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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쿠바 르뽀 ① 시가와 럼, 헤밍웨이의 나라…밀려드는 관광객

[월드리포트] 쿠바 르뽀 ① 시가와 럼, 헤밍웨이의 나라…밀려드는 관광객
미국의 최남단 플로리다 키웨스트에 가면 눈에 띄는 조형물이 바닷가에 하나 있습니다. 그 조형물에는 '여기서 쿠바까지 거리가 90마일이다'라는 글이 써 있는데요, 일종의 표지판으로 이곳으로 찾은 관광객이라면 꼭 들려 사진을 찍는 곳입니다.

미국과 쿠바 간 거리는 이렇게 정말 가까운데요, 우리나라 목포에서 제주도 거리와 비슷합니다. 지척에 있지만 쿠바는 사회주의 혁명 뒤 미국과 반세기 이상 관계를 끊어왔습니다. 잘 알다시피 2014년 말 미국과 쿠바가 국교 정상화를 선언한 뒤 급격하게 변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 속에 역사상 최초로 우리 외교부 장관도 쿠바를 방문해 한-쿠바 외교장관을 하기도 했는데요, 그 계기에 맞춰 저도 쿠바 땅을 밟았습니다.
쿠바를 가기위해 워싱턴 D.C에서 아침 비행기를 타고 플로리다 마이애미에 도착했습니다. 저희는 여행사에서 빌린 전세기로 갈아타고 아바나로 향했습니다. 50명 정도가 탈 수 있는 작은 아메리칸 이글사 비행기였는데, 이륙 직후 기장은 44분이면 목적지에 도착할 예정이라며 날씨가 좋지 않으니 안전벨트를 꼭 매라고 거듭 당부했습니다.

카리브 해 연안 국가들의 6월은 우기입니다. 비가 많이 오고 천둥도 쳐 날씨가 좋지 않은데, 저희가 머문 4박 5일 동안은 우리나라의 장마철처럼 비는 계속 이어지고 습도는 높아 후텁지근했습니다.

아바나 국제공항은 생각했던 것보다 작고 낡았습니다. 원래 청사는 세 곳, 1청사가 국제선이고 2·3청사가 국내선인데, 우리가 탄 비행기는 국내선으로 쓰는 2청사에 내렸습니다. 우리처럼 미국에서 오는 전세기는 당분간 이곳을 이용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시골 기차역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작고 낡았습니다.

마이애미뿐 아니라 플로리다 템파, 그리고 파나마와 칸쿤에서 오는 비행기도 2청사에 도착했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려 통관절차를 밟으러 가면서 사회주의 국가인데 절차가 까다롭겠지하며 지레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다른 서방 국제공항보다 CIQ(세관, 출입국관리, 검역)절차가 간략하고 신속하게 이뤄졌습니다.

미국과 쿠바가 국교 정상화는 됐지만 같이 간 미국 시민권자인 카메라 기자도 여권에 쿠바 스탬프가 찍히는 것을 꺼려했습니다. 우리나라와 쿠바가 미수교국이라 어떻게 하나 지켜봤는데 저도 여권 대신 비자에만 별도의 스탬프를 찍어 줬습니다.

● 올드카의 천국인 이유
공항을 나서 현지 코디네이터가 준비해 온 차를 타고 숙소로 이동했습니다. 우리가 이용한 차는 옛날 프라이드 정도 크기의 소형차인데 중국제였습니다. 본인 차냐고 물었더니 차가 없어 빌린 것이라고 합니다.

저희 코디는 현지에서 여행사와 음식점 매니저까지 하고 있지만 차를 살 엄두가 안 난다고 합니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까 외국에서 자동차를 수입하면 차 값의 800% 안팎의 세금이 붙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손님이 오면 쿠바 정부가 운영하는 렌터카 회사에서 차를 빌려 이용한다고 합니다. 현지에서 한국 SUV를 빌려 타는 한 분은 한 달에 렌터카 비용만 4천 달러를 내고 있습니다.

쿠바의 명물 가운데 하나가 예전 흑백 영화에나 나올법한 올드카들인데요, 차가 이렇게 귀하다 보니 혁명 전에 타던 차들을 잘 수리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차를 모는 쿠바인들은 웬만한 자동차 수리도 대부분 본인이 한다고 하는데, 이 또한 자동차 수리소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올드카들은 지금은 대부분 택시로 이용되고 있는데, 이런 차를 타고 아바나 시내를 관광하는 것도 쿠바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즐거움입니다.

● 급증하는 관광객
아바나 시내 전경을 멀리서 찍다 보니 곳곳에 건축용 대형 크레인들이 움직이는 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호텔을 짓는 현장이었는데요, 요즘 아바나뿐 아니라 쿠바의 주요 관광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라고 합니다.

특이한 것은 호텔을 다시 지어 객실은 늘리지만 원래 호텔을 상징하는 건축물이나 특징은 최대한 원형을 보존한 채 개축을 한다고 합니다. 매력적인 쿠바의 오래된 건축물과 새로 지은 호텔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짓겠다는 생각이 반영된 것입니다.

쿠바를 찾는 외국인은 그동안 캐나다와 유렵인들이 많았는데 미국과 국교정상화를 계기로 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아바나 도심에서 20년째 민박집을 운영하고 있는 호아키나 씨는 평소 같으면 5월은 관광철이 아닌데 올해는 빈방이 없었다고 말합니다. 호텔은커녕 민박까지 벌써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상황입니다.
 
쿠바 방문객 수
연도 2009 2010 2011 2012 2013 2014 2015
총 방문객 2,429,809 2,531,745 2,716,317 2,838,607 2,852,572 3,002,745 3,524,779
미국인 방문객 52,455 63,046 73,566 98,050 92,348 91,254 161,233

가을부터는 미 전역에서 하루 100여 편의 정기 여객기가 쿠바 곳곳을 운항할 예정인데요, 이렇게 되면 관광객이 더욱 밀려들 것이고, 이에 대비해 숙박시설뿐 아니라 크루즈가 접안하는 아바나 항구, 전국의 국제공항에서는 현재 확장공사가 한창 진행 중입니다.

● 살사와 시가, 럼주 그리고 헤밍웨이의 흔적

왜 쿠바를 찾는 관광객들이 이렇게 늘어날까요? 물론 그동안 가기 힘든 곳이었다는 게 가장 큰 이유겠지만 관광객을 유혹하는 매력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겠죠. 곳곳에 스페인과 미국풍이 담긴 고풍스런 건물들이 즐비한 아바나는 도시 전체가 관광명소입니다. 구 아바나 시가지 쪽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기도 합니다.
아바나 북쪽 바닷가를 따라 길게 뻗어있는 말레콘 뚝방길 역시 쿠바인뿐 아니라 관광객들이라면 누구나 찾게 되는 명소입니다. 쿠바하면 떠오르는 혁명 영웅 체게바라의 대형 부조가 새겨져 있는 건물은 쿠바의 내무부인데, 이 부조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 위해 수많은 관광객들이 그 앞 혁명광장을 찾고 있었습니다.

헤밍웨이의 살던 곳은 아바나에서 1시간 가량 가야하는데 기회가 안 됐습니다. 대신 헤밍웨이가 자주 찾던 식당과 '모히또'로 유명한 바를 찾아갔는데, 역시 외국인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미국 관광객은 왜 이곳에 왔냐고 묻자 "멋진 건물과 아름다운 풍경, 친절한 사람들에 매혹됐다"고 말했고, 다른 관광객은 건축가인데 쿠바의 고풍스런 건축양식을 직접 보고 배우기 위해 왔다고 말했습니다.

저녁엔 시내 호텔 지하에 있는 살사 바를 찾아갔습니다. 흥이 저절로 나는 신나는 음악에 맞춰 역동적인 춤을 추는 쿠바인들과 관광객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는데, 보는 것만으로도 절로 신이 났습니다.
쿠바 하면 또 빼놓을 수 없는 명물이 시가와 럼인데 체게바라가 천식으로 고생하면서도 평생 사랑했던 시가는 쿠바산이 최고로 꼽히고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제품은 코히바이지만 몬테크리스토나 로미오 & 줄리엣 같은 제품도 상당한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었습니다.

쿠바 시가가 유명한 이유는 먼저 재료로 꼽히는 담뱃잎이 세계 최고수준의 품질을 자랑하고 있는 점입니다. 또 손으로 말리고 처리하는 과정에서 숙련공들이 보여주는 이른바 최고의 블렌딩 기술, 그러면서도 가장 저렴한 인건비로 만들 수 있다는 점 등이 인기의 이유입니다. 미국에서 살 때의 절반 가격에 구할 수 있는 제품들이 많았습니다.

쿠바산 럼도 세계 최고 품질을 자랑합니다. 럼주라고 불리는 럼의 원료는 사탕수수인데, 쿠바산 사탕수수 품질 역시 최고 수준이라고 합니다. 사회주의 혁명 전 미국은 이런 여러 가지 매력을 지닌 쿠바를 미국인이 찾는 최대관광지로 만들려했다는 얘기도 있었다고 합니다.

빗장을 서서히 풀고 있는 쿠바의 변화, 현재 어디까지 진행됐는지는 다음 편에서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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