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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플러스] 한국어 가르치는 '쿠바노'…뜨거운 한류

그런가 하면 쿠바는 아직도 우리나라와 미수교 국가인데요, 인터넷도 잘 안 되고 TV 채널도 몇 개 안 되는 공산주의 국가 쿠바에서 우리 문화가 단순히 소개되는 걸 넘어 하나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 않고는 믿기 힘든 사실인데요, 김우식 특파원이 현지를 다녀왔습니다. 취재파일 보시죠.

쿠바의 10쎄우쎄짜리 지폐를 보시면 현대중공업의 발전기 사진이 실려 있습니다. 2005년 쿠바에 처음 진출한 우리 기업인 현대중공업이 전기가 부족한 쿠바에 발전기를 설치해 주고 확실한 AS로 쿠바 정부와 신뢰를 쌓은 덕분입니다.

거리에는 현대 기아차도 많이 눈에 띄고 기자가 묵었던 호텔의 TV도 삼성제품이었습니다. 따라서 쿠바에서는 남한 하면 북한과 달리 잘 사는 나라라는 인식이 자리잡혀 있다고 하는데요, 한국의 대중문화, 한류가 본격적으로 상륙한 건 2013년부터입니다.

국영 방송국이 한국 드라마 세 편을 방영해 큰 인기를 끌었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해적판 DVD나 USB 파일 형태로 우리 드라마 대부분이 완벽한 스페인어 자막과 함께 빠른 속도로 쿠바에 들어온다는데요, 쿠바 팬들은 한국 드라마가 순수한 사랑을 다루고 있고 남녀 배우들이 멋있기 때문에 좋다고 말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한국 연예인들의 팬클럽도 1년여 만에 회원 수가 1천 명을 넘어갈 정도로 활발히 운영되고 있는데, 연령대가 1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하고 미국 대사관 뒤 반지하에 마련한 작은 사무실 공간에 정기적으로 모여 우리 드라마도 보고 K-POP도 즐겨 듣습니다.

그리고 이런 한류 사랑은 한국말에 대한 관심으로도 이어졌습니다. 청소년들이 서툴지만, 열심히 한국말을 배우고 있었는데요, 놀랍게도 선생님 두 명은 모두 쿠바인이었습니다.

[안. (앞!) 앞. 뒤. 옆. 사이!]

음식 또한 빼놓을 수 없겠죠. 올봄에는 처음으로 아바나 시내 대사관들이 밀집한 곳에 한국인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한국 식당이 생겼습니다.

김치와 불고기 등을 맛볼 수 있었는데요, 한국에서 가져온 씨를 심어서 쿠바에서 직접 재배한 무로 담갔다는 깍두기가 제법 그럴듯했습니다.

현재 쿠바에 거주하는 한국인 후손은 약 1천 명이 넘는다는데요, 한인 3세부터 6세까지 있고 세대가 내려갈수록 혼혈도 많이 진행돼 대부분은 한국어를 못하지만, 그래도 모두 한인 후손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한국 문화와 역사를 공부하며 머지않아 조국을 가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경제 성장이 절실한 쿠바는 한국과의 경제 협력이 간절하지만, 형제 국가인 북한을 의식해 소극적인 게 현실입니다.

북한과의 관계는 유지하되 남한이라는 새로운 친구를 사귀어 보라는 우리의 제안에 쿠바가 얼마나 빨리 마음을 열지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겠습니다. 

▶ [월드리포트] 쿠바 르뽀 ③ 한국어 가르치는 '쿠바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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