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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체육행정 왜 이러나?③ 문체부, 무능 무책임에 비겁까지

[취재파일] 체육행정 왜 이러나?③ 문체부, 무능 무책임에 비겁까지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름 그대로 문화, 체육, 관광, 이 세 가지 이질적인 분야가 결합돼 있는 아주 특이한 정부 부처입니다.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해야 전문성이 생기는 게 당연한데 내부 순환근무 원칙 때문인지 업무가 손에 익을 만하면 다른 부서로 이동해버립니다.

예를 들어 스포츠를 담당했던 직원이 2년도 안돼 예술이나 미디어 부서로 발령이 나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행정의 효율성이 원천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 기관이라고는 믿기 힘든 일들이 비일비재합니다. 예를 들어 지난 2월 문체부 공무원 A씨는 대한체육회를 방문해 “통합체육회 정관의 영문 번역본을 빨리 국제올림픽원회(IOC)에 발송하라”고 다그쳤습니다. 대한체육회 실무 담당자는 영문 번역에 오류가 너무 많아 수정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문체부의 성화가 워낙 강해 어쩔 수 없이 그대로 IOC에 보냈다고 합니다.

그리고, 영문 정관을 발송한 지 하루 뒤인 IOC는 정관의 영어 번역본을 다시 신중히 체크해서 가능한 빨리 공식 최종본을 보내주기 바란다는 답장을 보냈습니다.  국제적 망신을 당한 것입니다.

A씨가 들고 온 영문 번역본은 한마디로 엉터리였습니다. 완전히 틀리게 번역한 것도 있고, 말도 안 되는 번역도 있고, 오타도 많이 있었습니다. 심지어 2009년에 대한체육회가 잘못 번역한 것을 그대로 베낀 것도 있었습니다. (3월2일 취재파일 ‘문체부-체육회 엉터리 번역’ 참조 ▶ [취재파일] 문체부-대한체육회 엉터리 번역 "나 몰라라"

그런데도 더 가관이었던 것은 A씨의 변명이었습니다. A씨가 문체부에서 정관 번역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임에 틀림없었지만, 그는 “전문 번역기관에 의뢰했고, 유명 국제변호사의 감수까지 받았다. 잘못된 번역을 왜 나에게 따지느냐?”고 강변하며 끝까지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대한체육회를 관리 감독해야 할 문체부가 정작 체육회의 기본 규정조차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예를 들어 ‘도핑 징계 선수는 징계 만료 이후 3년간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는 조항의 적용 시점이 대한체육회 규정과  대한수영연맹 등 가맹 경기단체 규정이  서로 다르다는 점도 모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7월1일 취재파일 참조  ▶ [취재파일] 국가대표 선발규정은 37개, 징계 시점 제각각)

또 최근 문제가 된 ‘범죄경력 조회서’ 의무 제출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한체육회는 산하 경기단체의 회장 선거에 출마하는 사람에게 범죄경력의 유무를 증명하는 서류를 의무적으로 내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엄연히 불법입니다. 그런데도 문체부 관계자는 이것이 불법인지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국가 행정을 책임지는 공무원은 그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돼야 하는데 기본적인 규정도 숙지하지 않고 있으니 효율적인 정책이 나올 리가 없습니다.

무능과 함께 지적해야 할 것이 바로 무책임입니다. 지난 2013년 이후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어떤 스포츠 선수도 훈장을 단 하나도 받지 못했습니다. 수영스타 박태환은 최고 등급인 체육훈장 청룡장 기준 점수(1,500점)을 2배 이상 확보했는데도 정부는 뚜렷한 이유 없이 훈장을 수여하지 않고 있습니다. ‘피겨여왕’ 김연아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작 공무원 자신들은 기준만 되면 바로 훈장을 받은 것과 비교하면 ‘후안무치’라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무능과 무책임 못지않게 또다른 큰 문제는 바로 비겁입니다. 대한체육회가 상식 이하의 일처리를 했을 때 제가 “왜 그렇게 했느냐?”고 물으면 늘 돌아오는 대답이 “문체부가 시켜서 그렇게 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문체부의 해명은 정반대입니다. “모든 것을 대한체육회가 스스로 결정했다”는 것입니다. ‘내 탓’은 하나도 없고 전부 ‘남 탓’인 것입니다.

여기서 문체부의 당당하지 못한 태도가 여지없이 드러난 대표적인 사례를 하나만 들겠습니다.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실무 책임자인 대한체육회 국제협력본부장 B씨가 징계위원회에 회부됐습니다. B씨를 조사한 대한체육회 감사실은 “문체부가 체육단체 통합 과정에서의 잘못을 지적하면서 B씨의 징계를 요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6월22일 취재파일 참조 ▶ [취재파일][단독] 문체부, 리우올림픽 책임자 징계 요구)

이에 대해 문체부 고위 간부는 SBS와의 통화에서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때의 잘못으로 징계를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인천 아시안게임 때의 잘못이 구체적으로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구체적으로는 잘 모르겠다”고 얼버무렸습니다. 2년 전의 일을 가지고 리우올림픽을 눈앞에 둔 지금에 와서야 징계를 요구한다는 것은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 처사입니다.

이에 대해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인천 아시안게임 얘기는 새빨간 거짓말이다. 자신들에게 ‘미운 털’이 박힌 직원들을 징계하려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이러다 보니 언론에 당당히 이유를 밝히지 못한 것이다”고 속사정을 털어 놓았습니다.
대한체육회에서 30년 가까이 일한 고참 직원들의 말에 따르면, 문체부는 웬만해서는 증거를 남기지 않는다고 합니다. 공문이나 전화를 가급적 이용하지 않고 직접 만나 자신들의 뜻을 전달한다고 합니다. 이렇기 때문에 나중에 문제가 발생해도 결정적인 물증이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문체부는 언론 기관에 홍보성 보도자료를 많이 배포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정작 어떤 현안이 생기면 그들은 좀처럼 말을 하지 않습니다. 사무실로 전화를 하거나 휴대 전화 통화를 시도해도 받지 않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도 묵묵부답입니다. 국민의 알 권리를 고려하면 공직자로서 매우 비겁한 태도인 것입니다. 

문체부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를 관리 감독해야 할 주무 부처이기도 합니다. 문체부는 개-폐회식장을 평창에서 강릉으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중간에 포기하면서 평지풍파를 일으켰고,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의 사후 활용을 놓고도 ‘오락가락’ 행태를 보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생긴 손실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현재 문체부의 역량과 행태로는 정상적인 한국 스포츠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고, 평창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도 낙관하기 힘들다는 게 중론입니다. 문체부 스스로 환골탈태하지 않는 한 결국 외부에 의한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1편 바로가기) ▶ [취재파일] 체육행정 왜 이러나① 문체부, IOC까지 속인 슈퍼 갑질
(2편 바로가기) ▶ [취재파일] 체육행정 왜 이러나② 문체부 아집이 부른 혈세 낭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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