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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여권 속 성차별?"…'him(her)' 표현 바꾼다

[취재파일] "여권 속 성차별?"…'him(her)' 표현 바꾼다
경기도 안산에 사는 대학생 24살 김진민 씨는 지난달 말 안산 시청에서 여권을 발급 받았습니다. 들뜬 마음으로 여권을 받아든 김씨는 이내 첫 페이지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여권 가장 첫 페이지에 나와있는 통행 보장에 관한 문구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인 이 여권 소지인이 아무 지장 없이 통행할 수 있도록 하여 주시고 필요한 모든 편의 및 보호를 베풀어 주실 것을 관계자 여러분께 요청합니다."
"The Ministry of Foreign Affairs of the Republic of Korea hereby requests all those whom it may concern to permit the bearer, a national of the republic of Korea to pass freely without delay or hindrance and, in case of need, to afford him(her) every possible assistance and protection."

김씨가 이상하다고 느낀 표현은 영문 표현 중 여권 소지인을 ‘him(her)'로 표현한 부분입니다. 여성을 괄호 안에 넣어 적었는데, 김씨는 “큰 생각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부당하다는 느낌은 들었다."면서 "성차별적인 표현"으로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citizen(시민), national(국민), holder(소지인)'처럼 특정 성별을 지칭하지 않는 대체 단어가 많은 상황에서 여성을 괄호 안에 넣어 표기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 김씨의 주장입니다. 김씨는 “미국 여권에서도 him, her이라는 단어를 전혀 쓰고 있지 않고, 영국에서도 bearer(지참자)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외교부는 이런 문제 제기가 타당하다고 받아들여, 앞으로 여권에서 'him(her)' 표현을 없애기로 결정했습니다. 내부 검토 결과, 해당 문구가 양성평등에 대한 오해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 내린 것입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him(her)이라는 표현을 외국 (여권)에서 잘 안 쓰고, 문안 자체도 해당 표현을 빼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판단했다. 어색한 문구를 보완해서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당장 내일부터 이런 표현이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통상 수 개월치 여권 발급 분량을 미리 준비를 해두기 때문에, 기존에 비축해 둔 재고 분량이 소진되는 금년 말 이후쯤 새 문구가 들어간 여권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사실, 여권 첫 페이지에 이런 문구가 있는지 아예 보지 못한 분들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도 첫 페이지를 유심히 볼 생각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혹은, 봤더라도 특별히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해 깊이 생각하지 않은 경우도 많았을 것입니다. 

단순한 성별 표현을 너무 민감하게 바라본 것 아니냐, 이런 반론을 제기하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무엇이든 조금 더 민감하게 바라보는 눈, 없는 것보다는 있는 쪽이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여권 첫페이지 통행 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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