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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호주 패키지여행의 '악몽'…무슨 일이 있었나?

임태우 기자 eight@sbs.co.kr

작성 2016.07.17 15:12 조회 재생수53,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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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리포트+] 호주 패키지여행의 악몽…무슨 일이 있었나?
해외로 놀러 가고 싶은데, 딱 5일의 휴가를 받았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비행기로 왔다갔다하는 시간을 생각하면 동남아 지역을 떠올리시겠죠. 그런데 130만 원대 가격에 호주로 다녀오는 여행상품이라면 어떨까요? 3박 5일의 시드니 완전 일주 코스로, 유람선 탑승과 놀이공원은 물론이고 양털을 깎는 체험 프로그램까지 풍성하게 채워진 상품이라면 말이죠. 130만 원이라면 최고급 코스의 동남아 여행 상품 가격과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 해외 패키지 여행상품 >
상품명: 호주 시드니 완전일주 5일 (유람선 탑승, 놀이공원, 양털 깎기 관람)
여행기간: 3박 5일
여행요금: 1,390,000원

그런데 130만 원대 상품인 줄 알고 비행기를 탔더니 막상 현지에서 이것저것 비용이 붙으면서 최종 여행경비가 200만 원을 훌쩍 넘었다면 어떨까요? 실제로 저렴한 가격을 믿었다가 발등 찍히는 해외 패키지여행. 대체 현지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요?

● 광고와 달라도 너무 달라

최근 호주로 139만 원짜리 패키지여행을 다녀온 이 모 씨의 경험을 토대로 상황을 재구성해봤습니다. 인천공항에서 이륙해 기내에서 밤을 보내고 호주에 도착한 첫날은 숙소에서 짐을 푼 뒤 가이드를 따라 시드니 시내를 돌아봤습니다. 여기까지는 괜찮았습니다. 문제는 둘째 날부터였습니다. 이날 오전 가이드가 패키지여행 일행을 안내한 곳은 여행지가 아닌, 제약사였습니다. 이 씨 일행은 영문도 모른 채 회의실에 들어간 뒤, 제약사 직원의 설명을 들어야 했습니다. 혈관 질환 약에 대한 광고였습니다.
[ 이 모 씨 / 바가지 패키지여행 피해자 ]
“광고가 아직도 기억납니다. 호주 사람들은 혈관 질환을 굉장히 무서워한다, 고기를 많이 먹어서라고. 40살 이상이면 누구나 ‘폴리코사놀’을 먹어서 호주 사람들은 건강하다….”

호주까지 와서 엉뚱한 약 설명을 들어야 하는 이 씨 일행은 밖으로 나갈 수도 없었습니다. 가이드와 호주 현지 직원들이 설명을 듣도록 강제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화장실에 가는 것조차 감시했습니다.

[ 이 모 씨 / 바가지 패키지여행 피해자 ]
“저희 일행이 9명 됐는데, 화장실 가는걸 통제하는 거예요. 화장실에 두 명 들어갔으니 너희는 나중에 가라, 이런 식으로. 화장실 가는 인원을 다 헤아리고 있었죠.”

결국, 약 판매 설명을 다 듣고 난 뒤 일행 9명이 산 혈관 질환 약값은 1,000만 원이 넘었습니다. 마치 안 사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 때문이었죠. 심지어 똑같은 약인데도 한국에서 살 때랑 비교도 안 되게 싸다는 이야기를 한 시간 넘게 반복해서 듣다 보면 저절로 지갑을 열게 됐다고 이 씨는 설명합니다.

제약사 투어가 끝나니, 다음 방문지는 양털공장이었습니다. 이 씨 일행은 양털 깎기 체험을 기대했지만, 현실은 전혀 달랐습니다. 양털공장에 도착하자마자 사장은 반갑게 일행을 맞이하더니 곧바로 ‘세일즈’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일행은 이번엔 양털 카펫에 대한 광고를 들어야만 했던 것이죠.

[ 이 모 씨 / 바가지 패키지여행 피해자 ]
“사장이 저희더러 양털 카펫 위에 다 앉으라고 하고, 카펫에 스타벅스 톨사이즈 컵 2개 분량의 콜라를 쫙 부어요. 그리고는 물티슈로 살짝 닦으면 된다, 이런 식으로 시범을 보이죠. 그럼 일행이 ‘우와’ 하면서 혹하게 되죠.”

이 씨는 호주 여행 동안 혈관 질환 약과 양털 카펫과 이불, 그리고 가이드가 내내 권했던 호주산 화장품까지 샀습니다. 다 합해서 100만 원 가까이 됐는데, 이는 애초 여행 계획에 전혀 없던 비용이었죠. 하지만, 막상 구매했던 양털 카펫은 한국에 와서 보니 털이 잘 빠지고 벌레가 생겼습니다. 강매해서 샀던 이불은 한국 대형마트에서 자신이 샀던 가격의 3분의 1에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이 씨는 환불을 요구하려 했지만 영수증이 없어 못 했습니다. 이유는 여행에서 돌아오기 전 가이드가 영수증을 걷어가 버렸기 때문입니다.

[ 이 모 씨 / 바가지 패키지여행 피해자 ]
“제가 이번에 호주를 가서 느꼈던 건 관광을 보통 선택 관광이라는 이름으로 돈을 남겨 먹는데, 여기는 보니까 선택 관광도 할 게 없어서 약을 팔아서 수수료 남기는 것밖에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우리한테 영수증을 요구하는 거에요. 우리가 환불하면 자기들이 수수료를 못 챙길 테니까요.”
● '바가지요금'에 환불도 안 되는 관광상품

이처럼 여행 도중 쇼핑 강매 등으로 원치 않는 비용이 발생하는 이유는 여행사 간의 치열한 경쟁 탓입니다. 국내 여행사들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일단 손해를 보더라도 수수료가 없거나 저가 패키지 여행 상품을 홍보해 판매하죠.

그러면 국내 여행사는 싼 가격에 모인 고객들을 ‘랜드사’라고 부르는 현지의 여행사로 연결해줍니다. 이들 랜드사는 가이드를 고용해 관광객들에게 각종 옵션 투어와 팁, 쇼핑을 강요하고 돈을 쓰게 합니다.이런 과정에서 남는 이익을 한국 여행사와 랜드사가 약속한 비율로 나눠 갖는 겁니다.

문제는 바가지를 썼거나 강매 당한 관광물품의 경우 환급받기가 까다롭다는 것입니다. 특정 상점에서 해당 물건을 샀다는 내용 증명부터 환급에 필요한 법률 절차가 복잡하다 보니 울며 겨자 먹기로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한국 여행사에 따져도 랜드사나 가이드에 떠넘기고는 나 몰라라 하는 식입니다. 결국, 전문가들은 비용이 비싸더라도 ‘노옵션’의 패키지 상품을 선택을 권유합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이죠.

기획·구성 : 임태우·김미화 / 디자인 : 김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