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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즐거운 휴가…두 마리 토끼 잡는 '착한 여행'

[취재파일] 즐거운 휴가…두 마리 토끼 잡는 '착한 여행'
말 그대로 찜통처럼 푹푹 찌는 여름 더위가 한창이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무더위 속에 도심에 빼곡하게 들어선 건물과 거리를 가득 메운 자동차는 보는 것만으로도 더위를 한 움큼 더 안겨준다.

무더위와 함께 어느새 본격적인 휴가철이 다가왔다. 그동안 마음 한 구석에 담아 두었던, 일상을 탈출하려는 계획을 현실로 구현할 때다. 가족과, 친구와, 혹은 혼자 떠날 사람들을 위해 계획을 세우는 이 때, 한 가지 ‘착한 여행’을 제안하려고 한다.

● 휴가라면 모름지기?

'‘착한 여행’이라고? ‘나쁜 여행’도 있다는 이야기인가?'하는 의구심이 들었다면, 반드시 그렇게 이분법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나 자신의 즐거움과 여유를 위해 떠나는 휴가지만, 조금만 주변을 둘러본다면 또 다른 이들의 즐거움과 여유에 내 휴가가 한 몫 할 수 있다. ‘착한 여행’의 본질이다.

이 ‘착한 여행’을 조금 풀어 설명하자면, ‘생태관광’의 모습에 가깝다. ‘생태관광’을 이야기하기 전에는 ‘공정여행’을 알 필요가 있다. ‘공정여행’의 개념은 또다시 ‘공정무역’에서 출발한다. 개발도상국 생산자에게 정당한 대가가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 최저 구매가격을 보장하거나 유통과정을 줄여 직거래를 하고, 장기계약을 맺어서 생산 환경을 확립할 수 있도록 하는 형태의 무역이 바로 공정무역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여행을 간 곳 현지인들에게 정당한 대가가 돌아가도록 하자는 것이 공정여행의 핵심이다. 곧, 여행자가 사용하는 경비는 현지 주민에게 환원되도록 하고, 현지의 문화를 존중하고 체험하는 여행이다.

‘생태관광’은 여기에서 환경을 조금 더 고려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생태관광은 지역 사회가 관광으로부터 정당한 이익을 얻도록 하는 공정여행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지역의 자연과 문화 보전에 기여하고 생태교육과 해설을 통해 환경의 소중함을 느끼는 여행까지를 포괄한다. 즉, 환경 보전과 지역 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여행 형태다.

환경부는 자연환경보전법 제41조에 따라, 보전 가치가 있고 생태계 보호의 중요성을 체험하고 교육할 수 있는 지역을 ‘생태관광지역’으로 지정해 놓고 있다. 그리고 주민협의체를 만들거나 프로그램을 개발해 이를 지원한다. '휴가라면 모름지기, 짐을 꾸려 캐리어 가방을 끌고 공항으로 향해야지'까지만을 생각했다면, 이런 ‘생태관광’, ‘착한 여행’을 한 번 쯤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곰배령 산길을 오르는 사람들
● ‘천상의 화원’ 곰배령과 ‘가족 나들이’에 좋은 소백산 국립공원

지난 주 가장 먼저 기자가 찾은 곳은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에 위치한 곰배령이었다. 곰배령은 점봉산 능선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능선으로, 해발 1,164m에 위치해 있는 평원이다. 산 입구인 생태관리센터에서 출발해 경사가 그리 가파르지 않은 산길을 천천히 걷다 보면 소리부터 시원한 폭포수와 그 물이 흐르며 만든 투명한 개울을 만날 수 있다.

산길을 걷는 게 지루할 만할 때마다 길을 걷는 사람들을 향해 고개를 빼꼼 내미는 야생화가 재미를 더한다. 2시간 여 산길을 걸어 오르면 곰배령 고갯마루가 모습을 드러낸다. 설악산 대청봉에 구름이 지나는 걸 볼 수 있는 장관이 펼쳐진다. 너른 평원에는 야생화가 한 가득이다.

이 곰배령은 1987년부터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산림청이 연중 입산을 통제하고 관리한다.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입산이 전면 통제되고, 입산이 가능한 날에도 아침 9시부터 오후 4시까지만 입산이 가능하다. 산림생태계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생태 안내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1일 탐방객은 6백 명으로 제한된다. 이 가운데 3백 명은 산림청이 직접 인터넷에서 탐방객들로부터 신청을 받고, 나머지 3백 명은 인근 주민이 운영하는 민박이나 펜션에 머무는 투숙객들로부터 주민들이 직접 신청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곰배령을 탐방하고 싶은 사람들이 인근 민박이나 펜션에서 묵을 수 있도록 하는 충분한 유인이 되는 셈이다. 기린면 민박회 회장을 맡고 있는 주민 조남식 씨는 지역 경제 활성화에 곰배령이 큰 도움을 주고 있다며, 주민들이 직접 나서 곰배령 청소와 정화 작업을 정기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곰배령 정상
생태관리센터에서 출발해 곰배령으로 향하는 산길 중간에 마을이 하나 있다. 그러니까, 산림 유전자원 보호구역 안에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함부로 더 이상 집을 짓거나 주변을 개발할 수는 없지만 고요한 산 속에 터를 일구고 오래 전부터 마을을 가꾸며 살아왔던 사람들은 이제 오가는 탐방객들을 상대로 직접 채취한 산나물, 직접 담근 장 등을 싼값에 판매하고 있다. 이름난 유원지마다 꽉 들어차 있는 각종 편의시설과는 그 느낌이 사뭇 다르다. 곰배령으로 올라가는 산길 양옆에 나물을 담은 봉지와 장을 담근 병이 소박하게 자리 잡아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곰배령이 보호림으로 지정돼 있어 허용된 산길 외에 직접 발로 밟아볼 수 있는 곳에 제한이 있다면, 소백산국립공원 남천야영장에서는 좀 더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 특히 가족 단위 탐방객들에게 좋은 각종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나뭇가지나 솔방울 등 산 속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가지고 직접 문패를 만들기도 하고, 길게 이어진 자연 탐방로를 자연환경 해설사의 해설을 들으며 함께 걷는다. 해설 내용을 떠올리고 여러 안내판들을 돌며 정답을 찾는 팀 미션 수행도 이뤄진다.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정확하게 답을 찾는 팀에게는 선물도 주어진다. 야영장에 세워진 텐트 사이, 자연탐방로 이곳저곳, 계곡물을 가로지르는 징검다리 위를 오가며 아이가 아빠의 손을 잡고 신나게 뛰노는 건, 아이와 아빠뿐 아니라 모습을 지켜보는 기자에게도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자연환경해설사의 해설을 듣고 있는 탐방객들
●  우리나라 생태관광 이야기

자연 속에서 직접 그 소중함을 느껴보고 체험하고, 또 지역 주민에게도 혜택이 돌아가는 생태관광. 환경부는 생태관광지역 20곳과 국가 생태탐방로 9곳을 선정해 홈페이지에서 안내하고 있다(http://www.eco-tour.kr). 홈페이지에서 어디서 어떤 체험을 할 수 있는지 등의 안내를 찾아볼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우선 국내에 국한한 생태관광 이야기를 담았지만, 무조건 ‘국내 여행’만이 ‘착한 여행’이라는 건 아니다. 환경 보전과 지역 발전이라는 취지를 살린다면 그것이 꼭 국내여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도심 속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건강해지고, 또 지역 주민에게도 여유를 가져다주는 생태관광, 이번 여름 이런 ‘착한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 취재를 도와주신 산림청 인제국유림관리소, 국립공원관리공단 관계자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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