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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갑작스런 폭력에 살인…중국인 10명 당 1명은 정신질환자

[월드리포트] 갑작스런 폭력에 살인…중국인 10명 당 1명은 정신질환자
지난 주말 중국 산둥성(山東省)의 항구도시인 르자오시(日照市)에서 끔찍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과외 선생님인 50대 여성이 초등학교 4~5학년생 10여 명을 모아 놓고 과외수업을 하던 중 갑자기 몽둥이로 학생들을 두들겨 패기 시작했습니다. 문까지 걸어 잠근 채 무차별 폭행을 행사한 끝에 머리를 심하게 얻어맞은 한 학생이 즉사하고 3명은 중상을 입었습니다.
살인 피의자로 붙잡힌 이 50대 여성은 사립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다 15년 전 퇴직한 뒤 자기 집에 과외교습소를 열어 학생들을 가르쳐왔습니다. 학생 1명당 과외교습비는 월 100위안(1만8천원)정도로 비교적 저렴했지만 학생들에게 스파르타식으로 엄하게 가르쳐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꽤나 인기가 있던 선생님이었습니다.

하지만 학습 효과를 높이기 위해 학생들에게 종종 체벌을 행사해왔고, 그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던 끝에 급기야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졸지에 범죄자가 된 그녀는 오랜 기간 정신질환을 앓아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지난 7일 산시성(陝西省) 뤄촨(洛川)에서는 한 남성 정신질환자가 길을 가다 우연히 마주친 두 살배기 아이를 아무 이유없이 무참히 짓밟고 둔기로 머리를 내리쳐 사망 직전까지 이르게 만들었습니다. 이 남성이 어린 아이를 마구 폭행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기록된 CCTV 화면이 공개돼 중국사회를 경악케 만들었습니다.
이 두 사건 말고도 최근 중국에서는 정신질환자에 의한 살인 등 강력사건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매년 정신 질환자가 저지르는 '엄중한 사고'가 1만 건을 넘는데, 공공장소에서 정신 질환자가 일으키는 '묻지마 칼부림'도 해마다 20건 이상 일어나고 있습니다.

중국 전역에 약 1억 7천3백만 명이 각종 정신질환을 앓고 있지만 이 가운데 91%인 1억 5천8백만 명은 전문적인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신 분열증 등 중증 정신질환자가 1천6백만 명, 우울증  환자는 3천만 명이나 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특히 17세 이하의 청소년과 아동 가운데 정서장애와 행동문제가 있는 인구만 3천만 명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가 더욱 걱정되는 상황입니다.

정부 기관이나 의료기관의 통제나 관리 영역에서 벗어나 사각지대에 놓인 폭력 성향의 중증 정신 질환자들은 공공안전을 위협하는 잠재적 가해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정신 질환자들의 대부분은 치료를 받기 힘든 농촌에 거주하고 있으며 정신질환을 치료할 의료진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중국 내 정신과 의사 수는 1만6천 명에 불과하고 정신질환자를 위한 병상 수는 1만 명당 1.04명 꼴로 세계 평균치인 4.3명에 한참 모자란 형편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0년까지 중국의 정신질환 관련 의료비용이 전체 질병 가운데 4분의 1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중국 정부가 정신 질환자 관리에 전력을 기울일 수 있는 형편이 못되자 민간의 사립 정신 병원들이 뜨고 있습니다. 사립 정신병원들은 연평균 30%씩 성장해왔으며, 오는 2019년이면 시장규모가 136억 위안(2조 5천억 원)으로 커질 전망입니다. 원저우(溫州)시 캉닝병원(康??院)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입니다.

캉닝병원은 2천 개 병상을 보유하고 베이징, 항저우(杭州), 저장성(浙江省) 린하이(臨海) 등에 계열병원까지 둔 중국 최대 사립 민영 정신병원입니다. 지난해 영업 순이익만 5백억 원이 넘습니다. 이런 성장세를 바탕으로 급기야 지난해 말에는 정신병원이 최초로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상장 직후 주가가 최초 공모가 때보다 27%나 오르며 대박을 터뜨렸습니다. 

중국에 정신 질환자들이 방치되는 또 다른 이유는 서구 국가들과 달리 정신질환을 병으로 취급해 '정신병자'로 사회적으로 낙인찍는 문화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정신과 병력이 알려지면 취업 때 불이익을 받고, 결국 경제적 위치가 달라지는 게 중국은 물론 우리나라의 실정이기도 합니다. 치열한 경쟁 속에 스트레스 많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며 점점 더 많은 이들이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질환에 고통받고 있는 것과는 어울리지 않는 현상입니다. 

2000년 이후 태어난 중국인들은 평균적으로 일생의 21%를 정신질환과 싸우며 지내야 한다는 무서운 이야기도 들립니다. 우리나라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누구에게나 예외가 없는 노화처럼 정신질환도 어쩌면 모두가 평생을 안고 가야할 짐일지도 모릅니다. 낙인과 방치 대신 관심과 보살핌으로 어떻게 그 짐의 무게를 덜 수 있을 지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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