 두고 재벌과 청와대 사이에 사전교감까지 있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습니다.(관련 기사: 특별사면 ① '평균 2년'…"반성할 시간도 주지 않는 특사" /   특별사면② 특별사면 효과 'zero'…경제살리기 커녕 재범만 조장/   특별사면③청와대 들러리…편파일색 사면심사위 /   특별사면④ '비판·반성 부족' 사면 거부하는 해외 대통령…우리는?)

이 회장은 박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유죄 확정 25일만에 형집행은 물론, 범죄자에게 부과되는 권리나 자격 제한 역시 면제받게됐습니다. 정부는 이 회장 특사에 대해 "국민 화합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국가경제와 사회에 기여한 공로를 고려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회장은 경제 질서를 교란시키고, 회삿돈을 사적으로 사용해 처벌받았습니다. 한 마디로 '경제와 사회'에 피해를 줬기에 형사처벌을 받은 겁니다. 기업 오너의 반복된 기업범죄, 그리고 또 다시 반복되는 특별사면. "특사가 경제를 망치고 기업을 망하게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SBS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이 노태우 정부 이후 권력층 특별사면 666건을 분석한 결과, 권력층이 유죄확정부터 특사를 받기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2년이었습니다. 죄를 지어도 반성할 틈도, 형벌의 무게감도 느끼지 못한 채 속전속결로 사면을 받은 겁니다. 대통령은 사회정의와 법치주의를 수호할 의무가 있습니다. 특히 박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법치주의 확립을 강조해왔습니다. 이번 특별사면을 두고 "법치주의를 바로 세웠고, 사회정의가 확립됐다"고 느끼는 시민들은 얼마나 될까요? 

권지윤 기자 (legend8169@sbs.co.kr)
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분석: 한창진·장동호
디자인/개발: 임송이

※ 마부작침(磨斧作針) :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으로, 방대한 데이터와 정보 속에서 송곳 같은 팩트를 찾는 저널리즘을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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