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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부산국제영화제 vs. 부산시…2년 갈등 종지부 찍나?

[취재파일] 부산국제영화제 vs. 부산시…2년 갈등 종지부 찍나?
부산국제영화제가 오랜 진통 끝에 22일 오후 부산 벡스코에서 임시총회를 열었습니다. 핵심 안건은 ‘조직 체계 변경’과 ‘정관 개정’으로 총회에서 별다른 이의 없이 통과됐습니다.

이로써 부산영화제는 출범 21년 만에 새로운 옷을 입고 출발하게 됐습니다. 무엇보다도 부산시장이 당연직 조직위원장이 되었던 관변단체에서 순수 민간인 이사장 체제로 조직이 바뀌게 됐습니다.

정관 개정안에는 영화 예술계에서 그동안 줄기차게 요구해 온 영화제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보장하는 조항이 들어갔습니다. 동시에 부산시가 영화제 측에 요구해 온 책임성과 투명성 조항도 들어갔습니다. 양측이 요구해 온 사안을 절충해 타협한 안입니다.
다이빙 벨 포스터
사실 부산국제영화제 측과 부산시는 2년 가까이 첨예한 갈등을 빚어 왔습니다. 그 갈등의 시초는 2014년 제 19대 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다이빙 벨’ 상영 때문이었죠. ‘세월호 사건을 다룬 이 영화를 놓고 정부와 부산시는 ’상영 중단‘을 요구했지만 영화제측은 거부했죠. 그 이후 정부와 부산시는 감사원 감사를 비롯해 예산 삭감,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 사퇴 요구 등 유무형의 압력을 가했습니다.

이에 맞서 문화 예술계는 영화제 독립을 요구하며 영화제 보이콧 등 실력행사로 맞서 왔습니다. 급기야 지난 2월 18일 서병수 부산시장이 영화제 조직위원장직을 전격 사퇴하기에 이르렀고, 구원투수로 부산 영화제의 핵심 산파역였던 김동호 초대 집행위원장이 조직위원장으로 투입되는 진통이 거듭됐습니다.

김 위원장이 투입되고 나서도 영화계는 정관을 개정해 독립성과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영화제를 보이콧 하겠다는 입장을 철회하지 않았고 수습의 실마리를 쉽게 찾지 못했습니다.

올해 제 21회 부산영화제가 3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출품작조차 확정 짓지 못하는 절박한 위기 상황 속에서 김 위원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은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독립성을 보장하는 정관 개정을 서두르겠다고 약속하면서 영화제 측과 부산시는 극적으로 타협의 실마리를 찾게 됐습니다.

과연 이 수습 안이 양측의 오랜 갈등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까요?
 
● 조직체계의 변화…관변 부산시장 조직위원장 체제에서 순수 민간 이사장 체제로
가장 큰 외형적 변화는 조직체계입니다. 우선 법인 명칭이 ‘(사)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에서 ‘(사)부산국제영화제’로 비꼈습니다. 부산지역 인사 위주로 구성된 ‘임원회’는 ‘이사회’ 체제로 바뀌고, 기존조직위원장 직함도 이사장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와 함께 의결권을 가진 위원 수도 조정해 슬림화 시켰습니다.

우선 조직위 체제에서 23명의 조직위 임원 수는 이사회로 바뀌면서 18명으로 축소 조정됐습니다. 또 기존 집행위원도 20명에서 8명으로 대폭 축소 조정됐습니다. 기존 조직위 체제에서 의결권이 있던 각종 자문위원들의 의결권은 없앴습니다.

이에 따라 총회 의결권은 이사회 18명과 집행위원 8명 합쳐 26명으로 이 가운데 부산시 국장과 집행위원장은 이사이자 집행위원으로 겸임하게 돼 실제 의결권은 24명으로 최종 조정됐습니다. 감사는 2인 체제로 하되 의결권은 주지 않도록 했습니다.

이사는 이사장의 추천을 받아 이사회에서 선출토록 했습니다. 다만 올해는 새로 이사회 체제로 전환되는 만큼 부산시와 영화제 측에서 추천하는 인사를 50: 50 동수로 균형을 맞췄습니다. 부산시 추천 인사 가운데 부시장과 주무 국장 등 2명은 이사회 멤버로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영화제 측과 부산시가 마지막까지 논쟁을 벌인 부분은 이사장 및 이사회의 임기 부분입니다. 영화제 측은 이사장과 이사회의 임기를 4년으로 하자고 한데 반해 부산시는 임기 3년을 주장했습니다. 부산시 산하 기관의 이사장 임기가 대부분 3년인데 따른 형평성 차원으로 설명했습니다. 결국 이사장 임기는 4년을 보장하되 이사의 임기는 3년으로 절충했습니다.
 
● 정관 개정…영화계 ‘독립성 보장’ 조항과 부산시 ‘투명성’ 조항 삽입 의무화
영화제 독립성 조항
영화제 투명성 조항
이번 임시 총회에서 의미 있는 변화는 정관 개정입니다. 그동안 쟁점이 됐던 영화제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내용이 정관에 구체적으로 명시토록 한 것은 의미 있는 진전입니다. 개정된 정관 33조 ‘집행위원회 기능’을 규정한 항에서 “초청 작품 및 초청작가 선정에 관한 사항은 집행위원장과 프로그래머 중심으로 구성된 선정위원회의 고유 권한이다”라고 못 박았습니다.

이 같이 자율성 관련 조항은 문화 예술 관련 단체나 조직 정관에서 사상 처음 있는 일로 앞으로 좋은 선례가 될 만한 진전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김규옥 부산시 경제부시장은 “이번 정관 개정으로 부산시가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은 모두 삭제됐다”며, “독립성 조항이 정관에 명시된 최초의 사례”라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대신 영화제 운영에 있어 부산시가 요구한 ‘책임성’과 ‘투명성’ 조항 또한 정관에 반영 됐습니다. 영화제는 책임성과 투명성 제고를 위해 ‘시민평가제’를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집행위원장은 영화제 행사가 끝난 뒤 2개월 안에 시민평가위원회를 구성하고 행사 결과에 대한 사후 평가보고회를 열도록 의무화 했습니다. 또 감사 2인 가운데 상임 감사 1명, 비상근 감사 1명으로 둬 상임감사제를 도입했습니다. 상임감사는 상시 출근을 전제로 해 사전 감사를 통한 투명성 제고를 확보토록 했습니다.
 
● 남는 문제들…일부 영화계 인사 반발, 올 영화제 갈 길 첩첩산중
제 20회 부산영화제 전야제
이처럼 영화제 측과 부산시가 오랜 협의 끝에 절충안이 마련됐지만 반발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 일부 영화계 인사들은 이사회 구성을 두고 순수 민간조직에 공무원 2명이 참여하고 사실상 시의 의중을 반영하는 인사가 50%를 차지하는 것은 “영화제 독립과 자율성을 훼손하는 사실상 개악”이라고 평가절하하고 있습니다. “부산시가 손을 떼기로 한 이상 그 약속을 철저히 지켜야 하는데도 정관 개정에 사사건건 간섭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하지만 부산시는 “영화제 예산 가운데 60억 원 이상을 시비로 지원하고 있는데 운영에 참여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입장입니다. 또 “이사회 참여는 간섭이 아닌 지원과 투명성 확보 차원”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영화제 측은 ‘일부 영화인들의 반발은 충분히 이해를 한다“ 면서도 ”개악이 아닌 개선이며 부산시의 부당한 간섭과 인사 개입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며, 영화인들의 대승적 지지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일부 영화계 인사들의 반발을 어떻게 수렴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아직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총회에서 별다른 문제 제기가 없었던 만큼 갈등은 수습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울러 제 21회 부산 영화제 준비 기간이 3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국, 내외의 출품 영화 선정과 초청 인사 확정 등 준비해야 할 사안이 너무 많습니다. 올 국제영화제가 제대로 치러질 수 있을 지 고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일각에서는 “올 영화제의 축소 운영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아시아권을 넘어 세계 5대 영화제로 자리 잡아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산국제영화제의 지위를 넘보는 상하이 국제영화제의 파격적 투자 등 국내외 도전은 갈수록 노골화 되고 있습니다. 지난 2년 간의 갈등과 혼란이 새로운 도약의 성장 통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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