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마부작침] 한국의 가장 건강 불량 지역은?…"건강보다 뭣이 중헌디?!"

ABOUT: 최근 각 지자체들이 지역민 건강관리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흡연율을 낮추겠다며 아파트 단지 전체를 금연 구역으로 지정해 위반하면 과태료를 부과하기도 하고 비만율을 낮추겠다며 지역민 중 고위험군을 집중적으로 관리하기도 한다. 식사와 흡연 같은 사적인 영역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건 지역민의 건강이 지자체의 존속과 재정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자체 중 가장 건강한 곳은 어디일까.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전국 지자체를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수치를 선별해 표준화한 뒤 어느 지역 주민이 가장 건강한지를 살펴봤다. 이를 위해 지난해 질병관리본부가 실시한 ‘2015 지역건강통계’ 중 전국 229개 지자체의 건강을 종합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8개 지표를 선정해 표준화했다. 선정된 지표는 1. 흡연율 2. 고위험 음주율 3.비만율 4.스트레스 인지율 5. 우울감 경험율 6. 중등도(설명) 이상 신체활동률 7. 걷기 실천율 8. 주관적 건강수준 인지율 등 8개다. ‘신체와 정신 건강, 건강 관리를 위한 노력’을 반영하는 대표 지표들이다.
이중 1~5번까지의 지표는 수치가 높을수록 지역민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고, 6~8번까지의 지표는 수치가 높을수록 지역민의 건강상태가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부작침>은 부정적 지표인 1~5번까지의 지표와 6~8번까지의 지표를 변환한 뒤 방사형 다이어그램으로 표시해 지자체 별 ‘건강관리 지수’를 산출했다. 수치가 높을수록 ‘건강관리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앞선 기사 [한국에서 가장 살기 힘든 지역..‘힘내라 도시’]에서 사용한 것과 같은 방식이다.

●‘건강 도시’ 1위 강원도 철원군

우선 지표별로 살펴보면, 흡연율은 경북 의성군, 고위험 음주율은 경남 거창군, 비만율은 강원도 인제군, 스트레스 인지율은 서울 강남구, 우울감 경험률은 충북 음성군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중등도 이상 신체 활동률은 강원도 철원군, 걷기 실천율은 전남 보성군, 주관적으로 자신의 건강이 양호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전남 신안군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지표를 모두 고려했을 때 가장 건강한 지역은 어디일까.

1위는 강원도 철원군으로 나타났다. 철원군은 흡연율을 제외한 모든 지표가 평균적으로 다른 지자체보다 좋은 것으로 분석됐다. 비만율이나 스트레스 인지율은 평균보다 월등히 낮고, 걷기나 격렬한 운동 등 건강관리를 열심히 하는 사람 비중은 다른 지역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위는 경기도 과천시, 3위는 대구 수성구, 4위는 전남 신안군, 5위는 전남 곡성군 순으로 나타났다.

1위를 차지한 강원도 철원군은 수년 전부터 건강증진 TF를 운영하고 있다. 간호사와 영양사, 운동처방사 등으로 구성된 TF는 건강지표가 낮게 나타난 읍, 면 등을 직접 방문해 주민들 건강상태 점검과 건강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무료로 주민들이 정신의학과 전문의와 상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위로 나타난 경기도 과천은 ‘건강’과 관련해 우리나라에서 특별한 지역이다. 1996년 우리나라 도시 중 ‘건강도시프로젝트’라는 것을 가장 먼저 시행한 곳이 경기도 과천이다. 우리나라 도시 중 가장 먼저 도시 차원에서 ‘건강’에 눈을 뜬 것이다. 과천시민들을 위해 당시로선 생소하던 건강증진센터의 설립을 추진하기도 하고, 이후에는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과 합동으로 과천시민들의 건강 상태 등을 별로도 조사하기도 했다.

강원도 철원군, 경기도 과천 등 5개 지역을 포함해 상위 10%인 20위권엔 전남이 신안군과 곡성군 등 6곳이 포함돼 가장 많았다. 이외에 경기와 경북, 광주와 전북이 2곳씩 포함됐고, 강원과 대구, 충남, 서울, 대전이 각각 1곳씩 포함됐다. 시군구로 살펴보면 농촌 지역인 군 단위가 11곳 포함됐고, 대구 수성구와 경기 과천시 등 도시지역 9곳이 20위 안에 들었다.

●‘도시·농촌의 건강 차이’..낮은 스트레스 vs 철저한 건강관리

지표별 상관관계를 살펴보면 현재 건강 상태와 생활 습관을 나타내는 흡연율과 고위험 음주율, 비만율은 함께 움직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흡연율이 높을수록 음주율과 비만율도 함께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났다는 뜻이다. 또, 정신 건강 상태를 반영하는 ‘스트레스 인지율과 우울감 경험률, 양호한 주관적 건강상태 인지율’은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관리 상태를 보여주는 ‘걷기 실천률’과 ‘중등도 이상 신체활동율’도 함께 움직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렇게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지는 지표들을 한데 묶어서 각 지표들이 종합 지표(건강관리 지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요인 분석을 했다. 그 결과 도시와 농촌 지역 간 뚜렷한 차이점이 드러났다. 상위 20위권에 포함된 대구 수성구와 경기도 과천시, 서울 성동구 등 9개 지역은 우수한 신체 건강 지표가 ‘건강관리지수’를 떨어뜨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절반 이상인 5곳은 도시 지역이다.

반면, 정신 건강 상태를 나타내는 지표가 부정적 지수 하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곳은 6곳으로 나타났는데, 강원 철원군과 전남 고흥군 등 모두 농촌 지역이었다. 이중 경북 영덕군과 경북 울진군은 건강관리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들은 전체 평균보다도 낮았지만, 높은 정신 건강 상태 지표 덕분에 건강 도시 상위 20위에 포함된 것으로 분석됐다. 걷기 실천률 등 건강관리 지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곳은 전남 순천시와 전남 구례군, 충남 계룡시 등 3곳으로 나타났고, 광주 광산구는 신체 건강지표와 정신 건강지표가 비슷한 수준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를 종합하면, 농촌 지역은 낮은 스트레스 인지율과 우울감 경험률 덕분에 다른 지역에 비해 신체적 건강관리에 소홀했지만, ‘건강도시 20위’에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도시 지역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지만, 농촌 지역에 비해 건강관리에 적극적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관리가 필요해”...‘건강관리지수’ 1위 충북 음성군

SBS <마부작침>은 앞선 도시들과 반대로 ‘건강관리지수’가 높은 지역, 즉 지역민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지역들도 살펴봤다. 1위는 충북 음성군으로 나타났다. 2위는 경북 봉화군, 3위 충남 태안군, 4위 강원도 원주시, 5위 강원도 홍천군 순으로 나타났다. 1위로 집계된 충북 음성군은 전국 229개 지자체 중 우울감 경험율이 가장 높은 것을 비롯해 흡연율, 비만율 등 모든 지표가 평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체와 정신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건강관리에도 소홀하다고 할 수 있다.

‘건강관리지수’ 상위 20개 지역엔 강원도가 원주시와 홍천군 등 5곳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충남과 경북이 각각 4곳, 경기와 인천이 2곳씩 포함됐고, 경남과 전북, 충북은 1곳씩 포함됐다. 20개 지역 모두 흡연율이 평균 이상으로 나타났고, 비만율이 평균보다 높은 지역도 17곳으로 나타나 건강하지 않은 지역 상위 20곳에 포함된 곳들 대부분은 신체적 건강상태가 양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20곳 중 절반 이상이 농촌 지역이라는 특징을 보였다.
●“그래도 개선의 희망이”....경남 하동군 등 5개 지역

이런 특징은  각 지표별 요인 분석 결과를 보면 더욱 명확하게 나타난다. ‘건강관리지수’ 상위 20개 지역 중 ‘신체 건강 상태 지표’가 전체 지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지역은 10곳으로 나타났다. 충남 보령군과 강원 홍천시, 경기 동두천시 등이 포함된다. 건강하지 않은 지역, 즉 ‘건강관리지수’ 상위 20개 지역 중 절반은 ‘신체 건강 상태’가 양호하지 못해 순위권에 포함된 것이다. 이외 ‘정신 건강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들이 전체 지수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지역도 5곳으로 집계됐다.

앞선 20개 지역은 현재 신체 및 정신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건강 관리도 상대적으로 소홀하다는 공통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다만, 예외인 지자체도 있었다. 현재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는 점에서 마찬가지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 건강관리를 위한 노력이 양호한 지역이다. 앞으로 개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분류할 수 있다. 경남 하동군, 전남 완도군, 강원 화천군, 경기 연천군, 충남 청양군 등 5개 지역이 대표적이다. 이들 지역은 다른 15개 지역과 달리 ‘걷기 실천율’과 ‘신체 활동률’이 양호해 더 높게 집계될 수 있는 ‘전체 지표(건강관리 지수)’를 끌어내린 것으로 분석됐다.

세계보건기구 WHO는 1986년부터 새로운 건강정책이 패러다임으로 ‘건강도시’라는 개념을 제시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천 3백여 도시가 참여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2006월 4월 현재 82개 지자체가 참여하고 있다. ‘건강도시’ 프로젝트에 많은 도시들이 참여하고 있는 것은 지역민의 건강이 담보되지 않으면 도시의 지속가능한 발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건강도시’ 프로젝트는 단순히 지역민의 건강 상태를 개선하기 위한 의학적 접근에만 머물지 않는다. 건강을 악화시키는 사회적·환경적 요인들을 제거하는데도 힘을 쏟고 있다. 건강 개선을 위한 대증 요법으로는 지역민의 지속 가능한 건강을 담보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우리나라 지자체들은 최근 들어 건강에 많은 관심을 쏟고는 있지만, 대증적인 정책에만 집중한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 지역민의 건강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흡연율이나 음주율을 낮추고, 비만율을 낮추기 위한 캠페인을 벌이는 것과 함께 왜 지역민의 흡연율이 높은지, 식생활 등의 어떤 부분이 비만율에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전반적으로 분석해 건강 정책을 다른 정책과 포괄적으로 연계해서 시행해야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sbs.co.kr)
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분석: 한창진·장동호
디자인/개발: 임송이

※ 마부작침(磨斧作針) :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으로, 방대한 데이터와 정보 속에서 송곳 같은 팩트를 찾는 저널리즘을 지향합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