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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경품 규제 없애면 소비가 살아날까?

[취재파일] 경품 규제 없애면 소비가 살아날까?
마트나 백화점을 가면 경품행사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특히 백화점은 수천만 원의 경품을 내걸 기도 합니다. 그런데 물건을 사지 않아도 행사대에 비치된 응모권만 쓰면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이런 행사를 접할 때마다 '남는 장사일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품 행사는 매출을 늘리기 위한 것인데, 방문객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물건을 산 사람만 응모하면 더 매출이 늘지 않을까란 이유에섭니다.

● 35년 만에 폐지되는 경품 규제

이 배경에는 경품 규제가 있습니다. 경품은 크게 세가지로 나뉩니다. 우선, 모든 매장 방문객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개 현상(顯賞) 경품'이 있습니다. 앞서 말한 경우가 해당합니다. 그리고 모든 구매고객에게 주는 '소비자 경품'이 있는데, 마트나 백화점에서 구매금액에 따라 주는 사은품이 바로 이 경품입니다. 마지막으로 '소비자 현상 경품'이 있습니다. 물건을 구매한 고객만 응모할 수 있는 경품입니다.

이 가운데 '공개 현상 경품'과 '소비자 경품'은 경품 금액 상한선이 없지만, '소비자 현상 경품'은 2천만 원 이내 등의 제한이 있습니다. 경품은 업체 형편대로 주는 거니 제한이 있을까 싶지만, 지난 1982년부터 고시로 규제받아 왔습니다. '사행성 조장' 우려 때문입니다. 경품을 받으려고 필요도 없는 물건을 무리하게 사는 경우가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공개 현상 경품' 규제는 구매와 상관없기 때문에 1997년에 가장 먼저 폐지됐고, 모든 구매자가 받을 수 있는 '소비자 경품'은 2009년에 상한선이 없어졌습니다. 백화점들이 내걸었던 아파트, 우주여행 상품, 10억원어치 상품권, 수입차 등은 모두 매장 방문객을 대상으로 한 '공개 현상 경품'이었습니다.

현재 규제를 받고 있는 '소비자 현상 경품'도 사실 지난 1999년 상한선이 폐지됐었습니다. 하지만 경품 과열 현상과 사행성 조장 등을 우려한 시민단체의 반발로 이듬해 한도 100만 원으로 다시 정해졌습니다. 이후 상한선은 계속 높아져 2천만 원 까지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고시 제정 35년만인 오는 7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상한선을 다시 없애겠다고 발표했습니다. 

● "소비자 이익 증가와 소비 진작"

경품 고시를 폐지하면서 공정위가 앞세운 이유는 '소비자 이익 증가'입니다. 사업자들이 매출을 위해 경품 경쟁을 할 것이고, 이는 사실상의 가격 인하 효과로 이어져 결국 소비자에게 이익이 된다는 논리입니다. 이는 1999년 상한선 폐지 때의 이유와 같습니다.

관건은 '사행성 조장'과 '경품 비용의 소비자 전가'입니다. 우선 사행성 조장에 대해 공정위는 예전과 달리 현명한 소비자가 늘었다고 설명합니다. 가격과 품질을 꼼꼼히 따지는 소비자들이 무조건 경품 때문에 과소비를 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업자가 경품에 들어가는 비용을 물건 가격에 포함할 것이란 우려도 문제가 없다고 정부는 말합니다. 실시간으로 상품 가격 비교가 가능한데, 사업자들이 다른 유통채널보다 비싸게 가격을 매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번 경품 고시 폐지에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소비 진작'입니다. 정부가 설명한 '현명한 소비'와는 다소 배치되는 부분이긴 하지만, 경품은 소비자 지갑을 여는데 영향을 미칩니다. 롯데백화점이 지난 2014년 10억원 어치 상품권을 경품으로 내걸었던 여름 정기세일 기간,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8.5% 늘었습니다. 물론 전적으로 경품 때문에 늘어난 것은 아니지만, "분명 경품 효과는 있었다"고 백화점 관계자는 얘기합니다.

이번 조치는 수출이 고전하면서 내수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소비를 조금이라도 늘리려는 정부의 기대가 담긴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경품 비용 전가와 진입 제한 문제는 감시 대상

경품고시 폐지에 대해 유통업체들은 일단 환영한다고 말합니다. 마케팅 수단이 하나 더 생기기 때문입니다. 백화점 관계자는 "사실 내방객 대상 경품은 기존 백화점 고객이 아니어도 당첨될 수 있고, 매출로 이어지는 데 한계가 있다. 하지만 구매고객만을 대상으로 하면 고객의 충성도를 높일 수 있고, 매출도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동안 고가 경품 행사를 많이 했던 백화점은 다양한 마케팅 전략 수립에 착수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사은품 위주로 경품 행사를 진행했던 백화점이나 마트들은 아직 신중한 모습입니다. 또한 최근 내부자가 경품에 당첨되는 비리가 적발되면서 과연 경품 때문에 소비가 늘어날까라는 시선도 있습니다.

경품 비용이 엉뚱한 곳으로 전가되는 문제가 생길수도 있습니다. 공정위 설명대로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일은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통업체가 내건 경품의 비용이 제조업체, 특히 중소기업으로 전가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유통업체 할인행사에도 이런 시비가 끊이지 않는데, 고가 경품은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조치가 신규 업체의 시장 진입에도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오히려 기존 업체들이 과다 경품을 계속 내걸면서 진입을 막을 수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경쟁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행위는 계속 단속하겠다고 밝혔는데, 제대로 감시가 이뤄질지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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