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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기상이변에 신음하는 지구촌…라니냐 공습이 시작된다

[취재파일] 기상이변에 신음하는 지구촌…라니냐 공습이 시작된다
▲ 지구 온난화 (사진=게티이미지 이매진스)

낮에는 폭염 밤에는 열대야, 하루하루가 무더위와의 전쟁이다. 서울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것은 지난 19일, 오늘(26일)까지 꼭 8일째다. 21일(목) 밤부터는 열대야도 이어지고 있다. 오늘까지 벌써 닷새째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7월 하순에 서울에 5일 연속 열대야가 나타난 것은 지난 1997년 이후 19년 만의 일이다.

한반도뿐만 아니라 지구촌 전체가 기상이변에 신음하고 있다. 지난 주 미국 캘리포니아 주 모하비 사막 한쪽에 있는 데스밸리(death valley)의 수은주는 49.4도까지 치솟는 등 미국 대부분 지역이 기록적인 이상고온에 시달리고 있다. 고도가 해수면보다 최고 80m 이상 낮은 분지인 데스밸리는 건조하고 덥기로 유명하다. 지난 1913년 7월 10일에는 전 세계 기상관측사상 가장 높은 56.7도까지 기온이 올라가기도 했다.

중동지역도 폭염의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22일 이라크 남부 바스라 지역의 최고기온은 53.9도까지 치솟았다. 바그다드 지역의 기온도 50도 안팎까지 올라갔다.
중국도 기상 이변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 18일부터 21일까지 나흘 동안 기록적인 물난리를 겪은 중국에는 25일 또다시 폭우경보가 발령됐다. 허베이 한단현의 우안시에는 하루 만에 406mm의 물폭탄이 떨어졌다. 물폭탄이 떨어지면서 지난 주 중국에서는 수 십 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고, 만리장성이 일부 훼손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최근 지구촌에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학계에서는 최근 급격하게 뜨거워지고 있는 지구와 빠르게 녹아내리는 북극 해빙(sea ice), 그리고 엘니뇨나 라니냐 같은 적도 태평양의 수온변화를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3가지 비정상적인 요소 때문에 지구촌이 기상이변으로 신음을 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우선 급격하게 뜨거워지는 지구는 매월 역대 최고 기온을 갱신하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6개월 동안의 전 지구 기온은 1880년 이후 최근 137년 가운데 가장 높았다. 올 상반기 전 지구 기온은 19세기보다 1.3도나 높았다. 특히 지난 14개월 동안 매월 평균 기온이 계속해서 역대 최고 기온을 갈아치우고 있다. 이 때문에 세계기상기구(WHO)는 올해가 지구 역사상 가장 더운 해가 될 것이라는 예상까지 내놨다.

전 지구 기온이 급격하게 올라가는 가장 큰 이유는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7월 23일 현재 미국 하와이 마우나로아(Mauna Loa)에서 관측한 대기 중 대표적인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402.66ppm을 기록하고 있다. 심리적 1차 저지선이었던 400ppm을 넘어섰다. 산업혁명 전에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280ppm 정도였던 점을 고려하면 130여 년 만에 120ppm 이상 높아진 것이다.

현재도 계속해서 온실가스 농도가 높아지고 있어 지구는 더욱 뜨거워질 가능성이 높다. 올해는 특히 슈퍼엘니뇨의 영향도 컸던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부터 뜨거워지기 시작한 적도 태평양의 뜨거운 바닷물이 올봄까지 대기를 뜨겁게 달궜다는 것이다.

지구 기온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폭염뿐 아니라 홍수나 토네이도, 슈퍼태풍 같은 기상 재앙이 늘어날 가능성도 커진다. 대기 기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대기 중 에너지가 많다는 것을 의미하고 또 기온이 높을수록 대기 중에 들어갈 수 있는 수증기가 늘어나면서 대기가 매우 불안정해지기 때문이다. 지구촌 어느 지역에서든 기록적인 폭우나 폭풍, 토네이도 같은 기상이변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빠르게 녹아내리는 북극 해빙도 기상이변의 큰 변수가 된다. 7월 18일 현재 북극의 해빙면적은 782만 제곱킬로미터로 예년(1981~2010년)의 북극 해빙면적보다 158만 제곱킬로미터나 작다.  7월들어 관측사상 가장 빠르게 녹아 내렸던 2012년보다 녹는 속도가 조금 느려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빠른 속도로 녹아 사라지고 있다. 현재도 하루에 녹아 사라지는 북극 해빙면적은  89,500㎢나 된다. 하루에 남한 면적(99,720㎢)에 가까운 해빙이 녹아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해빙이 녹아내리면서 바닷물이 드러나면 바닷물은 햇빛을 대부분 반사시키는 해빙과 달리 햇빛을 많이 흡수한다는 것이 문제다. 해빙이 많이 녹아내리면서 바닷물이 많이 드러나면 드러날수록 예년과 달리 북극에 많은 열이 쌓이게 된다는 것이다. 북극에 열이 많이 쌓이면 쌓일수록 주변 지역으로 열이 퍼져 나가거나 주변의 대기 흐름을 바꿔놓게 된다. 예년과 다른 기상 현상 즉, 기상이변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뜨겁게 달아올랐던 적도 태평양의 바닷물이 빠르게 식고 있는 것도 문제다. 지난해 가을부터 겨울 사이 엘니뇨 감시구역인 적도 태평양 바닷물 온도는 예년보다 최고 3도 이상 높았지만, 7월 현재는 예년보다 0.5도나 오히려 낮은 상태다. 슈퍼엘니뇨가 끝나고 엘니뇨의 정반대인 라니냐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바닷물이 예년보다 뜨거운 것도 문제지만 예년보다 차가운 것도 문제다. 바다뿐 아니라 대기 온도가 예년과 달라지면서 이 또한 기상이변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학계에서는 8월부터는 태평양 주변지역부터 라니냐의 공습이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급격하게 올라가고 있는 지구 기온과 빠르게 녹아 사리지는 북극 해빙, 그리고 빠르게 차가워지고 있는 적도 태평양의 바닷물, 모두가 정상이 아니다. 모두 지구의 열적 균형을 깨뜨려 예년과 다른 기상 현상, 기상이변을 부를 수 있는 요소다. 올해 상반기 못지않게 하반기에도 지구촌 곳곳에서 기상이변이 속출할 것으로 보는 이유다.

내일(27일)은 전국에 마지막 장맛비가 예보돼 있다. 비가 내리면서 중부지방은 폭염이 잠시 주춤할 전망이다. 하지만 남부지방은 폭염이 이어지겠고, 비가 그친 뒤에는 전국적으로 한여름 폭염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기상청은 오는 8월과 9월에도 전 지구적인 고온현상과 함께 적도 태평양 바닷물이 예년보다 차가워지는 라니냐의 영향으로 한반도 지역의 기온은 예년보다 높고 비도 많이 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여름은 폭염 속에서도 국지적인 집중호우가 예상된다는 뜻이다. 8월부터는 한반도에도 라니냐의 공습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참고문헌>

* NASA, 2016 Climate Trends Continue to Break Records
http://www.nasa.gov/feature/goddard/2016/climate-trends-continue-to-break-recor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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