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플러스] 러시아 무르만스크에 울려 퍼진 아리랑

러시아 북서쪽 끝에 무르만스크라는 도시가 있습니다. 북극 항로의 출발점이자 북극권에서는 세계 최대 도시인데요, 지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머나먼 이곳에서 얼마 전 우리나라의 음악과 춤 공연이 펼쳐졌습니다. 임광기 기자가 다녀와 취재파일에 남겼습니다.

지금으로부터 38년 전인 1978년 4월 20일, 프랑스 파리를 출발해 서울로 향하던 대한항공 여객기 902편의 교신이 끊겼습니다.

당시 한국과 소련 간에 수교는 물론 항공 협정도 체결돼있지 않아 승객 97명과 승무원 13명 등 110명을 태운 이 여객기는 알래스카를 경유했는데 조종사와 항법사의 실수로 항로를 이탈해 적성국가인 소련 영내에 들어갔다가 저지 신호를 무시한 채 계속 비행하자 소련 전투기가 미국의 정찰기로 오인하고 미사일을 발사한 겁니다.

다행히 기장의 침착한 대응으로 여객기는 한 얼어붙은 호수에 강제착륙했고 그 과정에서 동체가 크게 부서지긴 했지만, 미사일 공격으로 파편에 맞아 숨진 2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탑승객들이 무사했습니다. 냉전이 빚은 자칫 엄청난 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아찔한 사고였던 겁니다.

그때 강제착륙했던 호수가 바로 무르만스크 남쪽에 있는 호수인데요, 지난 16일 이 역사적인 장소 무르만스크에서 우리의 국악과 전통 무용이 무대에 올라 현지 관객 7백여 명의 심금을 뒤흔들었습니다.

우리 영화 <건축학 개론>이 러시아어 자막으로 상영되기도 했습니다. 윤병세 외교 장관의 러시아 방문을 계기로 열린 한 협력 세미나의 일환이었습니다.

이는 1990년 한국과 소련이 정식 수교를 맺어 여객기의 영공 통과는 물론 모스크바와 인천 간의 직통 노선도 개통돼 양국 정상들이 수차례 정상회담을 갖고 우호 협력을 약속했기 때문에 가능했는데요, 민항기임에도 영공을 침범했다는 이유로 미사일 공격을 받아야 했던 38년 전의 상황과 비교해보면 참으로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양국 관계를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늘 뭔가 부자연스러움을 엿볼 수 있습니다. 한국전쟁의 악연 때문인지 이념의 벽이라는 태생적 한계 때문인지 북한과 미국이라는 변수가 늘 따라 다니는 묘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게 현실인데요, 그나마 이번 외교 장관 회담에서 우리가 요구했던 북핵 문제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단호한 입장이 천명됐고, 반대로 우리가 우려했던 사드 문제에 대해서는 별 언급이 없었기 때문에 고무적인 기운이 돌고 있습니다.

머지않은 장래에 박근혜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도 뒤따를 조짐이란 게 외교가의 분석인데요, 한러 관계가 전략적 관계에서 전면적 협력 관계로 들어서려면 아직도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는 '소련'이라는 우리 내부의 편견을 깨고 한러 관계를 한미 관계의 종속 변수로 보는 인식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임 기자는 강조했습니다.

▶ [칼럼] 무르만스크에 울려 퍼진 아리랑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