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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폭스바겐의 동문서답, 한국 소비자 또다시 우롱했다

[취재파일] 폭스바겐의 동문서답, 한국 소비자 또다시 우롱했다
지난주 금요일(22일), 배출가스 조작 파문에 연비 조작 의혹까지 받으면서 국내 시장 퇴출 위기에 몰린 폭스바겐이 한국 소비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심려를 끼쳐서 죄송하며, 환경부가 인증 취소를 예고하고 있지만 현재 소유한 차량의 운행과 서비스는 이상이 없을 것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차량 소유자들이 많이 질문하는 것에 답한다며, Q&A를 담은 홈페이지 URL까지 문자로 보냈습니다. 지난해 배출가스 조작 파문 이후 국내 차량 소유자들에게 짧은 리콜 계획 안내서만 보내고 제대로 된 설명은 하지 않았던 것과는 다른 친절함이었습니다.
폭스바겐 Q&A
폭스바겐코리아가 자사 홈페이지에 올린 Q&A입니다. Q&A는 총 8개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배출가스 조작 파문과 연비 조작 의혹 이후 다른 차량보다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는 폭스바겐 중고차 시세에 대한 책임, 그리고 결국에는 중고차 시세에 영향을 미치는 이미지 하락에 대한 책임과 미국 소비자들에게 약속한 차량 가격 환불을 한국에서도 시행할 것 인지까지. 한국 폭스바겐 차량 소유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질문들이었습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폭스바겐 한국 차주들이 가장 관심 많을 3번과 4번, 6번 질문에 대한 폭스바겐코리아의 답변입니다.

“먼저 저희의 소중한 고객 분들께 심려를 끼쳐 드린 데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합니다. 이번 처분예고는 차량을 수입하면서 제출한 인증서류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으로, 고객 여러분이 현재 운행 중인 차량의 안전이나 성능과는 무관한 사항입니다.

7월 25일 청문회를 통해 이점을 환경부 청문절차에서 충분히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인증 서류의 제출과정에서 지적된 문제를 신속하게 시정하고 보다 엄격한 관리시스템을 갖추어 고객 여러분이 안전하고 성능 좋은 차량을 이용하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먼저 저희의 소중한 고객 분들께 심려를 끼쳐 드린 데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합니다. 이번 처분예고는 차량을 수입하면서 제출한 인증서류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으로, 고객 여러분이 현재 운행 중인 차량의 안전이나 성능과는 무관한 사항입니다. 인증취소가 이루어지더라도 기존 고객님들의 차량운행, 보증수리, 중고차 매매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고, 고객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것은 저희에게 계속 중요한 사항이며, 빠른 해결을 위해 당국과 적극 협조하고 있습니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인증서류의 제출과정에서 지적된 문제를 신속하게 시정하고 보다 엄격한 관리시스템을 갖추어 고객 여러분이 안전하고 성능 좋은 차량을 이용하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먼저 저희의 소중한 고객 분들께 심려를 끼쳐 드린 데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합니다. 독일 폭스바겐 그룹과 폭스바겐 브랜드에 있어 한국시장은 매우 중요한 시장입니다.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고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당국과 전적으로 협조하여 문제를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하도록 하겠습니다”


● 다른 질문에 동일한 대답…폭스바겐의 동문서답

중고차 시세 하락에 대한 책임과 차량 환불 가능 여부, 이미지 하락 책임을 묻는 질문에 대한 폭스바겐코리아의 답변은 한 글자의 차이도 없는 동일한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3번과 4번에 대한 답변은 각기 다른 질문에 대한 답변이지만, 나머지 3문장 중 2문장, 4문장 중 2문장이 완전히 똑같습니다. 1년 정도 만에 내어 놓은 한국 소비자 질문에 대한 답변을 ‘복붙(복사해서 붙여넣기)’한 겁니다.

‘복붙’을 하더라고 질문에 대한 충실한 답변을 위해 꼭 필요한 내용이라면 여러 번 반복되어도 문제될 건 없을 겁니다. 그런데 ‘복붙’한 내용을 포함한 답변 내용 전체는 질문과 전혀 상관없는 내용입니다. 중고차시세 하락에 대한 책임, 차량 환불 가능 여부에 대한 책임, 이미지 하락에 대한 질문과 전혀 관계없는 자사의 기본 입장만 반복해서 동문서답하고 있는 겁니다.

마치 인사청문회에서 청문 대상자가 질문에 관계없이 자신이 준비해 온 입장만 반복해서 읽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중고차 시세 하락을 엄중히 보고 있다”거나 “이미지 하락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식의 개별 질문에 대한 의례적인 답변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왜 아무런 내용도 없고, 오히려 동문서답으로 차량 소유자들을 더 화나게 할 수 있는 내용을 홈페이지 올렸을까요? 그리고 해당 내용을 한국 폭스바겐 차량 소유자들이 확인할 수 있도록 일일이 문자를 보내는 전에 없던 친절함을 보였을까요? 이유는 문자를 발송한 날짜가 7월 22일이었다는 것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청문회 앞두고 바뀐 폭스바겐의 입장 변화와 친절함..왜?

지난주 목요일 밤, 폭스바겐코리아는 환경부가 인증 취소 및 판매 금지 등 행정처분을 예고한 차량을 오늘(25일)부터 자진해서 판매 중지하겠다고 딜러들에게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리고 다음날인 22일, 한국 폭스바겐 차량 소유자들에게 Q&A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했습니다.

모두 근무일 기준으로 일주일의 마지막 날에 몰려있습니다. 다음 주에 있을 판매 중단 조치를 전주 목요일 밤에 발송한 것, 그리고 다음날 보낸 동문서답으로 가득한 부실한 Q&A, 뭔가 급히 서두른 모양새입니다.

이런 모양새의 배경에는 오늘(25일) 오전 열린 환경부의 청문회와 이후에 있을 행정 처분이 자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청문회에서 비판을 최대한 피하고, 행정 처분 과정에서 과징금을 줄이기 위한 요식 행위를 했을 가능성이 높은 겁니다. 한국 소비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소비자 설명을 다하고 있으며, 이번 사태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청문회를 앞두고 급히 서둘렀을 가능성이 큰 겁니다.

청문회와 행정 처분을 앞두고 급히 요식 행위를 하면서도 자사 이익 계산에는 충실했던 것 같습니다. 폭스바겐이 오늘부터 판매 중단 조치를 내리기로 했지만, 사실 판매 중단은 예정된 수순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환경부의 행정처분은 29일 쯤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데, 환경부는 판매 중지 등 중징계를 내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폭스바겐이 자진해서 판매를 중지하는 모양새를 취하기는 했지만, 사실상 판매 중지는 폭스바겐의 판매 중지 며칠 뒤에 예정되어 있는 겁니다.

‘어차피 판매 중단될 거, 미리 며칠 앞당겨 스스로 판매 중단한다고 하고 선처를 구하자. 그리고 가급적 자진 판매 중단 기간은 짧게 하고, 시작일은 홍보효과가 크도록 청문회 날로 하자.’ 이런 계산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이런 계산이 아니라면 폭스바겐의 자진 판매 중단 조치는 25일 보다 훨씬 앞서서 나왔어야 했습니다. 어쨌든 '자진'의 형태를 갖춘 판매 중단 조치로 선처를 입어 과징금 규모를 줄일 수 있다면, 폭스바겐은 자진 판매 중단 기간 동안의 판매 손실보다 훨씬 큰 이익을 챙길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의 폭스바겐에 대한 법 적용 시점에 따라 폭스바겐에 대한 과징금은 1천억 원 대에서 3백억 원 대로 줄어들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자사 이익 위해 이용 당한 한국 소비자

보는 사람을 울화통 터지게 하는 동문서답 Q&A에서도 철저한 자사 이익 보호는 확인됩니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자사의 문제된 행위에 대한 언급은 전혀 하지 않았고, 검찰이 ‘서류 조작’이라고 지칭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제출한 인증서류에 문제가 있었다’는 식으로 은근슬쩍 넘어가고 있습니다. 향후 차량 소유자들에 의해 민사 소송을 제기되었을 때 보상금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지금껏 모르쇠로 일관하던 폭스바겐이 갑자기 왜 이렇게 친절할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상세한 설명을 기대하며 홈페이지를 접속한 한국 소비자들. 하지만, 폭스바겐은 자사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동문서답으로 한국 소비자들을 우롱했습니다. 한국 소비자들은 폭스바겐 이익 보호를 위해 이용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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