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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로드 킬 1위 경북…'너구리' 조심

차를 몰고 고속도로나 국도, 지방도로를 달리다 갑자기 도로로 뛰어든 야생동물을 만나게 되면 크게 당황하게 됩니다. 본능적으로 핸들을 꺾거나 급브레이크를 밟아 자칫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다행히 동물도 다치지 않고 무사히 지나가면 최고로 좋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야생동물이 대부분 한 밤중이나 이른 새벽에 도로로 뛰어들기 때문입니다. 시야 확보가 어려운 운전자들이 비상 대응을 할 때는 이미 때를 놓치는 수 가 많습니다. 결국 운전자들이 끔찍한 사고경험을 피하기 위해서는 로드 킬 다발지역에 대한 사전정보가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전국 지자체별로 로드 킬에 가장 쉽게 노출되는  지역은 어디일까? 또 어떤 동물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을까?   

국립생물자원관이 내놓은 ‘2015년 야생동물 실태조사’는 로드 킬 관련해서 이런 궁금증을 어느 정도 풀어주고 있습니다. 지난해 로드 킬 발생 1위라는 불명예를 안은 자치단체는 경상북도였습니다. 총560km 조사구간에서 발생한 로드 킬 건수는 208마리였습니다. 매월1회 특정 구간을 조사해 1년간 집계를 한 것이니까 실제 로드 킬 건수는 이보다 훨씬 많다고 봐야할 것입니다.

경북에서 로드 킬된 동물 가운데는 너구리가 39마리<18.8%>로 가장 많았고, 고라니가 26마리<12.5%>로 뒤를 이었습니다. 족제비 22마리<10.6%>, 뱀인 유혈목이와 참새가 각각 14마리<6.7%>씩 피해를 입었습니다.     
로드 킬 발생 2위 지역은 전라남도였습니다. 총485km 조사구간에서 모두 203마리가 발견 됐는데 너구리와 족제비가 32마리<15.8%>로 가장 많았고, 꿩 20마리<9.9%>,고라니 11마리<5.4%>에 이어 다람쥐, 참새, 호랑지빠귀가 각각 10마리씩 조사됐습니다.

조사구간이 1천74km로 가장 길었던 강원도가 3위를 기록했습니다. 강원도에서는 야생동물 185마리가 로드 킬을 당했는데 고라니와 청설모가 각각 40마리<21.6%>로 가장 많았고, 너구리 21마리<11.4%>, 무당개구리 20마리<10.8%>, 족제비 19마리<10.3%>순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다음으로 경기도<143마리>, 전라북도<106마리>, 충청남도<65마리>, 제주도<49마리>, 경상남도<46마리>, 충청북도<32마리>순입니다. 충북의 경우 359km 조사구간에서 고라니가 10마리로 가장 많았고, 까치, 너구리, 족제비가 각각 4마리로 뒤를 이었습니다.     
피해를 당한 야생동물도 지역별로 차이가 났는데, 중부지역인 경기도, 강원도, 충북, 충남에서는 고라니가 가장 많이 로드 킬을 당했습니다. 남부권인 경북, 경남, 전남, 전북에서는 너구리가 고라니를 제치고 가장 흔하게 차량에 치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특이한 것은 제주도에서는 너구리와 고라니의 로드 킬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대신 족제비가 가장 많았고, 직박구리와 참새, 까치, 멧비둘기가 뒤를 이어 포유류 보다 조류가 더 빈번하게 로드 킬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로드 킬 조사는 국도, 지방도, 고속도로를 포함한 전국 244개의 고정 조사구간을 매월1회씩 차량으로 천천히 지나가면서 조사했다고 국립생물자원관은 밝혔습니다. 지난해 1년 간 전국 조사구간에 발생한 야생동물 로드 킬은 모두 69종, 1천249마리입니다. 이 가운데 포유류가 16종 815마리로 가장 많고, 조류 37종 293마리, 파충류 10종 106마리, 양서류 6종 35마리 순으로 확인됐습니다.

더 안타까운 것은 멸종위기종 2급인 담비 1마리와 삵 24마리가 로드 킬  피해를 당했고, 천연기념물인 새매<323호> 2마리와 소쩍새<324호> 7마리도 차에 치어 죽었다는 것입니다.
로드 킬은 인간의 편리를 위한 개발 욕심, 간섭이 1차 원인입니다. 야생동물이 사는 산을 절단해 도로를 내면 야생동물은 서식지 이동을 위해서 차가 다니는 도로를 건널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도로를 내게 되면 최소한 야생동물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다양한 생태통로를 만들고, 울타리를 설치해 동물들이 찻길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해주어야합니다. 야생동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고, 소중한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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