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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무수단 5회 실패 미스터리, '고각 발사'로 풀렸다

[취재파일] 무수단 5회 실패 미스터리, '고각 발사'로 풀렸다
미스터리였습니다. 4월 15일부터 어제(22일) 오전 5시 58분까지 북한은 무수단을 쏘고 또 쐈지만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집착, 오기 같았습니다. 쏴서 실패하면 결함을 찾아 고치는데 최소 1년은 걸릴텐데 북한은 막무가내로 발사했습니다.

어제 오전 8시 5분 6번째 무수단 발사 성공으로 미스터리가 풀린 것 같습니다. 열쇠는 고각(高角) 발사였습니다. 미사일의 상승 각도를 직각에 가깝도록 조정해 최고 고도만 달성하고, 발사지점부터 낙하지점까지의 거리 즉 사거리는 포기하는 발사 방식입니다. 고각 발사로 목표한 최고 고도를 달성하면 정상각도 발사 시에는 최고 사거리를 보장할 수 있습니다.

무수단은 최대 사거리가 3,000~4,000km인 중거리 미사일이어서 북한에서는 시험 발사하기가 어렵습니다. 남과 북, 서쪽을 대한민국, 러시아, 중국이 에워싸고 있고, 그나마 동쪽이 뚫렸지만 바다 건너는 일본입니다. 주변국과 마찰을 빚지 않고 무수단을 발사해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은 고각 발사가 사실상 유일합니다.

북한은 정상적이지 않고 기술적으로도 위험하기 짝이 없는 방식인 고각 발사로 무수단을 쏘느라 지금까지 5번의 실패를 감수한 것으로 보입니다. 5번의 실패는 말이 실패이지 과정이었습니다. 무수단은 어제부로 부활했습니다.

● 국제기구 신고 없이 6차례 무수단 발사

북한이 제 아무리 국제 질서를 무시한다고 해도 광명성 4호, 은하 3호 등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때는 국제해사기구(IMO)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같은 국제기구에 꼬박꼬박 발사 사실을 사전 통보했습니다. 발사체가 수천 km를 날아가다가 자칫 타국의 선박과 항공기에 부딪혀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직선 거리로만 3,000~4,000km 날아가는 무수단도 제대로 쏘겠다면 북한은 반드시 국제기구에 통보를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무수단을 6번 발사하면서 한번도 국제기구에 통보하지 않았습니다. 3,000~4,000km를 날릴 의도가 애초부터 없었다는 뜻입니다. 고각 발사를 하면 무수단이 일본 열도를 통과할 일도 없고, 그 넘어 태평양에 떨어질 리도 없으니 어디에도 안 알리고 조용히 발사한 것입니다.

● 시뮬레이션과 일치한 북한의 고각 발사 결과

한국 항공대 장영근 교수팀이 어제 무수단 고각 발사를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분석한 결과 흥미로운 데이터가 나왔습니다. 무수단의 성능을 최대 사거리 3,400km, 최고 고도 800km로 놓고 85도 고각 발사했을 때의 사거리와 최고 고도를 계산해봤더니 각각 400km와 1,500km 미만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이 오늘 발표한 사거리 400km, 최고 고도 1,413km와 일치했습니다.

역으로 어제 고도 1,400km 이상을 찍고 내려온 무수단을 고각이 아니라 정상각으로 발사했다면 최대 사거리가 3,000~4,000km에 달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 그대로의 무수단 사거리입니다. 장 교수는 “한반도에서 중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북한이 고각 발사를 택했다”고 단언했습니다. 장 교수는 또 “그동안 5차례 실패는 어떤 나라도 해보지 않은 특수한 발사 시험에서 나타난 오류일 뿐”이라며, “무수단은 실체와 성능이 분명한 중거리 미사일”이라고 말했습니다. 

● 고각 발사 목적, 또 있나

북한은 지난 2007년 무수단을 실전배치했습니다. 현재 50기 이상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구 소련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R-27이 원형으로, R-27을 조금 개조했거나 R-27를 토대로 새롭게 개발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북한은 무수단을 실전배치하기에 앞서 이란 등지에서 수차례 시험발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당시 시험발사 결과를 근거로 전투 적합 판정을 내리고 실전배치했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잘 날아가는 미사일이니까 이후에는 발사를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럼 이번 고각 발사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이란에서 이미 입증한 비행 성능을 다시 한번 확인하기 위한 발사라고는 하지만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과 핵폭탄의 공중 기폭 실험도 시도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이 미사일 탄두를 1,400km 이상 올려 본 것은 어제가 처음인데, 이런 절호의 기회를 놓쳤을 리 없습니다. 최고 고도 1,400km면 대륙간 탄도 미사일의 낙하 환경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대기권 재진입, 기폭 기술을 분명히 실전 테스트해봤을 것입니다. 군도 이 지점에 주목하고 정밀 분석을 벌이고 있습니다.

● 또 등장하는 사드…“사드는 무수단과 관계없다”

북한한테 한방 제대로 맞았습니다. 발사하자마자 폭발하거나 고꾸라지는 무수단을 두고 ‘폐기 처분 대상’, ‘무기한 전력 이탈’이라고 평가했는데 아니었습니다. 멀쩡한 중거리 미사일이지만 고각 발사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쏘느라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미국을 직접 위협할 수 있는 유일한 카드가 되살아났습니다.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고 싶어 안달인 북한이 핵 무기와 미국을 직접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가졌으니 미국에게 함부로 대할텐데 미국이 어찌 반응할지가 관심입니다. 무수단의 유효 사거리 안에 있는 괌의 미군 기지에는 고고도 요격 체계 사드(THAAD)가 배치돼 있다지만 무수단을 막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국방부 홈페이지 '사드 바로 알기'
국방부 홈페이지에 게재된 '사드 바로 알기' 자료에 따르면 사드는 사거리 3,000km 이하인 준중거리와 단거리 미사일 요격용입니다. 사거리가 3,000km 이상인 중거리 미사일 무수단은 사드의 요격 능력 밖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뜬금없이 국내 유력 보수 매체들은 “무수단 발사로 주한미군에 사드를 배치하기 위한 한미 간의 논의가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진단하고 나섰습니다. 무수단은 대남 공격용이 아니고, 사드는 중거리 미사일 요격용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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