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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플러스] 금지약물 무관용 원칙 깬 IOC…120년 역사 오점

국제 올림픽 위원회, IOC가 120년 역사에 오점을 남기게 됐습니다. 사상 초유의 국가적 차원의 집단 도핑을 저지른 러시아 선수단에게 리우 올림픽 출전 길을 열어줬기 때문입니다.

지난 주말 IOC가 긴급 집행위를 열고 논의한 끝에 러시아 선수단의 참여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대신, 각 선수들이 소속된 28개 국제 연맹이 알아서 결정하도록 하는 방안을 채택한 건데요, 여러 면에서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권종오 기자의 취재파일 보시죠.

[딕 파운드/세계반도핑기구(WADA) 전 회장 : 대회가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에 국제 연맹에 공을 떠넘기는 건, 한 마디로 큰 실수입니다. 각 연맹들엔 신속히 대처할 수 있게 해 줄 규칙도 없습니다.]

팀 러시아가 리우올림픽 퇴출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기사회생했습니다. 육상과 역도를 제외한 체조와 레슬링 등의 종목에서 선수들이 거의 전부 올림픽 무대에 설 수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

도핑의 지시자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러시아 체육부 장관은 쌍수를 들고 환영했고 세계 스포츠와 올림픽의 단합을 위한 객관적인 결정이었다고 밝히며 IOC에 감사를 표했습니다.

하지만 이 결정으로 IOC는 그동안 지켜온 금지 약물 복용에 대한 무관용 원칙뿐 아니라 러시아에 철퇴를 내려야 한다는 세계 각국의 요구를 외면했습니다.

러시아의 이번 도핑 사태는 선수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국가 정보기관인 FSB까지 나서 007작전을 방불케 할 만큼 기상천외하게 저질러진 일이기 때문입니다.

단기간의 조사에서 확인된 규모만 해도 5년간 30개 종목에 걸쳐 무려 577개의 소변 샘플이 조작됐고, 심지어 장애인 선수에게도 금지약물을 복용시킨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게다가 IOC는 무책임함과 이중성을 드러냈습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국제육상경기연맹이 러시아 육상의 출전을 재차 불허하자 그건 IOC가 결정할 사항이라며 각국 선수단의 출전을 결정짓는 건 IOC의 고유 권한이라는 주장을 폈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고작 한 달 만에 입장을 바꿔 자신들의 당연한 책임을 국제 연맹에 떠넘긴 셈입니다. 그럼 IOC는 왜 온갖 불법을 저지른 러시아를 강력히 제재하지 못하고 이런 정치적 결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까요?

전문가들은 우선,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의 돈독한 친분을 이유로 제시합니다. 동년배인 이 두 사람은 소치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여러 차례 만나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IOC가 후폭풍을 두려워했을 거라는 추측도 나옵니다.

지난 소치 올림픽 개최를 위해 러시아가 56조 원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을 쏟아부으며 막강한 힘을 과시했었는데, 만약 IOC가 이번에 러시아를 섭섭하게 한다면 러시아가 평창 올림픽의 보이콧에 나선다거나 개최지 선정 과정에서 있었던 IOC의 비리를 폭로한다든가 하는 이판사판식의 보복 조치에 나설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올림픽의 흥행도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러시아는 수많은 스타 선수들을 지닌 세계 3대 스포츠 강국인지라 러시아 선수단이 죄다 빠져버리면 리우 올림픽의 흥행에 빨간 불이 켜지는 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입니다. 가뜩이나 지카 바이러스에 테러에 정국 불안까지 악재가 겹친 와중에 말이죠.

이제 리우 올림픽 개막이 열흘도 안 남은 시점에서 IOC가 연맹들에 공을 넘기면서 대혼란은 불가피하게 됐습니다.

각 연맹들이 선수들의 자료를 다시 살펴보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이래저래 이번 리우 올림픽은 유례없이 말 많고 탈 많은 대회가 될 것으로 우려됩니다.

▶ [취재파일] IOC가 러시아에 굴복한 3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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