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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마스조에 도쿄도지사, 엉뚱한 해명으로 쫓겨나

[월드리포트] 마스조에 도쿄도지사, 엉뚱한 해명으로 쫓겨나
일본정부 자료에 따르면 도쿄의 국내총생산액(GDP)은 91조 9천만 엔에 이릅니다.(2012년 기준) 한국 97조 6천만 엔, 멕시코 94조 7천만 엔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국가 규모에 이르는 도쿄를 책임지는 도쿄도지사는 그만큼 권한과 책임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마스조에 요이치 도쿄도지사가 오늘(15일) 사퇴를 결정했습니다. 취임 2년 4개월만입니다. 정치자금 유용과 공용차 남용, 잦은 해외여행 의혹 때문입니다. 지난 4월말 처음 의혹이 제기됐을 때만해도 사퇴까지는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마스조에 도지사는 의혹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도쿄도민들의 마음을 잃어버렸습니다. 어떤 말을 했는지 살펴볼까요?
마쓰조에 도쿄도지사가 구입한 '키스 해링'의 편지
1) 정치자금으로 미술품 구매

위 사진은 마스조에 도지사가 취임 전인 2012년 '야후 옥션'에서 구입한 그림입니다. 미국 예술가 '키스 해링'이 친구에게 쓴 편지입니다. 낙찰 금액은 3만엔(33만원/이하 현재 환율). 마스조에 도지사는 자신의 후원단체를 통해 수많은 미술품과 각종 미술용품 등을 사들였습니다. 2010-14년 사이 93건, 474만엔(5200만원)에 이릅니다. 대부분은 '자료비'로 처리했습니다.

마스조에 도지사는 "개인적으로 미술품에 관심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정치자금으로 구매한 것은 연구자료용이나 외국손님 선물용으로 산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2011년에는 만화책 '짱구는 못말려', '이나즈마 일레븐' 등도 샀는데요, 공금 400-500엔을 썼습니다. "만화 주인공처럼 쉽게 말하는 법이 서툴러서 공부를 좀 하려고 샀다"는데 납득이 되시나요? 
2) 정치자금으로 가족 호텔 숙박

위는 마스조에 도지사가 2014년 도지사 선거 직전 가족과 함께 묵었던 도쿄 인근 호텔입니다. 마스조에는 이 호텔에서 후원 정치자금 37만 엔을 쓰고, '회의비'로 처리했습니다. 마스조에는 "한두 시간 정도 선거캠프 사람들을 방으로 불러 선거 관련 회의를 했다. 그래서, 공적 활동으로 인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어떠십니까?

마스조에 도지사가 공용차로 드나든 별장
3) 공용차로 별장 드나들어

공용차 남용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위 사진은 도쿄에서 100km 정도 떨어진 마스조에 도지사의 별장입니다. 마스조에는 지난 1년간 43회 자신의 별장을 방문했는데, 모두 공용차를 사용했습니다. 마스조에는 "일주일간 있다보면 일이 너무 많이 쌓인다. 보다 조용한 곳에서 일하기 위해 별장을 사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좋았습니다. 그런데, 이후 설명을 하며 결정적인 말실수들을 쏟아냈습니다. "내가 고관절 통증으로 고생하고 있다. 도청 목욕탕은 좁아서 다리를 펼 수가 없다. 별장 목욕탕은 넓어서 괜찮다. 내가 몸을 푹 쉬려는 것도 도민을 위해서이다." 기자들이 "지진 등 위기상황에 100km나 떨어진 곳에 있으면 문제 아니냐?"라고 묻자, "공용차는 움직이는 도지사실이다. 문제 없다. 도쿄 도심 신주쿠에 있다가 기왓장 등에 깔리면 오히려 끝장이다. 별장에 있다가 문제가 있으면 헬기로 이동하면 된다." 도쿄도민들이 분통을 터트릴만 합니다.

4) 호화 해외출장도 문제

이밖에 마스조에 도지사는 8차례의 국외 출장에서 2억 1300만 엔(23억 7천만원)을 썼습니다. 2014년 서울 방문 당시엔 1박에 7만1000엔(79만원)짜리 특급호텔 스위트룸에 묵었는데요, 비슷한 시기에 호주에 간 아베 신조 총리가 1박에 200호주달러 짜리 호텔에 묵었던 사실이 알려져 더욱 비난을 받았죠. 

"비행기 안에서도 많은 일을 한다. 이코노미스트 석에선 옆좌석 손님에게도 폐를 끼치는 것 아니냐? 도쿄 도지사 방에는 여러 손님이 오는데, 격에 맞는 방을 준비하지 않으면 실례다." 그럴듯한 설명입니다. 하지만, 일본 정치평론가들은 "머리가 아닌 마음을 설득해야 하는데, 서민 정서의 도민들을 설득하지 못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일본 홍보전문가들은 이번 마스조에 사건을 'PR 참사'로 규정하고 각종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처음 의혹이 터진 직후 출근길 언론인터뷰 때 어떻게 대응했어야 했나? 언론의 의혹 제기에 얼마나 신속하게 답을 내놓아야 했는가? 해명 기자회견 등에서 어떤 단어와 표현을 써야 했나?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도쿄도민의 마음을 왜 깊이 살피지 못했나?

오늘 하루종일 도쿄도의회는 긴박하게 돌아갔습니다. 오후 1시 본회의를 앞두고 오전 내내 자민당과 공명당 등 연립여당 간부들이 마스조에 도지사에게 사퇴를 종용했습니다. 하지만, 마스조에 도지사는 브라질 올림픽 폐막 이후인 9월까지는 2020년 차기 올림픽 개최지 자치단체장으로서 활동하게 해달라고 매달렸습니다. 눈물까지 흘리며 월급까지 받지 않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다음달 참의원 선거에 악영향을 우려한 연립여당은 단호했습니다. 여당 측은 아베 총리와의 협의를 거쳐 차기 도지사 후보 선별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결국 마스조에 도지사는 사퇴를 결정했습니다.
'제2한국인학교' 질문받는 마스조에 도지사(일본 NTV 화면)
그런데, 마스조에의 사퇴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도쿄 한국인학교 관계자 분들입니다. 마스조에 도지사는 지난 2014년 서울 방문 당시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제2 한국인학교 부지를 확보해달라"는 부탁을 받습니다. 도쿄도는 올초부터 폐교 부지를 한국인학교 측에 유상 임대해 제2 한국인학교로 활용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했습니다. 지난 3월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족한 일본 보육원이나 더 지어야지 왜 한국인학교를 추가로 설립하느냐"는 비난이 쏟아졌죠. 일각에선 4월 이후 불거진 마스조에 도지사의 각종 의혹을 보수 세력의 공세로 분석하기도 합니다. 

위 사진에서 보듯이 마스조에의 의혹을 질의하는 도쿄도의회 회의에서도 '한국인학교' 문제가 튀어나왔습니다. 마스조에 도지사는 "도민들의 동의 없이는 절대 한국인학교를 신설하지 않겠다"고 답했습니다. 현재 도쿄 한국인학교에는 710여 명의 초중고 학생들이 다니고 있습니다. 인근 비슷한 시설규모의 일본 초등학교 380여 명의 2배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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