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영업 육성, 중고차와 주택 매매허용
여러조치가 있지만 가장 눈에 띄는 방안은 자영업자 육성입니다 관광객들을 상대로 하는 운수업과 주택 임대업, 식당, 이발소, 수리업, 청소업 등 300개 가까운 업종을 민간이 영위할 수 있도록 허락한 것입니다.
제가 아바나에서 들른 여러 식당들이 바로 이 조치로 개인이 운영하는 곳이었습니다. 한 레스토랑은 오래된 건물을 내부만 개조해 만든 곳이었지만, 점심시간인데도 자리가 없을 만큼 인기가 많았습니다. 손님은 대부분 관광객이었고, 쿠바 사람은 찾기 어려웠습니다.
쿠바가 섬나라이다보니 해산물 요리가 대표 메뉴였지만, 육류 등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음식과 음료수를 시키고 팁까지 내면 1인당 30쿠바 페소 안팎이 드는데, 1달러가 0.87 쿠바페소니까 꽤 비싼 편입니다.
이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은 임페라토르라는 30대 남성인데요 장사가 잘 되는데 수입이 괜찮냐고 묻자, “조금 벌었는데 바닷가에 놀러 갈 정도는 된다”고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하지만 매출의 35%를 국가에 세금으로 내고 있다며 높은 세금에 다소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자영업자들은 한번 정부 눈 밖에 나면 언제든지 문을 닫을 수 있어 세금신고나 위생관리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고 합니다.
자영업 허용과 함께 획기적인 조치는 중고자동차와 주택 매매를 허용한 것입니다. 사회주의국가에서 자본주의식 소유권을 도입한 것입니다. 과거부터 집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그동안 물물교환식으로 집을 바꿀 수는 있었지만 매매를 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조치로 집을 사고 팔 수 있게 됐고, 이를 연결해주는 부동산업자도 생겨났습니다. 놀랍게도 쿠바 국민의 약 80%가 집을 갖고 있는데, 그만큼 부동산거래 허용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다고 합니다.
중고차 매매 허용으로 앞서 소개한 올드카들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게 됐습니다. 연간 승용차도 5천대 정도를 수입하고 있어 차량 매매시장의 규모도 갈수록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쿠바인들이 해외로 나가는 길도 열려 2013년부터 쿠바인들이 출국할 때 필요했던 출국 비자를 없앴습니다.
● "외국인 투자를 유치해라"
구체적인 외국인 투자 통계는 쿠바 정부가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현재까지 투자자금의 절반 정도는 EU에서 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들 자금은 광업과 에너지, 관광업에 집중되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 2014년 7월 시진핑 중국주석도 쿠바를 찾아 경제와 외교관계 증진을 위한 29개 MOU와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주요 내용을 보면 항구 공동개발, 니켈 등 자원 구매, 통신망 개발을 위한 차관 제공, 골프장 공동 건설 등입니다.
● 미국의 제재완화
가족방문이나 공무, 취재, 교육 등 12가지 조건에 해당되면 제3국을 경유하지 않고도 쿠바를 방문할 수 있도록 허용했고, 미국 보험사가 쿠바 여행객에 대한 보험을 취급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쿠바인의 미국 취업이 가능해졌고, 특정 상품은 쿠바 정부나 공기업에게 수출할 수 있게 됐습니다. 또 민간부문이지만 건설과 농업, 자영업을 상대로한 장비와 자재의수출, 신기기의 수출도 허용했습니다.
● 주민 대부분 배급에 생계 의존
수도 아바나 시내 곳곳에는 배급소가 있는데, 어렵사리 한 곳을 취재하게 됐습니다. 쿠바의 어두운 모습이라며 처음에는 취재를 거부했지만 취재비자를 보여주고 설득한 끝에 취재허락을 받았습니다.
쿠바 시민들은 모두 정부로부터 배급표를 받습니다. 이 것을 갖고 배급소에 가면 쌀과 기름,비누 등 생필품을 교환할 수 있습니다. 만약 양이 모자라다면 실비만 내고 싼 값에 물건을 더 사갈 수 있습니다.
저희가 찾은 배급소 직원은 하루 100명 정도가 와서 물건을 배급받고 추가로 사간다고 말했습니다. 생계를 배급에 의존하는 많은 쿠바인들에게 앞서 언급한 개인식당 같은 곳에 가서 외식하는 것은 남의 애기라고 합니다. 외국인을 상대로 한 비싼 개인식당과 배급소가 공존하는 곳, 현재 쿠바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 젖은 발 VS 마른 발
쿠바 보트피플이 미국에 가기위해 카리브해를 표류하다 잡히거나 어렵사리 미국 땅을 밟는 경우가 그동안 많이 보도돼 왔습니다. 이들을 처리하는 절차는 두 가지인데 여기서 나온 말이 ‘젖은 발 마른 발’입니다.
미국과 적성국가였던만큼 보트피플이 어렵사리 미국 땅을 밟으면 우리의 탈북자처럼 미국 정부는 이들을 망명자로 분류해 정착금을 지원하고 미국에서 살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반면 이들이 해상에서 미 국경수비대 등에 적발되면 다시 쿠바로 보내집니다.
이처럼 육지에 도착한 쿠바인은 ‘마른 발’, 해상에서 적발돼 다시 되돌아가야 하는 쿠바인은 ‘젖은 발’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미국과 국교 정상화로 조만간 ‘마른 발’도 없어지게 되는데, 이 때문에 법이 바뀌기 전에 미국으로 망명을 시도하려는 사람도 많다고 합니다.
● 휴대폰은 늘었는데
아바나 시내 주요 호텔 주변을 가보면 진기한 광경을 볼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장사진을 친 채 무언가를 하고 있습니다. 휴대폰으로 문자를 보내고 메일을 보고 인터넷에 접속하는 것인데, 왜 여기 나와서 이러고 있냐고 묻자 집에서는 인터넷이 안 되기 때문에 이 곳에 나온 것이라고 답합니다.
통신망이 부족한데다 정부에서 인터넷을 통제하고 있고, 정부가 운영하는 일부 호텔이나 대학교 주변에서만 무선 인터넷인 와아파이가 터지기 때문입니다. 휴대전화 보급률이 30% 가까이 되지만 이렇게 인터넷 사정이 나쁘다보니 휴대폰이 있다해도 통화 외에 다른 기능을 쓰기가 어려운 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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