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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구내식당, 일반인 금지?…공공기관 '딜레마'

[리포트+] 구내식당, 일반인 금지?…공공기관 '딜레마'
매번 뭘 먹을지 가장 고민되는 점심시간. 구내식당은 그런 고민을 할 필요가 상대적으로 덜하고 영양사도 갖춰져 있어 인기가 높은 편입니다. 특히 공공기관의 구내식당은 한 끼 가격이 4천 원 내외로 저렴하다 보니 그곳을 찾는 방문객 등 외부인들도 많이 찾습니다.

그런데 이런 외부인 출입을 제한하거나 아예 구내식당을 없애는 지자체들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인천시 동구청은 직원들의 반대에도 지난해 1월, 구내식당 문을 닫았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안산지사는 사무실 건물을 이전하면서 구내식당을 만들지 않았습니다. 서울시청은 일반인들의 구내식당 이용을 전면 금지하고 있습니다. 왜 이들 공공기관은 직원들과 외부인들에게 인기 있는 구내식당의 존재를 썩 달가워하지 않은 걸까요?

● 구내식당은 골목상권 침해의 주범?

“구내식당 폐지하지 않으면 골목상권 다 죽는다!”
 
근처에서 영업 중인 음식점 업주들이 공공기관 내 구내식당에 손님을 빼앗겨 피해가 크다는 민원을 제기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구내식당들이 내부 직원은 물론, 외부에서 오는 일반인들까지 받고 있다 보니 그나마 있던 손님까지도 빼앗기고 있다고 말합니다. 생계까지 위협받는다는 식당 업주들의 민원이 빗발치자 해당 공공기관은 구내식당을 없애거나 외부인 이용 제한을 두었던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소상공인들이 가장 민감해하는 부분은 바로 ‘외부인 이용’입니다. 지난 2014년 골목상권살리기 소비자연맹이 60개의 지자체, 경찰청, 교육청, 법원 등에 구내식당 이용 현황 정보공개를 청구했습니다.
그 중 외부인의 식사를 허용하지 않는 구내식당은 6곳으로 조사됐으며, 전체 구내식당 수의 10%에 불과했습니다. 이에 대해,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은 전 행정자치부에 지자체 구내식당 72곳의 불법 행위를 조사해달라고 고발장을 내기도 했습니다.

[ 오호석/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 회장 ]
“관공서 구내식당이 주변인들까지 흡수해 인근 자영업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구내식당 탓에 인근 골목상권 매출이 최고 35%까지 급감했습니다.”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이도 저도 못하는 공공기관

지난해 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일반인들이 공공기관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것에 대해 ‘불법’이라는 유권 해석을 내렸습니다. 현행법의 취지를 살펴본 결과, 이들 구내식당은 불특정한 사람에게 식사를 공급해선 안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영리를 추구해서 안 된다는 조항에 주목했습니다.

[ 식품위생법 제2조 12호 ]
“집단급식소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으며 공공기관, 기숙사, 학교, 병원, 사회복지시설, 산업체 등 급식시설로 규정한다.”

공공기관 구내식당이 외부인에게도 식사를 제공하는 건 식품위생법에서 말하는 영리 목적에 반하는 ‘불법행위’라 본 것이죠. 그러나 공공기관 측은 식약청의 유권 해석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합니다. 원칙적으로 구내식당을 외부인에게 허용해선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업무를 보러 오는 민원인까지 막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민원인에게만 구내식당을 허용한다거나, 민원인이 아닌, 일반인한테는 비싼 식사료를 적용하는 방안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용자 중 누가 민원인인지 구별하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게다가 일반인에게 비싼 식사료를 적용하는 것조차 영리 목적인 ‘영업행위’가 된다는 것이죠.

[ 공공기관 측 관계자 ]
“해당 법에서 규정하는 공공기관 구내식당의 대상은 단순히 기관의 직원만 아니라 각 목적에 맞게 공공기관을 이용하고 있는 민원인들도 포함된다고 봐야 합니다. 구내식당 이용객을 칼같이 나눠 민원인에게 점심시간이니 밖에서 식사하고 오라고 하는 것이 공익에 맞는 것인지는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 "이용제한·폐지만이 능사 아냐"

민원을 담당하고 있는 공공기관의 성격상, 소상공인들의 이러한 고충을 지나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그렇다 보니 공공기관마다 구내식당에 대해 제각기 다른 방침을 내리고 있는 입장입니다. 외부인 이용 제한이나 폐지 외에 ‘휴무제’를 도입한 곳도 있습니다. 일주일이나 한 달 주기로, 요일이나 숫자를 정한 뒤 직원들이 바깥에 나가 회식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죠.

그러자 공공기관 구내식당을 이용하던 일반인들이 가장 불만입니다. 저렴한 가격에 질 좋은 구내식당 이용의 기회를 제한당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공공기관 구내식당은 국민 세금 일부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국민인 일반인도 마땅히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것이죠. 경제 불황으로 주머니 사정도 여의치 않은 마당에, 식당들이 점점 가격을 올리다 보니 점심 한 끼 먹는 것도 부담스럽다고 토로합니다. 보통 6,000원은 내야 제대로 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일반 식당보다 그보다 저렴한 비용에 질 좋고 안전한 음식재료를 쓰는 구내식당이 여러모로 훨씬 낫다는 것이죠. 특히, 마땅한 소득이 없는 노인이나 장애인,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들은 구내식당 이용이 더욱 불가피하다고 말합니다.
공공기관 직원들 처지에서도 업무량과 점심시간을 고려했을 때, 시간과 비용절감 면에서 구내식당 이용은 어쩔 수 없다고 말합니다. 점심과 구내식당 모두가 직원 복지 내에 포함된 일부인데, 소상공인의 상권 보호를 위해 자신들의 복지혜택까지 침해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죠.

[ 공공기관 측 관계자 ]
“이동시간을 절감할 수 있고 메뉴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니까 구내식당을 주로 이용합니다. 업무량이 많다 보니 빨리 먹고 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요즘은 밥값도 무시 못 하잖아요.”

공공기관 구내식당을 둘러싸고 해당 기관과 직원, 그곳을 이용하는 일반인, 주변 음식점 주인이 서로 복잡한 이해관계로 얽혀 있어 마땅한 해법을 제시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입니다.

기획·구성 : 임태우·김미화 / 디자인 : 임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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