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리우 취재파일⑩] 앗! 내 메달이 어디 갔지?…메달 분실 해프닝

[리우 취재파일⑩] 앗! 내 메달이 어디 갔지?…메달 분실 해프닝
선수들이 흘린 피와 땀의 결실인 올림픽 메달. 그 무엇보다도 분신처럼 소중하게 간직하고 다룰 것 같은데요, 역대 올림픽에서는 메달을 분실하는 사례가 생각보다 많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찾은 경우도 있었지만, 결국 못 찾고 복제품을 받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다비드 티자노(왼쪽)
다비드 티자노(왼쪽)
● 세리머니하다 그만 물에 ‘풍덩’

1988년 서울 올림픽 조정 남자 쿼드러플스컬(4인조)에서 우승한 이탈리아의 다비드 티자노 선수의 이야기입니다. 당시 4명의 이탈리아 선수들은 시상식을 마치고 관례에 따라 물속으로 뛰어드는 우승 세리머니를 펼쳤습니다. 그런데 물속에서 서로 부여잡고 헤엄치던 도중 티자노가 그만 손에 쥐고 있던 금메달을 놓쳐버렸습니다.

금메달은 한강 바닥으로 가라앉았습니다. 미사리 경기장에는 5명의 잠수대원들이 투입돼 수색을 벌였습니다. 2시간 넘게 물속을 샅샅이 뒤졌지만 수심이 3.4m나 되는데다 물이 탁하고 밑바닥은 갯벌이어서 허탕을 쳤습니다. 수색은 다음 날까지 이어졌습니다. 천만다행으로 한 시간 만에 금메달을 찾아냈습니다.

한 잠수대원이 메달을 분실한 선착장 부근 갯벌 바닥에 묻혀 있던 금메달을 손으로 건져냈습니다. 잠수대원들이 어렵게 찾은 금메달을 이탈리아 선수단에게 돌려줬는데 이 자리에서 이탈리아 대표팀 코치는 “내가 여자라면 감사의 키스를 해주겠다”는 말로 익살스럽게 감사의 뜻을 표현했습니다.

티자노는 지난 2012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당시의 느낌을 전했습니다. 그는 마치 어제 일처럼 그 때의 기억이 생생하다며 손에서 메달을 놓치는 순간의 느낌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팀 동료의 금메달을 빌려 단체 사진을 찍었던 일화도 소개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소중한 금메달을 되찾은 티자노는 8년 뒤인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더블스컬(2인승)에서 또 한 개의 금메달을 추가했습니다.
네덜란드 조정 선수 디데릭 사이먼
● 택시에 놓고 내리고..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도 메달 분실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조정 선수였습니다. 네덜란드의 디데릭 사이먼은 조정 에이트(8인승) 종목에서 은메달을 딴 뒤 택시를 타고 파티 장소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도착 직후 주머니에 있던 메달이 없어진 것을 알았습니다. 파티 내내 속으로 끙끙 앓으며 이리저리 메달을 찾았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경찰에 분실 신고를 했습니다.

그는 네덜란드로 돌아가서 베아트릭스 여왕과 기념사진을 찍을 예정이었는데, 출국 날짜가 다가오도록 메달을 찾지 못해 더욱 초조해졌습니다. 다행히 며칠 뒤 사이먼이 탔던 택시 운전사가 차 안에서 메달을 발견했고, 메달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은 후 경찰서에 돌려주었습니다. 결국 사이먼은 되찾은 메달을 목에 걸고 여왕과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 못 찾으면 복제품이라도..

메달을 못 찾더라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있습니다. 바로 복제품입니다. IOC는 스위스 로잔에 있는 올림픽 박물관에 역대 올림픽에서 쓰인 메달의 원형 틀을 보관하고 있습니다. IOC는 역대 메달리스트 가운데 매년 한두 명이 “분실했는데 새로 만들어 줄 수 없느냐”는 문의를 해와 새로 제작해주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이렇게 만들어 준 ‘복제 메달’의 하단에는 작은 글씨로 ‘복제품(replica)’이라고 표기합니다. 진품과 복제품을 가리기 위해서입니다.

복제품은 공짜가 아닙니다. IOC는 복제품 제작비로 개당 500달러(약 59만 원)에서 1200달러(약 141만 원)를 받는다고 합니다. 이렇게 가격이 다른 것은 대회마다 메달의 디자인과 무게, 두께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복제 메달을 받으려면 통상 수개월을 기다려야 합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쿠바 야구대표팀 유격수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알렉세이 라미레스는 2008년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에 입단하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온 이후 금메달을 도난당했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시카고 화이트삭스 구단은 IOC에 복제 메달을 요청했고, 두 달 뒤 DHL로 복제메달을 받아 그라운드에서 라미레스에게 깜짝 메달 수여식을 진행했습니다. 라미레스는 기대하지 않았던 선물을 받았다며 활짝 웃었습니다.
라미레스 깜짝 메달 수여식 (출처: mlb.com 화면 캡처)
메달에 금속 이외에 다른 성분이 들어가 있으면 그만큼 복제가 어렵다고 합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수구에서 미국대표팀 골키퍼로 활약하며 은메달을 획득한 메릴 모지스는 부모집에 강도가 들어 메달을 도난당했습니다. 그런데 그 메달에는 옥이 박혀 있었습니다.

처음에 IOC로부터 건네받은 복제 메달이 조잡해서 불만이었는데, 나중에 IOC에서 더 좋은 복제 방법을 알아냈다며 연락해와 기존 복제 메달을 돌려주고 새 복제 메달을 다시 받았습니다. 어린이 수영 교실을 운영하는 메릴 모지스는 복제 메달을 다시 발급받는 기간 동안 인터넷 사이트에서 75달러짜리 복제 메달을 구입해 자신의 학원에 전시해서 학생들에게 보여줬다고 합니다.

복제품을 만들기 전, 그러니까 아주 옛날에는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1932년 LA올림픽 남자 높이뛰기에서 금메달을 땄던 캐나다의 던컨 맥노튼이라는 선수는 금메달을 분실했는데 당시 은메달을 땄던 미국의 밥 반 오스델이라는 선수로부터 복제 금메달을 선물 받았습니다. 맥노튼과 친구사이였던 오스델은 치과의사였는데, 자신의 은메달을 본떠 메달을 만든 뒤 금을 넣어 전달했다고 합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