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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단독] 먼저 출국한 출국 기수, 첫날부터 한심 행정

[취재파일] [단독] 먼저 출국한 출국 기수, 첫날부터 한심 행정
2016 리우데자네이루 하계 올림픽에 출전하는 태극전사들이 오늘(26일) 밤 드디어 장도에 오릅니다. 정몽규 선수단장이 이끄는 한국선수단 본진은 27일 0시 5분 대한항공 전세기편으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로 출국합니다.

선수단 본진은 본부임원 23명과 체조, 펜싱, 역도, 핸드볼, 복싱, 사격, 조정, 수영 등 8개 종목 선수 63명 등 선수단 86명 외에 코리아하우스 운영단, 종목별 협회 관계자, 기자단 등 총 159명으로 구성됐습니다.

그런데 장도에 오르는 첫날부터 대한체육회의 한심한 행정이 고스란히 드러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있어야 할 출국 기수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출국 기수는 한국선수단 본진이 현지로 출국할 때 단기인 태극기를 드는 선수입니다. 주로 금메달을 딸 수 있는 간판스타가 맡는 게 관례입니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19일 “리우 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단 개회식 기수에 펜싱 구본길 선수, 출국 기수에 사격 진종오 선수, 남녀 주장에 사격 진종오와 여자핸드볼 오영란 선수를 각각 선정했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개회식에서는 펜싱 구본길이 태극기를 들고 입장하지만, 출국할 때는 진종오가 태극기를 들고 나간다고 분명히 밝힌 것입니다. 하지만 정작 진종오 선수는 지금 국내에 없습니다. 현지 적응 훈련을 위해 지난 23일 이미 리우데자네이루로 떠났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올림픽 역사상 선수단 본진이 출국할 때 출국 기수가 사라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럼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대한사격연맹의 관계자는 SBS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진종오는 올림픽 개회식 바로 다음 날부터 경기에 나선다. 그래서 현지 적응을 원활히 하기 위해 선수단 본진보다 일찌감치 리우로 떠난 것이다. 23일 밤 김장미 등 다른 선수 10명과 함께 에미레이트 항공을 이용해 출국했다. 진종오의 출국 일정은 이미 오래 전에 결정된 것이다. 그리고 대한체육회에도 이런 사실을 통보했다. 그런데 체육회가 지난 19일 진종오가 출국 기수를 맡는다고 느닷없이 언론에 발표해서 우리도 의아하게 생각했다.”

진종오 선수 본인도 19일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제가 본진보다 먼저 출국할 것 같기 때문에 출국 기수를 실제로 맡을지 모르겠다”는 말을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대한체육회는 진종오의 출국 일정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그가 출국 기수를 맡는다고 공식 발표한 것입니다
.


이뿐만이 아닙니다. 대한체육회는 리우 올림픽 개막을 한 달 앞둔 지난 5일 태릉선수촌에서 대한체육회장, 선수단장, 주요 임원-선수가 모두 모인 가운데 합동 공식 기자회견을 개최했습니다. 아래 사진은 기자회견에 앞서 대한체육회가 공식 배포한 자료입니다. 지도자와 선수의 이름이 완전히 뒤바뀌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보배가 양궁 지도자로, 이용대가 배드민턴 지도자로, 구본길이 펜싱 지도자로 표기돼 있습니다.
좋게 말하면 대한체육회의 단순 실수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한체육회는 최근 몇 달 동안만 해도 이런 한심한 실수를 너무나 많이 저질렀습니다. 흔히 “한 번은 실수이지만 두 번은 실력이다”는 말이 있습니다. 행정 시스템에 구멍이 나지 않고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실수가 잇따라 나올리는 없습니다.

더군다나 이번 올림픽은 우리 선수단에게 최악의 올림픽으로 평가되고 있어 걱정이 더 큽니다. 장거리 이동, 12시간의 시차는 물론 지카 바이러스와 치안 불안까지 악재가 수두룩합니다. 설상가상으로 한국 선수단의 수장인 김정행 대한체육회장이 건강 이상으로 갑작스럽게 리우행이 불발됐습니다. 본부 임원의 면면도 여러 이유로 사상 최약체라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리우 올림픽 기간에 돌발 사태가 발생했을 때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한국 선수단을 이끌어야 될 정몽규 단장의 어깨가 한층 더 무거워지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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