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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사드에 대처하는 중국의 '손자병법'

[월드리포트] 사드에 대처하는 중국의 '손자병법'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국 배치 결정에 대한 찬반양론이 뜨겁습니다. 국내에서 뜨거운 논란과는 별개로 베이징 외교가의 관심은 이제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지극히 민감한 반응을 보여 온 중국이 과연 한국에 어떻게 나올까에 모아지고 있습니다.

사드 배치 자체도 그렇지만 한미 양국이 사드 배치 확정 발표를 한 시점에 대해서도 중국은 확실하게 뒤통수를 맞았다는 느낌을 갖고 있습니다. 실제로 남중국해 중재판결은 7월12일로 예정돼 있었고, 한반도 사드 배치 확정발표는 7월 8일에 나왔습니다. 경북 성주로 배치지역이 발표된 것은 중재판결 뒷날인 7월 13일입니다. 중국입장에서 보면 남중국해 영유권 판결로 정신없는 틈을 노려 한미 양국이 사드 배치 발표를 했다는 생각을 할 만합니다.

중국은 남중국해 영유권 재판에는 아예 처음부터 참여하지 않고 결과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꾸준히 견지해 왔지만, 판결내용이 이렇게까지 중국에 불리하게 나올 줄은 미처 예상치 못한 듯합니다. 판결의 내용을 예상해 만들어 두었던 대처 매뉴얼 가운데 가장 밑에 놓아둔 ‘최악의 경우‘라는 제목의 매뉴얼 북을 꺼내들었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중국이 정신없는 틈에 사드 배치 발표를 했다는 중국의 의심이 맞다면 중국의 초기반응을 억제하는 데 한미 양국의 전략은 일단 ‘성공’했습니다. 중국은 실제로 남중국해 판결 전날인 7월 11일에는 “반드시 상응하는 조치를 하겠다”, “한국은 미국의 사드배치에 동의함으로써 지역의 전략적 균형이 파괴되는 비상국면에 휘말려 들어갈 것”이라며 사실상 군사대응까지 시사했습니다. 

중국정부의 공식논평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군사 전문가인 인줘(尹卓)예비역 소장은 TV에 출연해 “미국과 중·러 간에 군사적 대치나 무력충돌이 발생한다면, 한국이 첫 타격대상이 될 수 있다“며 험한 말을 쏟아냈습니다. 중국군이 자국의 미사일을 무력화 시킬 수 있는 한국의 사드기지를 최우선적으로 공격할 것이란 뜻입니다. TV 검열이 엄격한 중국에서 전문가가 TV에 나와서 한 이야기는 정부가 외교적으로 할 수 없는 ‘험한 말’을 우회해서 쏟아내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남중국해 판결이 나온 뒤에는 중국의 태도가 훨씬 누그러졌습니다. 중국 외교부 루캉 대변인은 사드의 경북 성주배치가 결정된 7월 13일(남중국해 판결 다음날) 사드 배치에 대한 직접적인 질문을 받고도 "우리는 (이미)사드 배치에 단호하게 반대한다는 점을 표명했다"라며 기존입장을 되풀이하는 데 그쳤습니다. 중국 입장에서 사드보다 훨씬 더 큰 현안인 남중국해 판결에 대처하기 바빠 사드 문제에 대해서는 전선확대를 자제했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그렇다고 중국이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입장을 바꾼 것은 아닙니다. 다만 더 큰 현안이 있는 만큼 사드 문제에 대해서는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이라고 보면 맞을 듯합니다.

사드 한반도 배치 문제에 대해 앞으로 중국이 어떻게 나올까 하는 것은 베이징 외교가의 고위소식통 말을 인용할 만합니다. 너무나 유명한 고전 ‘손자병법’을 보면 중국을 대처를 예측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중국은 기업경영이나 정치에 손자병법을 원용하는 경우가 많다. 싸움에 가장 고수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다. 가장 하수가 '공성'(功城)즉 성을 공격하는 것이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적의 싸우겠다는 의지를 꺽는 것이다. 방법론으로 세가지 정도가 예상된다.

첫째, 자중지란을 유도할 것이다.
 - 중국에서 야당을 만나거나 기업을 만나거나 언론에 흘리거나 해서 한국 국내 여론분열을 유도할 것이다.

둘째, 보복을 할 수 도 있다는 암시를 주면서 의지를 꺽을 것이다.
 - 마늘 파동 등을 언급하면서 보복을 겁주면 반대여론이 형성된다.

셋째, 동맹과의 관계를 이간하려 할 것이다.
  - 미국의 꼬임수에 한국이 넘어갔다, 미국의 음모에 한국이 속았다는 식으로 미국에 대한 불신을 퍼뜨릴 것이다.


이런 수단등을 먼저 모두 동원한 다음 그래도 안 되면 '공성'에 들어갈 것이다. 중국은 우선 사드 배치를 번복하거나 지연시키거나 위해 먼저 다양한 노력을 할 것이다. 사드 배치가 진짜 불가역적인(Irreversable) 결정이라고 판명나는 순간이 지나야 비로소 중국의 안보에 저해되지 않는 장치를 보장받으려 할 것이다.

지금 사드의 각도나 범위 같은 얘기해봐야 배치 자체를 전략적 이익훼손이라고 중국이 생각하는 상황에서는 쇠귀에 경읽기에 불과하다. 국내 여론 분열 등 여러 가지 기제를 동원해서 배치 자체를 번복시키는 게 중국의 선결과제다.

현재까지 중국이 한국에 무역보복 등을 가할 움직임은 없다. 아크릴이나 강판 등의 상계관세도 일본이나 유럽보다 낮게 부과받거나 받을 예정이다. 문화 쪽으로도 빅뱅의 공연 등이 잘 이뤄졌다. 한국에 대한 무역 보복은 즉시 중국에 부메랑으로 올 수 있기 때문에 대단히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다.

'공성'(功城)을 할 때도 중국에 부메랑이 최대한 오지 않는 방법을 모색할 것이다. 한국에는 마늘 파동의 인상이 워낙 강하게 이미지가 남아 있으나, 이제 중국이 WTO에 가입하면서 균형에 맞지 않는 보복은 제소를 당한다. 일본에 희토류를 수출 금지한 것도 중국이 WTO에서 패소한 것은 물론 일본이 희토류 수입선을 바꾸면서 중국 희토류 가격이 절반 아래로 떨어져 결과적으로 중국이 손해를 봤다.

중국이 이만큼 성장한 것이 다른 나라의 투자와 기술교류로 이뤄진 것이라는 것을 중국도 잘 안다. 한국은 중국에 있어서도 가장 중요한 무역 상대국 중 하나이고, 고급기술을 갖고 중국에 투자하는 대표적 나라이기 때문에 무역 보복까지 갈 가능성은 대단히 낮다. 결국 우리가 중국의 무역보복 암시 등 구두협박(Verbal threat) 에 넘어가 자중지란을 일으키면 우리만 손해다.“

* 사드 배치에 대한 앞으로의 중국대응을 예측해 보자는 차원에서 적은 글일 뿐, 한반도 사드 배치에 대한 찬반 등 개인적인 입장은 들어 있지 않다는 점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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