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현직 경찰, 조폭과 수억 원 거래…돈 거래만?

[취재파일] 현직 경찰, 조폭과 수억 원 거래…돈 거래만?
지난해 12월 초순. 사회부 담당 기자로 막 다시 배정받았을 때였습니다. 오래 알고 지낸 제보자가 연락을 해왔습니다. “현직 경찰 간부가 조직폭력배하고 수억 원을 거래한 사실이 있는데 관심 있나요?” 세상에, 관심이 없을 리 있겠습니까. 사건 경위가 담긴 서류와 통장 거래 내역만으로도 바로 기사화가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그 기사가 <현직 경찰과 조폭의 ‘수상한’ 돈 거래>라는 제목으로 출고되기까지는 8개월이 걸렸습니다. 그 뒷얘기를 여기에 공개하려 합니다.

● ‘꼭꼭 숨어라’…조폭과 숨바꼭질

이번 사건은 간단하면서도 실은 굉장히 복잡합니다. 주로 조폭을 수사해온 경찰이 조폭에게 5억 원을 댑니다. 조폭은 그 돈을 불법 대부업체에 넣고 반죽합니다. 연 120% 초고율의 콩고물이 떨어지는 작업입니다. 5억 원을 그대로 묻어놓을 경우 1년 뒤 이자만 6억 원이 나옵니다. 이보다 더한 ‘황금알’이 또 있을까요.

하지만 이 황금알은 곧 금이 갑니다. 돈 앞에 의리는 없기 때문이지요. 급기야 현직 경찰이 조폭을 사기죄로 고소합니다. 원금 5억 원 중에 2억 원을 못 받았다는 겁니다. 아…조금 이상합니다. 고소는 수사를 전제합니다. 수사는 재판으로 이어질 수 있죠.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재판이 공개됩니다. 떳떳하지 않다면 고소를 할 수 있을까? 만천하에 드러날 일을? 그것도 현직 경찰이? 땅을 더 깊이 파들어 가야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조폭을 만나야 합니다. 연락은 닿았습니다. 어쩐 일인지 만남을 자꾸 피합니다. “난 잘못한 게 없기 때문에 검찰과 법원에서 ‘무혐의’ 내지는 ‘무죄’가 나오면 그때 보자”고 합니다. 한 달, 두 달, 석 달…. 그 사이 양측의 돈 거래 내역을 분석하고, 고소 사건을 맡았던 경찰 조사관과 접촉하고, 재판 과정도 빠짐없이 참관했습니다. 피고인으로 나온 조폭도 그렇게 해서야 겨우 만날 수 있었습니다.

● “조폭은 무죄”…경찰은?

조폭은 현직 경찰을 2005년에 만났다고 주장합니다. 문제가 된 돈 거래는 2008년 11월에 이뤄졌고요. 그런데 현직 경찰은 저와 공식 인터뷰에서 “조폭을 처음 만난 건 2008년 4~5월 쯤이었다”고 반박합니다. 그래서 물었습니다. 만난 지 5~6개월 만에 그 큰돈을 어떻게 빌려줬죠?

현직 경찰은 대답합니다. “식사 자리에서 와인 한 병 먹고 100만 원짜리 수표 내는 사람이고, 3억 원에 가까운 벤츠 600을 타고 다녀 돈을 빌려줘도 안 떼일 줄 알았다”고 말이죠. 전 잘못 들은 줄 알았습니다. 설령 내심에 두고 있더라도 대한민국 경찰관으로선 꺼내선 안 되는 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 시간에도 정말 묵묵히 양심에 따라 수사를 하는 다수의 경찰을 욕보이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현직 경찰의 해명은 저를 납득시키지 못했습니다. 당연히 판사도 납득할 수 없었겠죠. 검찰 수사 과정에서 조폭이 아니라 현직 경찰이 수시로 말을 바꾼 점, 따라서 2억 원을 돌려받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 설령 못 받았더라도 ‘고위험 고수익’이란 걸 알고 빌려줬기 때문에 조폭의 사기 혐의는 무죄라는 판단입니다.

사법부가 조폭의 손을 들어준 이상, 이제 그 경찰에 돋보기를 들이댈 차례입니다. 현직 경찰도 재테크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어디까지나 합법적인 틀 안이어야 합니다.

그는 “조폭인 줄 모르고 돈 거래를 했다”고 핏대를 세우지만 누가 들어도 코웃음 칠 일입니다. 돈 거래 당시만 해도 이름만 쳐보면 알만 한 조폭이었다는 건 그 경찰도 인지했을 거라는 게 재판부의 판단입니다. “불법 대부업인 줄도 몰랐다”고 주장하지만 조폭은 같은 혐의로 여러 차례 전과가 있었기 때문에 “몰랐을 리 없다”고 재판부는 일침을 가했습니다. 현재 해당 경찰은 2심 재판을 신청한 상태이고, 조폭은 무죄가 나온 만큼 그 경찰을 무고로 맞고소한 상태입니다.

● 조폭과 돈 거래만?…감찰이 밝혀야

홍만표, 진경준, 우병우 등 ‘스타급 검사(장)’들이 1백억 원에서 1천억 원대 돈방석을 깔고 앉아 있다 국민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습니다. 이들에 비하면 이 경찰의 수억 원대 돈거래 사건은 ‘애교’에 가까울 수 있습니다. 악(惡)이 더 큰 악(惡)에 묻히는 형국이랄까요? 하지만 범죄자 잡으라고 쥐어준 칼을 자신의 잇속을 위해 휘둘렀다는 점에서 두 사건의 본질은 같습니다. 악(惡)에 대한 정확한 감찰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8개월의 기간 동안 이 경찰의 ‘돈 거래’만 취재한 게 아닙니다. 저는 전과 조회나 압수수색, 소환 같은 ‘부러운’ 수사권이 없는 일개 기자일 뿐입니다. 그러나 시간과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니 다른 많은 걸 볼 수 있었습니다. 제 식구 감싸기, 안 됩니다. 꼬리만 잘라서도 안 됩니다. 서울지방경찰청에서 감찰을 하고 있다죠. 공명정대한 감찰이 진행되길 바라겠습니다.  

▶ [단독] 조폭에 돈 빌려준 경찰…수상한 거래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