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리포트+] 인상하면 뭐하나? 최저임금 '미준수' 여전한데…

[리포트+] 인상하면 뭐하나? 최저임금 '미준수' 여전한데…
2017년 시간당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7.3%, 액수로는 440원 오른 6470원으로 결정됐습니다. 하루 8시간, 주 40시간을 기준으로 일한다고 치면 월급으로는 135만 2천 230원입니다. 지난 15일 최저임금위원회는 14차 전원회의을 열어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안을 이같이 의결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률은 2010년부터 증가해 14년도와 15년도 사이 주춤했으나, 2016년까지 8.1%로 상승세였습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인상폭이 낮아진데다, 노동계가 요구한 최저임금 1만원과 총선을 앞두고 각 당이 공약한 두 자릿수 인상률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최저임금위원회에 참여했던 노조측 위원 9명이 최종임금을 결정할 때 전원 퇴장했습니다.반대로 해마다 동결 주장을 반복해온 사측도, 영세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너무 많이 올랐다며 불만이 큰 상황입니다.

최저임금 협상은 해마다 진통을 거듭하며 어렵사리 타결되고 있는 데, 최저임금 결정 못지 않게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결정된 최저임금을 지키는 일입니다. 올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는 263만 7천명에 달합니다. 지난해 232만 6천명에서 31만 명이 증가해 263만 7천명으로 사상 최고입니다. 최저임금은 우리 사회의 각종 제도 가운데 가장 노골적으로 무시당하고 지켜지지 않는 원칙 중 하나입니다.
● 지켜지지 않는 최저임금…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선임연구위원의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시간당 6030원인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는 263만 7천명입니다. 전체 근로자의 13.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5세 미만 근로자의 경우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의 비율이 28.5%로 껑충 뜁니다. 특히 아르바이트를 주로 하는 대학생들이 최저임금 미지급의 가장 큰 피해자로 나타났습니다. 대학 재학 중이거나, 휴학 중인 근로자의 39.2%가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대학생 10명 중 4명 가량은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있는 셈입니다.

55세 이상의 노년층도 31.2%가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청년과 노년층이 최저임금 사각지대에 놓인 셈입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차이도 커서 정규직 중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는 2.1%에 불과하지만, 비정규직은 28.7%에 달했습니다. 성별로는 여성 근로자의 최저임금 미달 비율이 19.9%로, 8.9% 남성 근로자의 보다 높은 수치를 보였습니다. 청년과 노년, 비정규직 그리고 여성 근로자에 대한 처우개선이 시급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최저임금은 종이호랑이다?

2008년, 국제노동기구(ILO)는 ‘세계임금보고서(Global Wage Report)’에서 “최저임금 준수는 근로감독관의 사업장 방문 확률과 최저임금을 준수하지 않을 때 벌칙 수준의 함수다. 근로감독 행정이 취약하고, 벌칙 수준이 낮으면 최저임금은 종이호랑이가 된다.”고 권고한 바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최저임금법의 실효성이 종이호랑이 수준이라고 말합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고용부가 사업장을 관리 감독해 최저임금 미지급을 적발한 건수는 919건에 불과합니다. 2011년 2천 77건, 2013년은 1천 44건으로 적발 건수는 계속 감소하고 있습니다. 반면 근로자가 직접 최저임금 미지급을 신고해 적발한 건수는 지난해 2천 10건이었습니다. 2011년은 800건, 2013년 1천 408건으로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것이죠. 감독 기관 적발 건수는 해마다 줄고 있지만 근로자의 신고 건수는 반대로 매년 늘고 있는 겁니다.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입니다. 2011년부터 2015년 사이 고용부가 적발한 총 3만 2997건의 최저임금 위반 건 중 사법처리까지 이루어진 건수는 64건입니다. 이보다 가벼운 제재인 과태료 부과 건수도 17건에 불과했습니다. 사법처리와 과태료 부과 건수를 합해도 전체 위반건수의 0.2% 밖에 안 되는 것이죠.

한정애 의원은 "법 위반으로 걸려도 시정조치만 하면 아무런 불이익이 없는데 누가 법을 제대로 지키려 하겠나. 최저임금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최저임금 위반 사업주에게 '벌금 폭탄'을 매기는 호주처럼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 인상도 중요하지만, 실효성 무시 못 해

최저임금제를 도입하고 있는 선진국에서는 최저임금 위반에 대해 강력하게 처벌합니다. 최근 호주 당국은 워킹홀리데이 비자 소지자와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임금 착취에 대해 강력한 법적 제재로 대응했습니다. 호주 연방 순회법원은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급여를 지급하고, 미지급 급여액이 7천만원에 달하는 혐의를 받은 편의점 점주에게 미지급액의 5배인 3억 6천만 원을 '벌금 폭탄'을 부과했습니다.

독일은 주요 선진국 중 최저임금을 늦게 도입한 국가 중 하나입니다. 2014년 9월 법을 제정해 2015년 1월부터 시간당 8.5유로의 최저임금을 모든 업종에 적용했습니다. 도입은 늦었지만 독일은 최저임금법을 실시하면서 위반 시, 최고 6억 6700만원의 벌금을 물리는 강력한 처벌 기준을 함께 명시했습니다.

우리나라의 현행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최저임금 기준을 위반한 사업주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있습니다. 최저임금을 근로자에게 명확히 알리지 않은 사업주는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하죠. 하지만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최저임금 위반 판결 사례를 살펴보면, 벌금형이 45건, 징역형은 선고유예 21건, 집행유예는 3건입니다. 벌금 액수도 평균 88만 원에 불과합니다.
실제로 최저임금 위반으로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해도 입건되지 않고 종결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업주가 기한을 미루더라도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차액을 지급하면, 관할 노동청 근로감독관의 행정지도로 종결됩니다. 이런 이유로 임금 지급을 미루거나, 10원짜리 동전으로 지급하는 등의 갑질 급여 횡포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최저임금 인상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기획/구성 : 윤영현, 장아람
디자인: 정혜연
(SBS 뉴미디어부)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