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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경찰 들이닥친 유명 성형외과, 대체 무슨 일이?

[리포트+] 경찰 들이닥친 유명 성형외과, 대체 무슨 일이?
서울 강남 한복판에 솟은 지상 15층짜리 빌딩. 임대료만 해도 어마어마한 빌딩에서 무려 9개 층을 쓰고 있는 성형외과가 있습니다. 전문의 14명에, 직원만 160여 명이 일하는 대형병원입니다. 일류 기자재가 쓰인 VIP 수술실과 VIP 라운지를 따로 둔 것은 물론, 가슴체형센터나 수술 후 케어센터까지 별도로 마련했습니다.

이처럼 최고의 의료진과 시설을 완비한 덕분에 해외에도 유명세를 탔습니다. ‘의료 관광’을 위해 멀리서 찾아오는 외국인도 많아졌습니다. 전체 매출의 70%를 외국인 환자가 차지한다고도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 병원에 갑자기 경찰이 들이 닥쳤습니다. 6백 명이 넘는 환자 진료 기록은 물론, 영수증과 회계 장부까지 압수해갔습니다. 그리고 지난 21일, 의사와 병원 직원 42명을 입건하고, 병원 대표에 대해서는 구속영장까지 신청했습니다. 성형 환자들로 북적였던 유명 병원에서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 (병원비 결제하는 중국인 여성 환자의 상황) 
성형수술을 마친 중국인 여성 환자가 병원 데스크로 갑니다. 수술비를 결제하기 위해서죠. 이때 간호사가 중국어로 묻습니다. “고객님, 현금으로 결제하실 건가요?” 여성 환자는 2천만 원이 넘는 수술비를 어떻게 결제할까 잠시 고민하더니 카드를 꺼냅니다. 그녀가 내민 카드는 중국에서 발급받은 신용카드입니다. 간호사 얼굴에는 난처한 기색이 살짝 스쳤지만, 이내 상냥한 표정을 짓고 카드 단말기를 꺼냅니다. 여성 환자는 중국어가 찍힌 카드 영수증을 확인하고는 유유히 병원을 나섭니다.》

특별한 게 없어 보이는 위의 상황에서 사실, 범죄의 장면이 숨어 있습니다. 바로 ‘탈세’입니다. 병원은 보이지 않는 꼼수로 외국인 환자들로부터 벌어들인 매출을 숨겼던 것이죠.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무려 100억 원대의 세금을 탈루했습니다. 병원은 카드 단말기를 통해 병원비를 결제했으므로 분명히 기록이 남을 텐데, 어떻게 그 많은 돈을 탈루할 수 있었던 걸까요?

그 비밀은 바로 ‘카드 단말기’에 있었습니다. 과거 이 성형외과에서 일했던 직원은 카드 결제하려는 중국인 환자에게 ‘특별한 단말기’를 꺼냈다고 털어놨습니다.
[ 전 성형외과 직원 ]
“보통 정상적인 카드 단말기를 꺼내놓고 영업을 하죠. 그러다가 중국인 환자가 중국 카드로 결제를 원하면, 병원 대표의 친인척 직원이 다른 층으로 가서 가방에 싼 불법 단말기를 들고 와요. 그리고는 데스크 밑에서 잭을 불법 단말기에 꽂고 정상적인 것처럼 위에 올려놓죠. 그다음 중국인 환자한테 카드를 받아서 결제합니다.”

이 수상한 단말기로 결제하면, 돈은 중국 상하이에 있는 모 가맹점으로 넘어갑니다. 하지만, 이 가맹점은 성형외과가 탈세를 위해 중국에 미리 차려놓은 위장 업체, 일종의 ‘페이퍼 컴퍼니’입니다. 이 과정에서 매출은 중국에서 발생하므로 국내에는 세금을 한 푼 내지 않아도 됩니다.

당시 병원의 외국인 환자 매출은 하루 2~3억 원 가량으로, 외국인 90%가 중국인이었습니다. 중국인 환자는 한국인보다 세 배에서 많게는 다섯 배까지 더 받았습니다. 1인당 병원비는 2천만 원이 넘었죠.

전 직원은 중국 카드를 국내 단말기로 결제하면 매출이 국세청에 노출될 뿐만 아니라, 결제 비용의 50%를 카드사 등에 수수료로 떼인다고 설명했습니다. 탈세뿐 아니라, 수수료도 절감하려고 일부러 중국으로 돈이 빠져나가는 불법 단말기를 병원에 설치했다는 것이죠. 그러면서 그는 불법 단말기를 가져온 ‘제3의 검은 세력’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 전 성형외과 직원 ]
“그런 불법 단말기는 병원이 알고 하는 게 아니에요. 오히려 그런 일을 주로 하는 환전상들로부터 제안이 들어옵니다. 병원마다 돌아다니면서 이런 방법이 있다고 알려주고 영업하죠.”

불법 단말기를 통해 중국으로 빠져나간 돈은 국내 환전브로커에게 입금됩니다. 환전브로커는 15% 정도의 수수료를 뗀 뒤 병원에 현금으로 줬습니다. 병원 입장에서 50% 수수료와 세금을 내느니 불법이더라도 환전브로커에게 15% 수수료만 주는 편이 훨씬 이득이죠.

병원은 이중장부까지 써가면서 중국으로 빼돌린 매출을 꼭꼭 숨겼습니다. 완전 범죄로 끝날 뻔한 병원의 탈세 비리는 ‘매출 일계표’ 때문에 탄로 났습니다. 매출 일계표에는 병원에서 발생한 진료와 수술 기록이 모두 담겨 있었습니다. 탈세 비리 제보를 받고 병원을 수사하던 경찰은 매출 일계표를 들여다보다가 비리의 단서를 발견했던 것입니다.

[ 이성훈 / 서울 강남경찰서 경제범죄수사팀 ]
“환자 진료차트를 압수했고, 매출 일계표상의 기록을 대조했더니 상당 부분이 누락됐음을 인지했습니다. 특히 외국인 환자들의 차트가 거의 없어졌기 때문에 거기서 탈세가 있었을 것으로 보고….”

양심 대신 돈을 선택한 의사들은 하루아침에 범법자로 쇠고랑을 차게 됐습니다.

기획·구성 : 임태우·김다혜 / 그래픽 : 임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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