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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취재파일] 루지 '독일 귀화 선수'로 평창올림픽 승부수

독일 여자 루지 선수 프리쉐, 오늘(6월 1일) 대한체육회 특별귀화 심사

[단독][취재파일] 루지 '독일 귀화 선수'로 평창올림픽 승부수
지난 시즌 한국 썰매는 세계 정상권으로 발돋움하며 최고의 시즌을 보냈습니다. 봅슬레이 2인승의 원윤종-서영우는 월드컵에서 두 차례 우승하며 세계랭킹 1위로 시즌을 마쳤고, 스켈레톤의 윤성빈도 최강자인 마르틴스 두쿠르스(라트비아)를 꺾고 월드컵에서 한 차례 우승하며 세계랭킹 2위를 기록했습니다.

이처럼 한국 봅슬레이와 스켈레톤은 세계 썰매계를 깜짝 놀라게 하며 단숨에 평창올림픽에서 메달 유망 종목으로 급부상했습니다. 하지만 또다른 썰매 종목인 루지는 상대적으로 성장이 더디고 성적도 뒤처져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루지는 올해 세계선수권에서 팀 계주에서 10위, 박진용-조정명이 출전한 2인승에서 15위를 차지했습니다. 

메달권과는 거리가 멀었던 한국 루지가 평창 올림픽을 위해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루지 세계 최강국' 독일에서 여자 선수의 특별귀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독일은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 루지에 걸린 금메달 4개를 모두 휩쓸 정도로 루지에서 독보적인 성적을 거두고 있습니다.

대한루지연맹은 지난해 말부터 독일 여자 선수의 귀화를 위해 물밑 작업을 진행해왔습니다. 그리고 오늘(6월 1일)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 특별 귀화 심사가 열립니다. 귀화를 앞둔 독일 선수는 올해 24살의 에일린 프리쉐(AILEEN FRISCH)입니다.

프리쉐는 대한루지연맹의 사전 검증에서 도핑이나 성적 조작 같은 결격사유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 체육회 심사를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보입니다. 체육회 심사를 통과한 뒤 법무부에서 최종 승인(체육회 통과 후 한 달 정도 소요 예상)이 나면 프리쉐는 정식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우리 대표팀에 합류해서 훈련을 시작할 계획입니다. 최종 승인이 나면 프리쉐는 한국 썰매 종목 사상 최초의 귀화 선수가 됩니다.

프리쉐는 2012년 2월 세계 주니어선수권 여자 1인승에서 우승하며 독일 루지의 유망주로 주목받았습니다. 이후 2012-2013 시즌 성인 무대에서도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2013년 월드컵에서 여자 1인승 동메달을 목에 걸었고, 2013년 2월 세계선수권 여자 1인승 5위를 치지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루지 세계 최강국인 독일 내 경쟁에서 밀려 국가대표 2진으로 밀려났고, 1진들이 나서는 월드컵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다 지난해 현역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독일 언론에서는 독일 대표팀 코치의 말을 인용해 "에일린 프리쉐가 독일 대표팀에서 기회를 얻지 못한다고 느껴 은퇴한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 에일린 프리쉐 주요 국제대회 성적
- 2012년 세계 주니어선수권 여자 1인승·팀 계주 우승
- 2012년 유럽 주니어선수권 여자 1인승·팀 계주 우승
- 2012년 주니어 월드컵 종합 우승
- 2013년 23세 이하 세계선수권 우승
- 2013년 세계선수권 여자 1인승 5위
- 2013년 독일 쾨닉세 월드컵 여자 1인승 동메달
- 2014년 Nationscup 여자 1인승 3위
- 2015년 Nationscup 여자 1인승 3위

평창 올림픽 메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독일 선수 가운데 귀화 대상자를 물색하던 대한루지연맹은 지난해 말 독일 현지에서 프리쉐와 만났고 그녀의 귀화 의사를 확인했습니다. 독일인으로 우리 루지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사터 스테펜 감독이 영입 작업을 주도했습니다. 

이건주 대한루지연맹 사무국장은 "프리쉐와 만나본 결과 그녀가 인성도 좋고 한국에서의 선수 생활에 대해 의욕을 보이고 있어 대표팀에 잘 녹아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10월 완공되는 평창 슬라이딩센터에서 집중 훈련을 통해 평창 올림픽에서 이른바 '비밀 병기'로 활용할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홈 트랙의 이점이 절대적으로 작용하는 썰매 종목이기에 더욱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귀화 추진 독일 선수 에일린 프리쉬
프리쉐가 귀화하면 평창 올림픽에서 여자 1인승과 팀 계주 등 2종목에 출전할 예정입니다. 우리 대표팀은 평창 올림픽에서 '팀 계주'를 전략 종목으로 꼽고 있습니다. 팀 계주는 여자 1인승-남자 1인승-2인승 순으로 레이스를 펼쳐 합계 기록으로 승부를 가리는 종목입니다. 팀 계주는 전 세계에 14개 나라만 하고 있기 때문에 경쟁이 상대적으로 덜 치열해 우리가 '블루오션'으로 삼고 있습니다. 

대표팀은 지난 시즌 월드컵에서 8위가 최고 성적이었습니다. 루지연맹은 1번 주자로 나설 프리쉐가 기선을 제압해주면 충분히 메달을 노려볼 만하다며 장밋빛 희망을 품고 있습니다. 게다가 프리쉐가 1인승 종목에서도 홈 트랙의 이점을 최대한 살린다면 입상권까지 바라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일취월장한 봅슬레이와 스켈레톤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되어온 한국 루지가 이처럼 야심차게 진행한 귀화 프로젝트가 2년 뒤 평창에서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관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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