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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집중 인터뷰] '38노스' 운영자, "사드 효용성 의문"

美 '제5권력' 싱크탱크의 한반도 전문가들(2)

"북한, 2년 내에 美 핵 무기 공격에 핵으로 대응 가능"
"사드(THAAD) 한반도 배치는 효과가 떨어지는 방어전략"
"중국의 북한을 대하는 전략은 실질적 변화 없다" 
"북한 핵 문제는 전략을 세운 뒤 제재와 대화를 병행해야"


최근 몇 년 사이에 국내외 언론에서 북한 관련 소식을 전할 때 '38노스'(North)라는 이름이 많이 등장합니다. 어떤 언론은 '대북전문매체'라고 소개하고, 어떤 곳은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라고 수식어를 답니다. 마치 '언론'처럼 보이는 이 '38노스'(North)는 사실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Paul H. Nitze School of Advanced International Studies; 이하 SAIS) 산하 한미연구소가 운영하는 프로젝트 이름입니다.

한미연구소는 워싱턴 D.C.의 싱크탱크 가운데 규모는 작지만 드물게 한반도 문제만을 전적으로 다루고 있는 곳으로, 2006년 워싱턴포스트의 외교전문기자 출신 오버도퍼(Oberdorfer)가 연구소 이사장을 맡으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2013년부터는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특별대표로 활동했던 보스워스(Bosworth) 대사가 2016년 1월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이사장을 맡았습니다.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SAIS) 산하 한미연구소
'싱크탱크' 한미연구소가 2010년부터 시작한 '38노스' 프로그램은 '웹 저널'(Web Journal) 형태로 수시로 북한 관련 정보를 분석해 올리고 있는데, 이 사이트를 보고 국내 언론에서는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라고 전하는 겁니다. 한미연구소가 '38노스' 프로젝트를 시작한 취지는 북한과 관련된 객관적 정보가 부족한 워싱턴 D.C.에서 관측이 가능한 정보를 가공해 북한 관련한 실증적 분석을 제공하겠다는 것입니다.

'38노스'는 보고서를 내기 전 상업용 인공위성으로 촬영한 북한 사진을 인공위성 분석 전문가와 북한의 현실을 아는 전문가들이 참여해 관련 정보를 종합 분석하는 '데이터 퓨전' 기법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분석에 참여하는 북한을 경험한 전문가들은 전직 미 중앙정보부 요원, 국방정보국 요원, 탈북자, 대북 사업가, 전직 외교관 등이 있고, 인공위성 분석 전문가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조엘 위트(Joel S. Wit) 한미연구소 선임연구원
'38노스' 프로젝트의 운영은 공동 설립자인 제니 타운(Jenny Town) 한미연구소 부국장과 전직 국무부 관료인 조엘 위트(Joel S. Wit) 한미연구소 선임연구원이 거의 전담하고 있습니다. 특히 요즘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에도 자주 인용되고 있는 조엘 위트는 25년 동안 정부와 민간에서 북한 관련 정보를 다뤘던 전문가인데, 미 국무부 재직 시절에는 갈루치 특사의 선임 보좌역(1993년~1995년)으로 미국과 북한의 제네바 합의 틀을 만드는데 직접적인 참여를 했습니다.

또, 북한의 경수로 지원을 담당했던 한반도 에너지 개발기구(KEDO) 설립에도 핵심적인 실무 역할을 했습니다. 미 국무부에서 근무할 때는 주로 미국의 핵 무기 전략을 담당하며, 핵 무기 확산을 통제하는 전략을 세우는 일을 했습니다. 조엘 위트가 2009년, 폴 스태어스(Stares) 대외관계협의회(CFR) 연구실장과 공동 저술한 '북한 급변 사태에 대한 대비'(Preparing for Sudden Change in North Korea)라는 보고서는 오바마 정부의 대북 정책 수립에 기본 자료로 활용됐고, 정책 담당자들 사이에서도 많이 읽힌 보고서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조엘 위트 선임연구원은 맡고 있는 일이 많아서인지 무척 바쁩니다. 제가 거의 바로 옆에 있는 연구실을 쓰고 있는데도, 대면 인터뷰 약속을 하려면 일정을 3~4번 조정해야 했을 정도로 화상회의니 출장 등이 많았습니다. 조엘 위트는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 전략에 대해 꽤 비판적이었고, 북한의 잇단 도발 이유에는 "핵 무기 역량이 아직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현재 북한의 추세라면 이르면 2년 이내에 미국이 북한을 핵 무기로 공격하더라도 공격을 받고 다시 핵 무기로 공격을 할 수 있는 능력(second strike)을 갖추게 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위트 선임연구원과의 인터뷰는 2016년 4월 28일을 했는데, 아직 중국이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방중을 허락하기 전인데도 불구하고 "중국의 전략은 실질적으로 과거와 바뀐 것이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Q: 북한의 4차 핵 실험 이후 UN 안보리가 어느 때보다 강력한 제재를 담은 결의안을 채택했다. 그런데도 북한은 탄도 미사일 시험 발사, 추가 핵 실험 움직임 등 계속 제재를 위반하고 있다.  지금 북한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지는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북한의 의도는 명확하다. 자신들이 몇 년 째 준비해 왔던 핵 무기 발사 장비, 운반 수단 등을 외부에 드러내고 있는 중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재진입체(Re-entry vehicle) 등은 마음 먹는다고 하루 아침에 만들어서 실험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준비만 몇 년이 걸린다. 몇 년 째 준비해 왔던 것을 실험하고 있는데 이걸 외부에 알려지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사실상 '공개적'으로 알리고 있는 의도는 핵무기가 있으니 자신들을 건드리지 말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 북한의 속내를 들여다 보면 결국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 무기 수준이 아직 취약하다는 뜻이다. 준비가 덜 된 것이다.  북한은 아직도 핵 무기의 상호확증파괴능력(second strike : 핵 공격을 받고서 핵으로 보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또, 한미 연합훈련이 있었다는 점도 있어서 북한이 핵 무기 역량을 평소보다 더 외부에 알려지게 하도록 한 이유라고 본다."

Q: 그럼 북한의 다음 수순은 무엇이라고 보나?

"누구도 그걸 알 수는 없지만, 북한의 목표는 수 년간 분명했다. 핵 무기를 개발하고, 핵 실험을 할 것이고, 장거리 핵 무기 이동 수단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계속 개발해 핵 보유국으로서의 능력을 갖추려 할 것이다. 앞으로 북한이 몇 개를 얼마나 만들 능력을 갖춰야 스스로 충분하다고 생각해 그만 둘 지는 모른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핵 무기의 상호확증파괴능력(second strike)을 갖추려 할 것이다. 물론 거기서 멈추지는 않을 것이고, 결국 확실한 보복 공격 능력을 넘어서는 핵 무기 수준을 가지려 할 것이다. 현재 북한의 추세 대로라면 2년에서 3년 안에 핵 무기로 보복할 수 있는 능력(second strike)은 갖추게 될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북한이 보유한 능력을 무마시키기 위해 국제사회가 치러야 할 비용은 비싸질 것이다. 오바마 정부가 지난 7년 동안 시간을 낭비하며 경험한 사실이다."      

Q: UN차원에서 추가로 제재를 해야 한다고 보나?

"UN이 추가 제재를 한다고 해도 불만은 없지만, 별 성과는 없을 것이다. 내가 국무부에 있을 때 제재를 만드는 작업에도 참여하긴 했지만, 제재를 하려면 제재 자체보다 전체적인 전략이 있고 그 속에 제재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는 전체적인 전략이 없다고 본다."

Q: 최근 오바마 대통령의 미 CBS방송과의 인터뷰를 보면 미국 정부의 전략이 '전략적 인내'에서 '방어망'(shield)을 한반도에 구축하는 것으로 바뀐 것 같던데 이 전략은 어떻게 평가하나?

"현재 오바마 정부는 방어망(THAAD)을 한반도에 만들어 한국을 보호하겠다는 전략이고 한국 정부도 동의하는 것 같은데, 있으면 좋겠지만 이건 전략으로 보기에는 허점이 많고 효과적이지도 않다. 이게 북한의 핵 무기에 대응하는 투자로서 효율적인지 모르겠다.

탄도미사일을 연구하는 전문가라면 대부분 인정하겠지만, 기술적으로 사드(THAAD)는 100% 방어를 하지 못한다. 핵 무기에 대응하는 방어전략으로 구축하는 것인데, 핵 무기의 90%를 막더라도 10%가 한국에 떨어진다면 과연 무슨 소용이 있을까? 10%만으로도 한국은 엄청난 피해를 받을 수 있다. 효율적인 투자인지에 관한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다." 

Q: 그럼, 당신이 차기 미국 대통령의 참모라면 북핵 문제 해결에 관해 어떻게 조언하겠나?

"우선 전략이 필요하다. 어디까지 북한을 압박할 지, 협상은 어느 정도 치열하게 할 것인지, 각기 다른 전술이 하나의 전략 안에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오바마 정부에서는 지켜보는 것만 있었을 뿐 전략이 없었다. 최근 4차 핵실험 이후 나온 UN 2270 결의안이 그나마 전략적으로 움직인다고 볼 수 있는 행동이지만, 제재 결의안 자체는 전략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럼 전략적 목표가 무엇인가? 그게 안 보인다. 뭔가를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으로 밖에는 안 보인다. 차기 미국 정부는 북한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관한 입장을 정하고, 전략적 접근을 해야 한다. 북한 정권을 교체할 것인지, 북한을 고립시킬 것인지, 아니면 북한에 압박을 가한 뒤 행동을 지켜보면서 대응할 것인지, 직접 북한과 대화에 나설 것인지 등을 먼저 정한 뒤 그에 따른 수순으로 전술적인 행동을 해야 한다.

지금으로선 어떤 차기 정부가 들어서든 이 방법을 택할 것 같지는 않지만, 우선 전략을 세운 뒤 제재와 대화를 병행하는 전술을 펼쳐야 한다.  외교적 노력이 효과가 없다면, 제재와 더불어 계속적인 외교적 노력을 펴며(double down) 북한을 압박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싶다. 오바마 정부에서는 지금까지 이렇다 할 대북 전략이 없었다. 그러는 와중에 북한은 핵 개발을 계속 했고, 치러야 할 비용은 커졌다."

Q: 대화를 한다면 6자회담 틀을 이야기하는 건가?

"형식은 중요하지 않다. 6자 회담은 겉치레(façade)일 뿐이다. 실제 대화의 내용이 중요하다. 핵 포기 전에 대화는 없다는 입장만 고수한 채 7년이 지났고, 그런 전략 없는 정책이 실패했다는 데는 공감대가 있다. 일부 싱크 탱크 전문가들은 이제야 그 전략이 실패했다고 비판하고 있지만, 과거에는 미국 정부의 그런 접근을 지지했다.

하지만, 실제 북한 문제를 다뤄 본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은 이미 그때부터 이 정책은 실패할 것이라고 말해 왔다.  겉치레가 무엇이든 실질적으로는 북미 양자 대화가 돼야 하고 중요한 것은 형식이 아니라 대화의 내용이다."

Q: 중국이 UN안보리 결의안 2270을 채택하는데 동참할 때만 해도 입장이 바뀐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중국 정부의 전략이 바뀐 것인가?

"중국의 전략은 바뀐 것이 없다. 정책을 바꾸지도 않았다. 전술상 약간의 변화를 준 것이다. 북한에 대한 제재나 결의안은 중국의 지렛대 역할(leverage)을 오히려 강화시켰다. 미국에 대해서도, 북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제재 이행의 핵심 역할을 하게 된 것이 결국 중국이다.

그래서 중국은 유엔결의안을 충실히 따르면서 북한을 압박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미국은 불만이 많을 것이다. 미국 정부 관리들은 유엔결의안을 채택할 때만 해도 중국을 좋은 위치로 몰았고, 북한을 손바닥 위에 놓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중국이 더 강력한 제재를 하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다고 믿었던 것 같은데,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Q: 그럼 중국이 전술적 바뀐 것은 무엇인가?

"북미 양쪽에 일단 신호를 보낸 것이다. 북한에는 여기서 멈추라는 경고 신호를 보냈고, 미국으로부터는 자신들의 지렛대 역할을 얻어낸 뒤 미국에게 진지하게 대화에 나서라고 하고 있다. 어려운 위치이긴 하지만, 중국의 전략 자체는 변함이 없다."

Q: 이런 현실 속에서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나? 한국 정부에게 정책 조언을 한다면?

"한국이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다만,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내려온 북한이 저절로 붕괴할 것이란 믿음은 그만 거두는 것이 좋다. 그건 전략이 아니다. 실현 가능성도 적다. 북한이 스스로 붕괴할 것이란 전제를 바탕으로 한 대북 정책은 북한의 핵 무기 개발을 억제하지 못했다. 한국은 북미 대화 조정자의 역할을 할 수는 있다. 만약 미국이 제재와 대화를 병행하는 정책을 쓴다고 하더라도, 처음부터 미국이 북한을 직접 접촉하는 것보다는 한국이 조정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 [월드리포트][집중 인터뷰] '보수적 정책'의 심장, 헤리티지 재단 클링어 연구원
▶ [월드리포트][집중 인터뷰] 美 '제5권력' 싱크탱크의 한반도 전문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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