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박태환 사태' 수수방관하는 문체부 김종 차관

[취재파일] '박태환 사태' 수수방관하는 문체부 김종 차관
문화체육관광부 김종 제2차관은 국내 체육계에서 ‘스포츠 대통령’으로 불리는 인사입니다. 본인은 극구 손사래를 치지만 그의 권력과 영향력이 역대 최강이라는 사실을 부인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어떤 체육계 원로 인사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과 대한체육회장을 역임했던 김운용 씨보다 더 막강한 것 같다”고 평가할 정도입니다.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출신인 김종 차관이 이렇게 강력한 파워를 갖게 된 근본 이유는 본인의 역량도 물론 작용했지만 이보다는 주위의 환경 덕을 더 크게 봤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현 대한체육회장인 김정행 회장이 박근혜 정부에 ‘미운 털’이 막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데다 그를 견제할 IOC 위원도 사실상 없는 상황입니다. 이렇다 보니 3년 가까이 김종 차관의 전성시대가 계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김종 차관은 지난 2013년 부임하자마자 이른바 ‘스포츠 4대악 척결’이란 명분을 내세우며 체육계 정화를 강하게 추진했습니다. 스포츠계 내부의 썩은 부분과 적폐가 가감 없이 드러나는 등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면서 그의 말은 사실상 ‘법’으로 통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희생자’가 속출하며 그에 대한 원망의 목소리도 자연히 흘러나왔습니다. 어떤 대한체육회 직원은 “얼굴만 봐도 무섭다”고 했을 정도입니다.   

김종 제2차관은 지난 5월30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제13차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스포츠 도핑방지 장관급회의’에 참석했습니다. 한국은 지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세계반도핑기구(WADA) 이사국으로 돼 있습니다. 그리고 김종 차관은 현재 대한민국 정부를 대표해 WADA의 이사를 맡고 있습니다.

김종 차관은 이번 회의를 통해 2017년 11월 WADA 집행위원회와 이사회를 강원도 평창에서 개최하기로 최종 확정했습니다. 또 문체부와 WADA 사이의 협정서도 체결했습니다. 김 차관을 비롯한 35개국 대표는 도하 회의에서 세계반도핑규약(WADC) 준수 현황을 논의하기도 했습니다.

대한민국이 세계반도핑기구(WADA) 이사국이기 때문에 세계반도핑규약(WADC)을 준수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합니다. WADA 이사인 김종 차관이 누구 못지않게 이 점을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정말 이상한 것은 김종 차관이 대한체육회가 현재 세계반도핑규약(WADC)을 지키지 않는 것을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대한체육회의 잘못을 절대로 용서하지 않았던 그가 유독 이 문제만은 이상하리만치 침묵을 지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금지약물 복용 선수는 징계 만료 이후에도 올림픽 출전을 하지 못한다는 이른바  ‘오사카 룰’은  2011년 10월 국제스포츠계의 ‘대법원’으로 불리는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의해 무효가 됐습니다. 당시 CAS는  “그런 징벌적 제재는 세계반도핑규약(WADC)과 일치(부합)하지 않는다”(Such disciplinary  sanction does not comply with World Anti-Doping Code)고 판결했습니다.

‘오사카 룰’이 세계반도핑규약(WADC)과 일치되지 않는다는 것은 WADC의 어느 조항에도 ‘이중 처벌’을 언급한 대목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도핑을 한 선수의 징계는 WADC 징계 한번으로 끝내라는 뜻입니다. 이런 논리대로라면 박태환의 발목을 잡고 있는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선발규정 <제5조6항 > 즉 “금지약물 복용으로 징계처분을 받고 징계가 만료된 날로부터 3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자는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는 조항이 <세계반도핑규약(WADC)>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지난 5월 방한한 리처드 파운드 캐나다 IOC 위원은 “국내 규정이 어떻든 국제 규정을 따라야 하는 게 원칙이다. 박태환에게 세계반도핑기구(WADA)에서 내린 징계 이외에 또 다른 징계가 내려진 것은 국제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고 밝혔습니다.

세계반도핑기구(WADA) 초대 의장을 역임한 파운드 IOC 위원은 "WADA 규정에 따라 첫번째 도핑에 걸리면 최대 2년 징계다. 거기에 추가로 징계를 주는 것은 WADA 코드(code)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WADA의 징계를 받은 선수를 추가로 처벌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대한체육회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국의 올림픽위원회(NOC)이기 때문에 올림픽 개최국의 이미지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대한체육회가 국제 규정은 물론 자체 정관까지 무시하고 있는 점은 스포츠분야에 박식한데다 부지런하기로 정평이 난 김종 차관이 모를 리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대한체육회의 잘못을 지적해야 할 문체부가 오히려 박태환의 리우올림픽 출전에 대해 더 강경한 입장이라는 게 대한체육회 관계자들의 말입니다.

김종 차관은 세계반도핑기구의 이사이자 대한민국 스포츠 정책을 총괄하는 문체부의 제2차관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대한체육회의 WADA 규정 위반에 대해 계속 침묵하는 것은 자기모순이자 직무유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닙니다. WADA 규정을 위반한 대한민국이 내년 11월 강원도 평창에서 WADA 집행위원회와 이사회를 개최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