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플러스] 현직 경찰과 조폭의 수억 원대 거래…그 뒷얘기

서울 서초경찰서에서 근무하는 현직 경찰 간부가 오랫동안 친하게 지내던 조직폭력배와 수억 원대의 이상한 돈거래를 했다는 소식 지난주에 단독 보도해 드렸는데요, 취재기자가 이 사실을 처음 알게 된 건 지난해 12월이었습니다.

기사가 출고되기까지 여덟 달이나 걸린 겁니다. 기사에 담긴 건 그동안 취재한 내용의 아주 일부겠죠. 조기호 기자의 취재파일 입니다.

작년 말 조 기자가 오래 알고 지낸 제보자로부터 입수한 이번 사건의 내용은 간단합니다. 주로 조직폭력범죄를 수사해오던 경찰이 돈을 불려 달라며 한 조폭에게 5억 원을 건넨 겁니다.

물론, 경찰도 재테크를 할 순 있습니다. 다만, 어디까지나 합법적인 틀 안에서만 해야 하죠.

그런데 해당 조폭은 그 돈을 불법 대부업체에 넣어 반죽했고 경찰이 중간중간 1억, 2억씩 원금을 빼 가긴 했어도 여전히 경찰에겐 이자로만 수천만 원이 떨어졌습니다.

연 120%의 초고리여서 5억을 그대로 묻어놨더라면 1년 뒤에는 이자로만 6억 원이 나왔을 겁니다. 사건의 경위가 담긴 서류와 통장 내역만으로도 바로 기사화는 가능했는데요, 갑자기 경찰이 조폭을 사기죄로 고소하면서 내막을 더 깊이 파고들 필요가 생겼습니다.

경찰이 떳떳하지 않다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될 고소를 할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한 달 두 달 석 달 기자도 할 수 없이 이후 이어진 재판을 빠짐없이 참관하며 기다려야 했습니다.

재판이 끝나기 전까지는 피고인으로 나온 조폭도 기자를 만나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마침내 기자가 조폭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된 건 사법부가 조폭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었습니다.

경찰은 원금 가운데 2억 원을 못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2억을 돌려받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설령 돌려받지 못했다 하더라도 고위험 고수익이란 걸 경찰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조폭의 사기 혐의는 무죄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또 검찰 조사 과정에서 경찰이 수시로 말을 바꾼 점도 고려됐습니다.

무엇보다 경찰은 상대가 조폭인 줄 몰랐다고 핏대를 세웠지만, 상대는 당시 이름만 쳐 보면 알만한 조폭이어서 이는 누가 들어도 코웃음 칠 얘기였고, 불법 대부업인 줄도 몰랐다고 경찰은 주장했지만, 조폭에게 이미 여러 차례나 동종 전과가 있었기 때문에 이는 충분히 인지했을 거라고 재판부는 일침을 가했습니다.

현재 해당 경찰은 2심 재판을 신청한 상태고 조폭은 무고로 맞고소한 상태인데요, 기자가 비록 압수수색이나 소환 같은 수사권은 없지만, 대신 8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시간과 관심을 갖고 들여다본 결과 10여 년에 걸친 이 두 사람 관계에서는 단지 돈 거래만 발견된 게 아니었습니다.

[(경찰이) 돈놀이를 해달라고 했죠. 한 1년 6개월만 좀 해서 자기 복구 좀 해 달라. 그래서 나는 그때 당시에 "사채로 나 재판받고 있지 않냐, 조사 중이지 않냐, 네가 더 잘 알면서 왜 나한테 그러냐" 그래서 한 6~7개월을 미뤘다니까. (경찰이) 계속 구애를 했지. 해달라고 해달라고….]

홍만표 변호사부터 진경준, 우병우까지 스타급 검사 출신들이 1백억에서 1천억 원대 거래로 국민들의 시선을 받다 보니, 경찰의 몇 억대 거래는 애교로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범죄자 잡으라고 쥐어준 칼을 자신의 잇속을 위해 휘둘렀다는 점에서 본질은 같습니다. 제 식구 감싸기나 꼬리만 잘라내기가 아니라 공명정대한 감찰이 진행되길 바랍니다. 

▶ [취재파일] 현직 경찰, 조폭과 수억 원 거래…돈 거래만?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