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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플러스] "그냥 무시, 무대응하세요"…어느 정치인의 문자

어제(27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 당, 두 야당 대표가 모두 국민에게 사과했습니다. 각각 서영교 의원과 김수민 의원을 둘러싸고 까도 까도 끝이 없는 양파처럼 새로운 의혹들이 연일 터져 나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두 의원의 사태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의혹에 대처하는 자세가 문제를 더 키운 측면이 있습니다. 강청완 기자의 취재파일 보시죠.

서영교 의원의 경우 지난 21일 친딸의 인턴 채용 보도가 나오지 굳이 전화를 피하거나 숨지 않고 해명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대답을 들어보면 잘못의 핵심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요새 인턴 자리 하나 구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누구나 아는 사실인데, 서 의원은 자신의 딸이 "PPT의 귀재"라고 답하며 친자녀를 인턴으로 뽑은 행위 자체에 너무도 무딘 잣대를 적용했습니다. 당에서 청년 일자리 태스크포스를 백날 해봐야 도루묵일 것 같은 답변이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딸의 월급을 본인의 정치 후원금으로 지급하게 한 이유에 대해서도 그녀는 "도의적으로 맞다고 판단했다"고 말했습니다.

딸이 아닌 다른 인턴을 채용했다면 아마 국민의 세금으로 지급되는 그 돈은 다른 인턴이 받았을 텐데도 말입니다.

이번 일들에 대한 서 의원의 안이한 인식은 그녀의 어휘 선택에서도 드러났습니다. "마녀사냥"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겁니다. 그러나 보통 마녀사냥은 무고한 사람에게 죄를 덮어씌우거나 누군가를 근거 없이 비난할 때 쓰는 말입니다.

이런 잘못된 태도로 오히려 기자들에게 "뭔가 더 있을 것 같은" 예감만 주었으니 결국, 논문 표절부터 친오빠와 친동생 채용까지 이후 줄줄이 밝혀진 의혹의 레이스는 본인이 자초한 셈입니다.

그릇된 특권에 분노하고 절망하는 대중의 정서를 정확히 읽어내지 못하고 비뚤어진 피해 의식으로 대꾸한 것이 화를 키웠습니다.

[서영교/더불어민주당 의원 : 3년 전이고요. 아, 그리고 지금은 지나면서 그런 부분들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으면서 앞으로 그런 것들이 되지 않는 게 필요하겠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결은 조금 다르지만 김수민 의원의 불법 정치자금 의혹을 두고 국민의 당이 보여준 처사도 별반 다를 게 없었습니다.

무대응, 무대책으로 일관하다 사건이 불거지고 나흘이 지나서야 진상조사위를 꾸렸는데, 첫 마디부터 실망스러웠습니다.

이미 대중의 관심과 궁금증은 저만치 앞서 가 있는데, 일단 선관위 고발 사안에 한정해서 조사하겠다고 잘라 말했기 때문입니다.

기자들은 아예 기대를 접고 각자 취재를 시작했고, 검찰 수사는 박차를 가했지만, 이후로도 지도부는 느릿느릿 대응하며 딴소리만 하다가 일이 커지자 그제서야 뒤늦게 고개를 숙였습니다. 역시, 대중이 화가 난 지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게 원인이었습니다.

국민들이 청년 벤처 기업인으로 금배지를 단 30세 여성의 공천 과정에 의혹을 품은 건 당사자들이 계속 모른 체 해서지 시샘이나 음모론을 좋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이 와중에 국회에서는 인정이 넘쳤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원내 수석 부대표인 박완주 의원이 서영교 의원에게 "그냥 무시, 무대응하세요" 라고 문자를 보낸 모습이 카메라에 잡힌 겁니다. 물론, 정치판의 특성상 무시와 무대응이 하나의 전략으로 주효할 때도 있죠.

하지만 이번엔 앞에 있는 대중들을 더 생각했어야 하는 게 아닌지 아쉽습니다. 지난 총선 결과는 오만한 정치 세력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었고, 이는 어느 한쪽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어느 쪽이든 고민과 반성 없는 무시와 무대응의 대가는 결국, 싸늘한 국민의 무시로 돌아온다고 강 기자는 지적했습니다.

▶ [취재파일] "무시와 무대응은 정답이 아닙니다, 의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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