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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깜짝 자진판매 중단, 폭스바겐 꼼수 통했다


환경부가 시험성적서를 조작한 폭스바겐에 대해 과징금 178억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최대 천 억 원 수준의 과징금 폭탄이 떨어질 것이라는 세간의 관측과는 상당한 격차입니다. 환경부는 폭스바겐의 자진 판매 중단 조치 때문에 과징금 규모가 줄어들었다고 밝혔습니다.

환경부가 과징금 축소 이유로 든 폭스바겐의 자진 판매 중단조치는 지난달 25일 시작됐습니다. 바로 전주 목요일 밤, 딜러들에게 급작스럽게 통보된 자진 판매 중단 조치였습니다.

폭스바겐의 자진 판매 중단 조치에 대한 눈길은 곱지 않았습니다. 갑작스러운 판매 중단 조치에는 꼼수가 있을 것이라는 의심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의심에는 배경이 있었습니다. 판매 중단 조치가 시작된 지난달 25일은 환경부의 폭스바겐에 대한 청문회가 예정돼 있었습니다. 환경부는 청문회 이후 폭스바겐에 대한 제재 수준을 결정하겠다는 방침이었는데, 폭스바겐이 자진해서 판매 중단하는 모양새를 취함으로써 환경부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고 제재 수준을 낮추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었습니다.

또 하나의 배경은 과징금이었습니다. 지난달 28일부터 시행된 개정 대기환경보전법은 인증 기준을 어긴 차종 하나에 대해 최고 100억 원의 과징금을 물릴 수 있게 했습니다. 종전 10억 원보다 대폭 강화된 액수입니다. 인증 기준을 어긴 폭스바겐 차량은 32종. 개정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르면 산술적으로 과징금은 3,200억 원입니다. 매출의 3% 이내로 제한하는 과징금 상한 규정을 따르더라도 과징금은 천 억원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예측은 지난달 28일 이후 시행된 개정 대기환경보전법을 적용할 때 가능합니다. 법 적용 시점이 7월 28일 이전이라면 과징금은 대폭 줄어듭니다. 때문에 자동차업계에서 폭스바겐의 자진 판매 중단 조치가 과징금을 줄이기 위한 꼼수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법 적용시점을 7월 28일 이전인 7월 25일로 하기 위해 선수를 쳤다는 것이었습니다. 어차피 판매 중단 조치가 예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일주일 정도 먼저 판매 중단 조치에 들어가고, 과징금을 대폭 깎을 수 있다면 훨씬 남는 장사라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일각에서는 우리 환경부가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대응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미국 소비자들에게는 즉각적이고 대폭적인 보상안을 발표하면서 한국 소비자들에게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폭스바겐에 성난 여론, 오만한 기업에 화가 난 국민의 마음을 우리 환경부도 외면하지는 못 할 것이라는 기대였습니다.

● 폭스바겐 꼼수 통했다…과징금 대폭 감경

하지만, 결국 환경부는 폭스바겐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환경부는 폭스바겐 측이 7월 28일 이전에 자발적으로 판매를 중지할 경우 개정된 법률에 의한 상한액을 적용하기 곤란하다는 법률 자문에 따라 개정된 대기환경보전법이 아닌 종전의 법을 적용했다고 밝혔습니다. 그 결과 개정된 법을 적용하면 680억 원이었을 과징금이 178억 원으로 감경되었다고 밝혔습니다. 

국민 감정과 법 적용. 둘은 엄격히 분리되어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국민 감정에 따라 법을 적용하는 것은 여론 재판으로 흐를 위험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 감정은 국민 감정대로, 법은 법대로 식의 기계적인 자세로 범죄를 처벌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법을 집행하고 정부가 문제가 있는 사기업(사람)을 엄벌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접근할 때, 문제의 실체에 더 접근하고 그만큼 교정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기업(사람)은 문제를 일으키고도 법을 회피할 수 있는 수단만 찾기 마련입니다.

7월 25일 갑작스럽게 자진 판매 중단에 들어간 폭스바겐, 그리고 그것을 인정해 과징금을 경감한 환경부. 폭스바겐과 환경부에게 국민 감정과 법은 어떤 의미였을까요?

권지윤 기자 (legend8169@sbs.co.kr)
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분석: 한창진·장동호
디자인/개발: 임송이

※ 마부작침(磨斧作針) :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으로, 방대한 데이터와 정보 속에서 송곳 같은 팩트를 찾는 저널리즘을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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