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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집중 인터뷰] 美 '제5권력' 싱크탱크의 한반도 전문가들

(1)스캇 스나이더 대외관계협의회(CFR) 선임연구원

"미국의 북한 금융제재 효과는 제한적"
"중국이 북한을 협상테이블에서 끌어내리는 셈"
"힐러리의 대북 정책은 이란식 모델, 트럼프는 아직 없다"


● 美 '제5권력' 싱크탱크(Think Tank)

싱크탱크(Think Tank)는 학술적인 연구보다는 정책적 제안을 하는 연구기관입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은 1,835개의 싱크탱크가 활동하고 있는 미국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싱크탱크의 정책에 대한 영향력이 커서 입법, 사법, 행정, 언론에 이어 ‘제5부’로 불리기도 하는데, 미국 건국 당시부터 내려온 중앙정부에 대한 불신 문화로 정책 조언을 외부로부터 듣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브루킹스 연구소와 헤리티지 재단 등 주요 싱크탱크는 국내외 주요 이슈가 생길 때 시의적절 한 정책 제안을 내놓으며, 미국 정부와 의회에 정책에 대한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북한의 핵 확산 문제 같은 한반도 이슈는 미국 외교가에서 역사적으로 비중이 크지 않았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미국 정부나 의회가 싱크탱크 전문가들에게 정책 자문을 많이 받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싱크탱크 전문가가 행정부에 들어가 일한 뒤 다시 싱크탱크로 돌아오는 이른바 '회전문 인사'도 당연하게 인식되고 있습니다. 부시 정부와 오바마 정부의 백악관 아시아 담당국장이 모두 싱크탱크 출신이었습니다.

그럼 요즘 긴박하게 돌아가는 북한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움직임을 과연 미국 내 한반도 연구 싱크탱크 전문가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올 1월 북한의 5차 핵실험과 이에 따른 포괄적인 유엔안보리결의안(UNSCR 2270) 채택으로 국제사회가 한 목소리로 북한을 압박했지만, 북한은 탄도미사일 실험과 플루토늄 추출 추진 등 결의안 위반 행위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전략적 인내'에서 벗어나 대북제재법(H.R. 757)을 발동하면서 금융제재와 압박에 나서고 있고, 북한을 후원하는 중국 기업과 중국 정부에 대한 압박에도 들어갔습니다. 북한의 전술과 미국, 중국의 전략은 무엇인지? 미국의 차기 정부는 과연 어떤 대북 정책을 택하게 될 것인지 등에 관한 그들의 견해는 어떤 것일까요?

마침 워싱턴 D.C.의 존스홉킨스 국제대학원(The Paul H. Nitze School of Advanced International Studies)에서 방문연구원으로 연수를 하고 있는 중이었고, 연구 주제와도 관련이 있어서 이들 중 몇 몇과 집중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 내용을 일부 소개할까 합니다.
스캇 스나이더(scott synder) 대외관계협의회(CFR) 선임연구원
첫 번째로 소개할 한반도 연구 전문가는 한국에도 잘 알려진 포린 어페어즈(Foreign Affairs)라는 계간지를 발간하는 대외관계협의회(Council on Foreign Affairs)에서 한반도 이슈를 연구하는 스캇 스나이더 선임연구원입니다. 스나이더 선임연구원은25년 이상 한반도 문제를 다뤄온 워싱턴 D.C. 싱크탱크 내 대표적 한반도 전문가로 미국 의회에 정기적으로 정책 브리핑을 하고 있고, 행정부에도 한반도 이슈에 관한 자문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을 대표하는 외교전문 싱크탱크인 대외관계협의회(CFR)에서는 한반도 이슈가 부각될 때마다 특별팀을 만들어서 정부에 정책을 제안할 보고서를 만드는데 2010년에 스나이더 연구원이 이 보고서 실무 책임자를 맡았고, 공동 의장이었던 잭 프리처드 대북교섭특별대사, 존 틸럴리 전 주한미군사령관과 함께 한국은 물론 북한까지 방문해 북측 인사들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중도 성향의 스나이더 선임연구원은 오바마 정부가 지난 7년 동안 북한에 대한 압박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북한의 핵 확산 위협을 키웠다는 평가를 하고 있고, 최근 북한을 자금세탁우려대상국(Primary Money Laundering Concern)으로 지정했지만, 방코델타아시아 때와 같은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봤습니다. 그는 중국의 전략적 비호 속에 북한 김정은 정권이 '핵 보유국'을 분명히 하면서 국내의 정치적 안정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그러면 그럴수록 국제사회는 '북한의 비핵화' 논의에서 '북한의 정권교체' 논의로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았습니다.

미 대선 유력 후보들의 대북 정책에 관해선 민주당 힐러리 후보는 포괄적이고 강력한 제재를 한 뒤 협상으로 장으로 끌어내 협상을 벌인 '이란 모델'을 택하고 있는 반면, 공화당 트럼프 후보는 아직 뚜렷한 북한 핵 확산 대응 전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Q: 가장 강력한 제재 조치를 담은 유엔안보리 결의안 2270에 중국까지 동의하면서 신호를 보냈는데, 북한은 핵을 운반하는 수단으로 쓸 수 있는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계속하고 있다. 중국에 리수용이 이끄는 대표단을 보내는 날도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 '무수단'을 시험 발사했다. 북한이 왜 지금 이런 행동을 하고 있다고 보나?

"정확히 무엇 때문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일반적으로 북한이 준비가 됐기 때문에 벌인 일이라고 본다. 준비가 돼 벌였다는 건 두 가지를 말하는데 우선 기술적으로 시험 발사 준비가 됐기 때문에 해야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정치적 이유다. 무수단은 몇 달 전부터 집중적으로 시험 발사하고 있는데, 이 미사일 발사가 성공으로 보여야 하는 정치적 이유가 있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이런 실험이 어떤 역량으로 가는 과정이냐는 점이다. '진화하는 과정 중에 있는 지, 아니면 갑자기 이뤄진 것이냐'이다. 분명한 것은 북한이 무수단을 군사력에 포함시키려 하고 있고, 지난 6개월 동안 많은 일을 벌이고 있고 서두르고 있다는 점이다."

Q: 그렇다면 다음 수순은 무엇일까?

"북한의 전략적 목적은 생존이다. 다시 말해 북한은 선택지가 많은 핵 무기 운반 수단을 갖고 싶어하고, 미국이 핵으로 선제 공격해도 핵으로 보복할 수 있는(second strike) 타격 능력을 갖추려 한다. 즉 플랫폼을 다양화하고, 거리를 늘리는 것이다. 북한이 이걸 갖추면 미국과 한국이 북한의 위협을 막는데 상당히 복잡하고 어려워지는 것이다."
 
Q: 추가 유엔안보리결의안 등 국제사회의 제재가 필요할까?

"UN 안보리결의안을 통한 제재는 그것이 당시 필요하긴 했지만, 그것만으론 충분하진 않다. 결의안 내용과 이행에 간극이 있기 때문인데 일단 중국이UN안보리결의안 2270에서 합의한 부분을 제대로 이행할 필요가 있다. 중국이 북한의 결정에 영향을 주도록 하는 의지가 있냐는 것이다. 북한이 압박을 느끼고 전략적인 결정을 하도록 하기 위해선 중국 등이 해야 할 적절한 조치들이 여전히 많다. 결국 문제는 이행될 제재가 북한이 올바른 전략적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만드냐 인데, 사실 좀 회의적이다."

Q: 중국이 UN안보리결의안 2270에 합의할 때만 해도 변화가 있어 보였는데, 그럼 당신 생각은 중국 정책에 실질적인 변화는 없다는 것인가?

"그렇다. 중국은 비핵화와 평화,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그런데 중국이 찾고자 하는 그 목표는 사실 6자회담에서 참가국들이 추구했던 목표와 다르지 않다. 중국이 하는 방식은 지금 6자회담 틀 바깥에서 그 제안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불행히도 북한은 이미 비핵화와 관련해선 답을 했다. 핵을 보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정일 정권과 달리 애매모호한 표현이 아니었다."
Q: 중국 시진핑 주석은 그런 북한의 대표단을 만났다. 중국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밀 수 있을까?

"지금 시점에서 중국 시진핑 주석이 북한 대표단을 만난 것은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미는 것이 아니라 협상 테이블에서 끌어내리는 쪽에 가깝다. 하지만 결국에는 아마 중국은 두 가지를 다 하려고 할 것이다. 중국은 북한에 대해 최후의 단계를 적용하지는 않을 것이고, 그 직전에 단계 정도만 취할 것이라는 점을 북한과 다른 나라들에게 분명히 하게 될 것이다."

Q: 그래서인지 미국이 먼저 대북제재법에 따라 북한을 자금 세탁 관심대상국으로 지정했다. 이것이 과거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의 북한 자금을 묶어 놓을 때와 같은 효과적인 압박 수단이 될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상황이 다르다. 그 조치를 쓴다고 해서 2006년과 같은 같은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이미 10년이 흘렀고, 북한은 자금 관련 채널을 다양화(중개인 통한 거래, 밀거래)했다. 우리가 방코델타아시아은행 조치를 통해 학습을 했다고 생각한 것처럼, 북한도 당했던 것에 대한 학습을 했다.

물론, 북한의 자금 거래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것은 일단 북한을 위축시킬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2006년과 같은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으로 보는 이유는 당시에는 그 은행에 북한이 전체 보유 자금 가운데 유독 많은 돈을 넣고 있었기 때문에 제재에 취약했다. 그런데 이후 북한은 자금을 분산시켜 놓고 있다" 

Q: 2010년 대외관계협의회 한반도 리포트 실무 책임자였는데, 여기서 한 제안들이 미국 정부 정책에 어느 정도 반영됐다고 보나?

"원했던 만큼 많은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고 본다. 우리가 당시 주로 강조했던 것은 북한 핵 문제가 충분히 시급하다는 인식을 갖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미국 정부가 압박에 나서도록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6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미국 정부가 2010년 우리가 요구했던 압박에 나서고 있지만 정치적 시간표로 보면 약간 늦었다고 본다. 올해 또 보고서가 곧 나올 텐데 개인적으로는 2010년과 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통해 제안을 하는 것 보다는 더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Q: 적극적인 조치라면 어떤 것을 말하나?

"계속적인 제재를 취하면서 더 북한을 압박하고, 북한 내부의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미국 정부가 북한이 전략적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협상에 나설 필요가 있다"

Q: 그렇다면, 만약 당신이 차기 미 대통령 정책 자문이라면 어떻게 북한 문제를 조언하겠나?

"나의 계획은 미국이 계속적인 행동을 취하면서 북한을 비핵화로 이끌어 낼 필요가 있다는 것인데, 이것이 미국이 취하는 유일한 목표에서는 안 된다. 6자회담의 형식을 유지하면서 여기서 북한의 위반사항과 비핵화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 정책 목표는 북한을 다시 비핵화 논의의 장으로 참여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신경 써야 할 다른 이슈도 있다. 한반도의 재래식 무기로 인한 긴장관계다. 내가 정책보좌관이 된다면 적극적으로 재래식 안보를 토의 주제로 만들어 남북한 사이에서는 물론 미국을 포함한 논의에서도 이슈가 되도록 하겠다. 왜냐하면 재래식 무기로 인한 긴장관계를 줄이기 위해선 솔직히 한반도의 안보 긴장관계를 완화하진 않고는 이룰 수 없는 목표이기 때문이다.

재래식 무기로 인한 긴장관계를 줄이자고 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건 일종의 옆 문을 통한 접근 방식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문을 통해 만들어진 공간에서 미국이 원하는 북한의 비핵화와 북한이 원하는 평화를 논의할 수 있다."

Q: 딜레마가 있지 않나? 미국이나 국제사회는 비핵화 없이는 아무런 대화도 없다는데, 북한은 이미 핵 보유국을 선언했다. 어떻게 해야 하나?

"문제는 북한이 핵 보유국에 관한 모호성을 스스로 없애 버렸다는 점이다. 북한이 김정일 체재에서는 핵 보유국에 관해 애매모호한 입장을 유지했는데, 김정은 체재에서는 전략적 목적으로 핵 무기 개발을 1, 2 순위 의제로 설정해 버렸다. 이런 방식의 문제는 핵 무기 보유를 북한 국내 정치 정당성의 원천으로 쓰고 있다는 것이다. 아주 위험한 접근이다.

왜냐하면 김정은의 통치가 핵 무기에 기반을 하고 있다는 것은 김정은이 주변국의 협조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없애 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직면한 딜레마는 그가 택한 정책 때문에 갈수록 날카로워지고 있지, 해결되고 있지는 않다. 아마 김정은은 중국이 결국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북한이 핵 보유국이든 아니든 함께 지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미국 등 다른 주변국은 김정은의 선택으로 인해 점점 더 북한 정권 교체 문제를 고려하게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본다. 김정은이 핵 무기를 국내 통치 정당화 수단으로 사용함으로써 더 많은 한국과 미국 사람들이 북한을 생각하면 정권교체를 떠올리게 만들게 하는 직접적인 결과를 초래한다고 본다. 그래서 김정은에게 이건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사진=연합뉴스)
Q: 그래서인지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캠프의 인사들 중에서도 북한 정권 교체나 붕괴를 언급하고 있던데 캠프 내 컨센서스가 있나?

"그건 아니라고 본다. 왜냐하면 힐러리 캠프의 북한 핵 문제 접근법은 이란 모델이다. 그래서 내부적으로는 견해 차이가 있긴 하지만, (국제사회가 한 방향으로 포괄적이고 강력한 제재를 한 뒤 이란과 협상에 나서는) '이란 모델'을 추구하고 있다. 사실 웬디 셔먼 전 차관의 CSIS포럼 연설은 그 부분에 대해 애매모호했다.

셔먼은 북한 정권 교체에 대해 말할 수도 없고 말하지도 않았지만, 이란 스타일의 제재를 한다고 해도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불충분할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기는 했다. 그렇다면 남은 선택은 정권교체이기는 하다. 그래도 다들 그 문제에 합의를 보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은 북한 정권교체 문제는 수면 아래에 있다고 봐야 한다."
Q: 공화당 트럼프 캠프는 어떤가? 트럼프 후보가 주한미군 철수나 일본과 한국의 핵 보유 용인 등 잇단 발언은 하고 있지만 정책이라고 할 만한 건 찾기 어렵던데?

"트럼프가 진짜 뭘 할 지는 잘 모르겠다. 좀 이른 감이 있다. 트럼프는 CEO 스타일의 후보이고, 아직 북한 문제에 관한 정책 보좌그룹을 갖추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 하지만,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했던 지미 카터 대통령 때와 결국은 비슷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본질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정책 방향을 바꾸려는 국무부, 국방부의 관료집단과 싸워야 한다. 지미 카터는 그 싸움에서 졌다. 트럼프는 어떤 면에서는 카터 보다 완강한 CEO 스타일이라는 점이 있긴 하지만, 다른 측면에선 그래서 실용적이라는 면이 있다. 그런데 솔직히 트럼프가 그 문제를 진짜로 신경 쓰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카터는 주한미군 철수를 공약으로 제시했기 때문에 그걸 지키려 했는데, 트럼프가 자신이 이야기 한 것을 진짜 지키려 할 것인 지에 관해서는 잘 모르겠다. 트럼프가 한국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일관성은 있지만 그가 자신의 그 발언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하고 있는 지에 관해서는 그렇지 않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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