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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IS의 소행이라고?…프랑스 성당 테러에 대한 다른 생각

[월드리포트] IS의 소행이라고?…프랑스 성당 테러에 대한 다른 생각
프랑스 남부의 니스 해변에 이어 북부의 성당에서 벌어진 테러로 유럽이 다시 공포에 휩싸였습니다.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 IS가 서방에 대한 첫 종교시설 테러를 자행했다는 점이 크게 부각되고 있습니다.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IS와의 전쟁에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싸우겠다"고 천명했습니다.

한국 언론은 한술 더 떠서 '종교 전쟁'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성당 테러 이후 벌어지는 일련의 현상에 대해 개인적으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글을 씁니다.

● IS가 정말 관여했나?

프랑스는 이번 테러를 "IS 조직원 2명이 벌인 테러"라고 규정지었습니다. 그런데, 범인들이 IS에 충성을 맹세했고, 그 중 한 명은 IS에 가담하려다 두 번이나 붙잡힌 경력이 있다는 것 말고는 이들이 정말 IS의 조직원인지는 어디를 찾아봐도 뚜렷한 증거가 없습니다.

단 한 곳, IS의 아마크 통신이 테러범들을 자신의 조직원이라고 지칭하며 범행의 배후를 주장했습니다. 그것도 프랑스 당국이 IS의 테러라고 공식 발표한 뒤에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발표했습니다. 최근 들어 IS의 전형적인 '숟가락 얹기'식 배후 주장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듭니다.

외로운 늑대가 범행을 저지르기 직전이나 직후 IS에 충성을 맹세하면, IS는 마치 자신의 조직원이 그런 것처럼 순교자로 받아주면서 IS 자신들의 테러로 손 안대고 코 푸는 거죠.

제 개인적인 생각에 IS가 지시하거나 기획한 테러이고, 이들이 IS 조직원이라면 지방의 소도시 말고 선전효과가 큰 대도시나 큰 성당을 노리지 않았을까요? 물론 IS가 줄곧 성당과 같은 종교시설을 공격하라고 추종자들에게 부추겼으니 IS의 지시에 의한 것이다라고 하면 할 말은 없습니다.

● 성당이 공격받았다고 '종교전쟁' 비화?

결론부터 말하자면 '성당이니 종교니'에 너무 얽매이지 맙시다. 기독교(카톨릭을 지칭합니다.)와 사제가 공격 받은 건 큰 충격이지만, 여기에 집착하고 더 큰 의미를 부여할수록 IS 좋은 일만 시켜주는 겁니다.

IS는 자신이 이슬람의 종말론에 등장하는 '최후의 전쟁'(이교도와 전쟁)을 치르는 장본인들이라고 믿습니다.  자신들과 국제동맹군의 충돌을 기독교 대 이슬람의 종교 전쟁으로 포장합니다. 그래야 자신의 싸움이 '성전'이 되기 때문입니다.

IS는 애초부터 자신의 적은 모두 '이교도'이고, 서방은 전부 '십자군 동맹'으로 지칭합니다. 그래야, 서방에 있는 무슬림과 기독교인들간 대립과 갈등을 조장해서 사회적 반목과 혼란을 더 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방에서 반 이슬람 정서의 극우파 목소리는 더 커질 것이고, 이민자 출신 무슬림은 더 쉽게 IS의 극단주의 사상에 빠져들 수 있을 겁니다.
현지 언론은 물론 전세계 언론은 이번 테러가 작정하고 기독교 시설과 성직자를 노렸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서방의 기독교가 처음으로 IS에게 상처를 입은 점을 강조합니다.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IS에겐 성당을 공격하든 극장을 공격하든 아니면 식당을 공격하든 똑같은 의밉니다. 어차피 어딜 공격하나 '이교도'와 '십자군'에 단죄를 내리는 겁니다. 이번 성당도 IS가 노리는 여러 공격 목표 중 하나일 뿐입니다. 그 목표는 학교도 병원도 공원도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성당이 공격받았다고 더 큰 충격에 휩싸이고 더 흥분한다면, 그건 IS와 그 추종세력에게 '아, 종교시설을 공격하면 더 놀라고 공포스러워하는 구나'라는 인식을 줄 뿐입니다. 오히려 성직자와 종교시설에 대한 추가 공격을 스스로 부추기는 꼴이 될 수 있습니다.

IS에게 금기 대상은 없습니다. IS가 발호한 초기에 여성을 죽이면 천국에 갈 수 없다는 믿음 때문에 쿠르드 여전사를 보면 일부러 교전을 피했다는 말도 있지만, 테러 대상에 예외는 없습니다. IS는 이라크와 시리아, 사우디, 예멘 등지에서 시이파 성지며 이슬람 사원이며 가리지 않고 테러를 저지르고 폭파를 했습니다.

같은 이슬람에게도 그토록 무자비한 IS에게 서방의 성직자나 교회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습니다. 리비아 지중해변에서 아무 죄 없는 이집트의 콥트교도 20여명을 참수한 IS입니다. IS 눈에는 나이트클럽이나 교회나 똑같이 단죄할 이교도의 소굴일 뿐입니다.

● 올랑드의 착각, IS가 아닌 이슬람 극단주의와 싸워라

테러 직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법을 지키면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IS와 전쟁을 벌여야 한다" 강조했습니다. 프랑스는 이라크내 IS에 대해서만 공습에 가담하다가 지난해 파리 테러를 당한 뒤 시리아내 IS에 대한 격퇴전에 가담했습니다.

어느 나라에 제 3국이 군사 개입을 하기 위해선 국제법상 해당국의 요청이나 유엔 같은 국제기구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는 명분 때문에 그동안 시리아에 대해서 군사개입을 하지 않다가 파리 테러 직격탄을 맞은 다음에 행동에 옮긴 것이죠.

올랑드는 이번에 다시 'IS와의 전쟁'을 선포한 셈입니다. 그렇다고 프랑스가 대규모 지상군을 IS 격퇴전에 파병할 것도 아닙니다 공습 횟수를 좀 더 늘릴 수준이겠죠. 좋습니다. 올랑드 말대로 모든 수단을 동원해 IS와 전쟁을 벌여서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IS를 박멸했다고 칩시다. 그런다고 프랑스에서 테러가 사라질까요? IS가 사라질까요? IS란 이름은 사라질 지 몰라도 그 동안 IS라는 옷을 입고 있던 이슬람 극단주의는 아마 다른 옷을 입고 나타날 겁니다.
프랑스가 지금 가장 고민하고 걱정해야 하는 부분은 자국내 이민자 출신의 무슬림들이 IS식 극단주의 사상에 빠져드는 걸 어떻게 막아야 할 것인지 입니다. 샤를리 에브도 사건을 시작으로 성당 테러까지 일련의 사건을 통해 '근본원인'에 대한 반성이 우선해야 합니다.

프랑스는 스스로를 톨레랑스, 관용의 나라라고 포장합니다. 테러가 일어날 때면 그 관용의 정신이 위협받고 흔들린다고 우려합니다. 하지만, 그 관용이란 미명아래 무수히 받아들인 식민지 출신의 이민자들에 대해 프랑스 스스로가 벌인 사회적 차별에 대해선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프랑스 인구의 11%가 무슬림 이주자 출신이고, 8%인 5백만 명이 넘는 이들이 이슬람을 믿고 있습니다. 대부분이 프랑스의 식민지인 북아프리카에서 온 이민자 2세와 3세들입니다.

이들은 대부분 교육과 취업에서 차별을 받으며 프랑스의 빈민층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사회내에서 벌어지는 이민자 무슬림에 대한 차별은 취업률에서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프랑스 대졸자의 실업률이 5%에 불과한 반면, 북아프리카계 이주자 출신 대졸자의 실업률은 25%에 달합니다. (이슬람식 이름만 써도 취업에 불이익을 받는다는 말이 있을 정돕니다.) 결국 프랑스 사회의 일원이지만 ‘2등 시민’이란 꼬리표를 뗄 수 없는 무슬림 이민자들, 자유.평등.박애를 운운하는 프랑스의 부끄러운 자화상입니다.

하층민을 형성하는 프랑스 무슬림은 이슬람 극단주의가 자라는 토양이 되는 겁니다. 현실에서 겪은 좌절과 절망으로 텅 빈 마음의 공간에 비뚤어진 종교적 사명감을 채우면서 지하디스트가 되는 겁니다. 실직과 무직, 경제난으로 곤궁한 삶에 지친 이들에게 ‘이슬람적 종말론’에 입각한 칼리프시대의 힘있는 이슬람 제국 건설은 희망과 삶의 동기를 제공하는 겁니다. 이렇게 IS의 극단주의 사상에 빠져든 프랑스의 무슬림은 자신을 차별하고 버린 프랑스 사회에 복수의 칼을 들이대는 겁니다. 뿌린 대로 거두는 법이죠.

프랑스는 IS와 전쟁하고 IS를 뿌리 뽑는다고 말하기 전에, 테러를 자행하는 테러범들의 정체가 누구이며 왜 프랑스가 테러의 주표적이 됐는지 고민하고 반성해야 합니다. 그리고, 인구의 10%에 가까운 무슬림 이민자 출신을 어떻게 포용할 지, 사회에 어떻게 융화 시켜야 할 지를 고민하는 게 IS로부터 프랑스의 안전을 지키는 최상의 지름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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