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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유흥업소 종사·성형 여부까지 폭로…'일반인 찌라시' 정체는?

[리포트+] 유흥업소 종사·성형 여부까지 폭로…'일반인 찌라시' 정체는?
“훼손될 명예가 있으면 날 고소하라고!”

도발적인 프로필의 인스타그램 계정. 최근까지 이 계정에는 무려 420개의 게시물이 올라왔고, 팔로워는 10만 명까지 달했습니다. 

해당 계정은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사진과 사생활은 물론, 성형 여부까지 적나라하게 폭로했습니다. 과거 성매매를 했거나 부유한 남성과 함께 사진 찍은 여성은 ‘스폰녀’로 불리며, 공격 1순위가 됩니다. 이 계정에 올라온 정보들은 사실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수위가 높습니다.

그럼에도, 고소 따위는 두렵지 않다며 네티즌들을 상대로 적극적으로 제보해달라는 이곳은 도대체 어떤 곳일까요?
● '일반인 찌라시'…더 이상 남 일이 아니야

연예인들의 사생활 관련 기사를 보도하는 한 언론사의 이름을 본떠 만든 인스타그램 계정인 ‘강남패치’. 처음 이 계정은 강남지역 불법 유흥업소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으로 출발했습니다. 

주로 유흥업소를 방문한 남성이나 주변 지인의 제보를 받아 여성들의 신상 정보를 수집했습니다. 그러더니 유흥업소를 찾는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의 이름까지 거론됐고, ‘강남패치’를 찾는 방문자는 급격히 늘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유흥업소 여성은 물론, 승무원이나 모델 등 특정 직군에 종사하는 일반인 여성들로 신상공개 범위를 넓혔습니다.

신상 공개의 대상이 늘어날수록 계정의 공격 소재도 광범위해졌습니다. 단순히 유흥업소에 종사하는 행위를 비판하던 입장에서 성형을 많이 했거나, 학과 후배를 괴롭힌 전적도 비난의 소재로 자리 잡았습니다. 일반인을 소재로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나 이야기를 그대로 전하는 이른바 ‘일반인 찌라시’가 된 것이죠. 

찌라시의 주인공이 돼 신상 정보가 공개되면, 직장으로 비난 전화가 걸려오는 등 당혹스러운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SNS 계정에서 ‘직장에 전화를 걸어 해고당하게 하자.’라는 여론을 조장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신상이 공개된 피해자들이 자신의 SNS 계정을 폐쇄하거나 비공개로 설정한다고 해도, 이미 다른 사람이 만든 계정에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직장과 학력, 거주지 등의 신상이 공개돼 더 큰 사생활 침해를 겪고 있습니다.
● 신상털기 넘어서 조직적인 폭로 찌라시로

‘신상 털기’로 불리는 무분별한 신상 공개 행위는 사실 이전부터 존재해왔습니다. 그런데 '강남패치'는 일반적인 신상 공개와 달리 다수의 여성을 공격하는 조직적인 폭로가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강남패치’에서 공개되는 신상 정보들은 주변의 제보를 통해 구성되기 때문에 얼핏 보기에는 ‘사실’로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제보를 기반으로 한 사진이나 글이 올라오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추가적인 제보가 접수됩니다. 이처럼 다양한 경로로 제보를 받고, 다수의 익명 계정을 보유할 수 있는 인스타그램의 특성에 힘입어 ‘강남패치’는 SNS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조직적인 폭로 계정이 성형을 소재로 하거나 여성 비하의 상징인 된장녀, 김치녀를 공격 대상으로 하는 만큼 ‘여성 혐오’가 반영돼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계정이 만든 기준에 어긋나는 여성들을 무차별적으로 비난하고, 사회에서 매도당해야 하는 인물로 낙인 찍는 ‘그들만의 공개 재판장’인 것입니다.

● 법적인 제재가 가능하지만…

SNS 상에 공개한 정보가 명예훼손에 해당하면 정보의 사실 여부에 관계없이 법적으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SNS 상에서 명예훼손을 했을 땐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가중처벌됩니다. 누군가를 비방할 목적으로 인터넷 등에 공연히 허위 사실을 드러내 명예를 훼손하면 7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됩니다. 설령 사실을 게시했어도,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천 만원 이하의 벌금이 매겨집니다.
그러나 정작 피해자들은 신고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명예훼손죄로 고소하는 즉시, SNS 계정 운영자는 고소장 접수 내용을 공개하기 때문에 법적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계속된 사생활 침해를 겪게 됩니다. 신고로 계정을 폐쇄해도 제2, 제3의 계정을 줄기차게 만들어 운영하기도 합니다.

경찰은 피해자가 증가하면 수사에 착수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지만, 외국 서버를 기반으로 한 SNS가 많아서 서버에 대한 강제적인 조사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무분별하게 일반인의 신상을 공개하고 이를 당당하게 여기는 계정 운영자들이 가장 큰 문제지만, 피해 양산을 막기 위한 제도 정비가 더욱 시급합니다.

여러분도 ‘찌라시’의 피해자가 될 수 있으니까요.

기획·구성: 임태우·장아람 / 그래픽 디자인: 임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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