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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진화하는 보험사기② 90건 넘는 보험사기도 벌금형?

法은 왜 ‘보험사기꾼’에 약한가?

[취재파일] 진화하는 보험사기② 90건 넘는 보험사기도 벌금형?
의사 A씨. 그는 서울 강남에서 의원을 운영하는 잘 나가는 의사였습니다. 그러나 전직 보험사 직원, 보험설계사, 보험 브로커로 이뤄진 '내부자들'의 유혹을 이기지는 못했습니다. 간혹 환자들의 요구도 있었습니다. A씨가 뭘 했느냐고요? 허위 진단서 작성입니다.

● 진료기록부 조작, 허위진단서 작성…어떤 의사의 추락

결국 의사 A씨는 기소됐고, 법원의 판결을 받았습니다.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그는 환자와 공모해 진료 기록부를 조작하고 보험금을 타도록 도와줬습니다. 허위진단서도 발행해줬습니다. 범죄 일람표를 보면 모두 90건 넘는 범죄 사실이 적시돼 있습니다. 기소된 혐의도 의료법 위반, 사기 방조, 허위진단서 작성 등 3가지입니다. 그러나 그는 벌금형만 받았습니다.

 A씨에 대한 이런 솜방망이 처벌은 애초 법원이 아니라 검찰 수사와 기소 때부터 예고돼 있는 것이었습니다. 검찰은 애초 A씨에 대한 징역형을 염두에 두지도 않았습니다. 정식기소를 하지 않고, 아예 '벌금형'에 해당하는 약식기소를 한 겁니다. 법원이 그나마 "정식 재판을 해봐야겠다"고 의사 A씨를 법정에 세우지 않았더라면 벌금 내고 끝났을 수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벌금형을 선고했습니다. 양형 이유는 이렇습니다. "깊이 뉘우치고 있고, 초범인데다가 병원을 폐업했다."
취재진이 그 병원을 찾아가 봤습니다. 문을 닫았다는 그 병원은 '의사만 바뀐 채' 그대로 영업 중이었습니다. 의사 A씨에 대해 묻자 그 병원에서는 친절하게도 명함까지 건네주면서 "인근에서 계속 영업 중이다"라고 설명해줬습니다. 역시 전화로 문의를 해도 친절하게 그 의사가 어디서 영업을 하고 있는지 설명을 해줬습니다. 법원이 의사 A씨에게 관용을 보여주면서 양형 이유로 고려한 '폐업'은 "그 자리에서 하던 영업만 그만두면 된다"라는 뜻입니다.

● "의사요? 인정하는 걸 못봤어요"…어떤 경찰관의 고민

의사가 써주는 진단서는 그 자체로 권위가 있습니다. 전문성이 있기 때문에 설혹 보험사기로 의심될 경우에도 '허위 진단서 발급'을 입증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수사를 하는 입장에서는 더 힘든 일입니다.

보험사기를 오랜 시간 수사해온 한 경찰관과 '의사 범죄 입증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한참을 얘기했습니다. 그는 "의사들은 저희가 수사를 하다보면 거의 인정 안합니다."라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변호사를) 대부분 로펌을 씁니다. 대형로펌을 다 써요."라며 "전문 분야이기 때문에 (수사하는 경찰관은)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아픈 걸 아프다고 했다."고 우기면 경찰 입장에서는 마땅히 방법이 없습니다. 다른 의사들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쉽지 않다고 합니다. "판단을 맡길 수 있는 기관도 없고, 의사들도 판단을 해주지 않으려고 피합니다. 동료 아니겠습니까. 그러다 보면 시간이 휙휙 가버립니다."

이 때문에 보험사기의 경우 의사들이 혐의를 부인하면 범죄 사실 입증이 매우 힘듭니다. 실제로 보험사기 가운데 징역형은 22%에 불과하고 대부분 벌금형에 그친 경우가 많습니다.
● 내부자들 범죄 입증엔 '내부 제보' 절실 …최대 10억 원까지 보상

솜방망이 처벌을 피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내부 제보가 가장 효과적입니다. 환자도 괜찮고, 직원도 괜찮습니다. 이런 내부 제보는 '전문성의 철옹성'을 깨고 처벌을 하는데 가장 효과적입니다.

한 생명보험사는 사기를 입증할 수 있는 녹취나 서류를 제출하면 50만 원어치의 상품권을 지급합니다. 수사나 조사 결과 아낀 보험금 규모에 따라 최대 10억 원까지 제보 포상금이 설정돼 있습니다. 지난해 4천9백여건의 제보가 있었는데, 올해도 더 많은 제보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내부자들이 가담하면서 점점 진화하는 보험사기. 매년 보험사들에게 보험료 인상 요인을 제공합니다. 술술 새는 보험금을 잡기 위해서라도 내부 제보를 기반으로 한 보험사기 가담자에 대한 엄벌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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