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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땀나고 불안"…소방관 트라우마 '심각'

<앵커>

다른 사람의 생명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소방관들이 정작 본인의 몸은 전혀 챙기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체 소방관의 6% 정도가 심각한 트라우마 때문에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상태였습니다.

소방관들의 실상을 돌아보는 연속보도, 이종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2000년, 서울의 한 2층 건물에서 불이 났습니다.

[이 안에 사람 있잖아, 이 안에!]

10여 분만에 불은 꺼졌지만, 천장이 무너지면서 25살의 새내기 소방관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16년이란 긴 세월이 흘렀어도 가족에겐 씻을 수 없는 고통으로 남았습니다.

[순직 소방관 어머니 : 죽기 전에야 그걸 잊어버리게 되겠어요? 죽어야 없어지고 이제 잊어버리게 되죠. 부모 잘못 만나서 그렇게 됐다는 생각에 죄책감이 더 하죠….]

현장에서 사고를 직접 겪는 소방관은 끔찍한 경험을 떨쳐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현직 소방관 : 잠자기 전이나 잠잘 때 사진처럼 찍혀서 그 장면들이 떠오르거든요. 좀 긴장된다고 해야 되나. 잠이 안 와요 그냥….]

서로 이런 상황을 잘 아는 동료끼리는 참혹했던 현장 얘기는 일부러라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현직 소방관 : 냄새를 맡으면 저희는 알거든요. '아 이거 사람 부패된 거다.' 나름대로 주문을 하는 것 같아요. '나는 괜찮다, 이런 거에 나는 무디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을 하거든요.]

하지만 이런 트라우마를 감추기만 하면, 수면장애와 우울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릴 수 있습니다.

실제 우리나라 소방대원의 6.3%가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어, 치료가 필요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반인보다 10배 높은 수치입니다.

[김지은/이화여대 뇌인지과학과 조교수 : 이전에 봤던 끔찍한 사건이라든지 본인이 화상을 겪었다든지 하면 화재현장 나가기 싫고 회피하게 되고…사이렌 소리만 들리면 놀라서 손에 땀이 나고 불안해진다든지….]

더 큰 문제는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채 또 참혹한 현장에 나서야 한다는 점입니다.

소방 전문병원 건립과 치료 프로그램 개발 같은 장기대책 마련이 시급한 이유입니다.

(영상취재 : 설치환, VJ : 이종현, 영상편집 : 위원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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