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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오너 있는 곳이 더했다


지난 4월 1일 기준으로 자산 5조 원 이상 대기업집단(재벌)이 소유한 계열사 숫자는 1,736개로 집계됐습니다. 이중 총수, 소위 오너가 있는 재벌 45곳의 평균 계열사 숫자는 33.2개로 오너가 없는 20곳의 12개에 비해 3배 가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나라의 재벌은 문어발식 확장으로 동네 상권까지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평균 계열사 숫자 33.2개와 12개라는 숫자는 이런 비판의 주된 대상이 오너가 있는 재벌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계열사가 가장 많은 곳은 최근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롯데그룹으로 계열사 숫자는 지난해보다 13개가 늘어 93개로 집계됐습니다. 삼성그룹은 59개, 현대자동차그룸은 51개, SK그룹은 86개, LG그룹은 67개의 계열사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나라 재벌, 정확히 재벌 총수가 비판을 받는 또 다른 지점은 그룹 내 지분은 얼마 되지 않으면서도 계열사들의 복잡한 순환 출자를 배경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는 겁니다. 4월 1일 기준 총수가 있는 45개 대기업집단에서 총수와 자녀, 친인척 등 총수 일가가 가진 지분은 평균 4.1%에 불과했습니다. 지난해 4.3%보다 지분율은 0.2%p가 감소했습니다. 특히,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 등 10대 그룹의 경우 총수 일가가 가진 지분은 0.9%에 불과했습니다. 

이렇게 낮은 지분율에도 불구하고 재벌 총수가 그룹 전체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이유는 계열회사들의 지분율이 증가한 것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45개 대기업집단의 경우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4.3%에서 4.1%로 낮아지는 동안 계열사의 소유 지분은 48.5%에서 50.6%로 증가했습니다. 총수 일가의 지분은 줄어들었지만, 계열사 소유 지분 증가로 오히려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력은 높아진 겁니다. 10대 그룹의 경우 총수 일가의 지분은 평균 0.9%로 지난해와 차이가 없었지만, 계열사의 지분율은 50.6%에서 54.9%로 4.3%p나 증가해 그룹 지배력은 더욱 공고해 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계열사 소유 지분 증가는 자사주를 매입하거나 다른 계열사의 지분을 매입한 결과입니다. 후자의 경우라면 순환 출자의 단계가 늘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총수가 있는 대기업집단의 평균 출자단계는 4단계로 총수가 없는 대기업집단의 1.6단계보다 훨씬 복잡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계열사 간 순환출자가 있는 대기업집단은 삼성과 현대자동차, 롯데와 현대중공업, 대림, 현대백화점, 영풍, 현대산업개발 등 모두 8개로 순환출자 고리가 가장 많은 곳은 67개인 롯데로 나타났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대기업 집단에 대한 분석은 4월 1일 현재 자산 5조 원 이상인 65곳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는 5조 원을 살짝 상회하는 대기업 집단과 자산이 수 십조 원인 대기업집단을 같은 기준으로 규제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비판을 수용해 대기업 집단 지정 기준을 '자산 10조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공기업들도 대기업 집단에서 배제했습니다. 이에 따라 대기업 집단 숫자는 바뀐 시행령이 적용되는 오는 9월부터는 65개에서 28개로 감소합니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sbs.co.kr)
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분석: 한창진·장동호
디자인/개발: 임송이

※ 마부작침(磨斧作針) :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으로, 방대한 데이터와 정보 속에서 송곳 같은 팩트를 찾는 저널리즘을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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